초단편소설
우리는 서로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기대고 이해할 수 없더라도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고 눈을 마주치는 그 순간이
행복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를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너를 사랑한다고 듣는 순간이 행복이라고 소리 내어 너에게 들려주지 않았다. 내가 아니까, 너도 내 마음을 알 거라고 믿으면서.
서로 이해할 수 없어도 말했어야 했다.
이때 행복했고, 그때 행복했고, 지금 행복하다고.
소리 내어 말하면 내 것이 되기에는 과한 것 같은
이 행복이 달아날 것 같아서 불안해 미치겠어도,
말했어야 했다. 너와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어야 했다.
나는 내일의 행복을 생각했다.
넌 어떤 행복을 생각했을까?
너를 보내고 나서야 지금이 행복을 생각할 때라는 걸 알게 되었다. 너무 힘들고 막막하고 그렇지만
가야 할 길이 있는 이때에도, 그래서 더 생각하고
느끼고 말해야 했다. 이 조그만 행복까지 달아날까 봐 불안해도 행복하다고 인정했어야 했다.
행복은 아프다.
그런데도 원한다.
행복이 좋으니까. 행복은 정말 행복한 거니까.
삶에서 가지게 되는 약간의 좋은 것들 중 가장 따뜻한 것이니까.
너와 나는 행복했다고 믿고 싶다.
캘리그래피 by.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