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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 Oct 11. 2020

당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 만족하나요?

아, 회사 가기 싫다

회사 가기 싫다


내가 일하는 곳에 대한 만족감을 묻는 질문을 마주하고 있자니,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서 머뭇거리고만 있었습니다. '회사'라는 단어와 '만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상충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일하는 곳을 꽤 좋아하지만, 동시에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요.


어휴.. 회사가기 싫다... / 출처_볼빨간사춘기 워커홀릭 뮤비 중


다른 사람들은 '회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어떤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부정적인 느낌을 많이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주위엔 '회사 가기 싫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거든요. (특히 일요일 저녁에는 더더욱 말이죠)


출처_볼빨간사춘기 워커홀릭 뮤비 중


그렇다면 사람들은, 아니 저는 왜 회사에 가기 싫을까요? 회사는, 직장은 삶에 있어서 꽤 중요한 요소인데 말입니다. 새내기 시절 배웠던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을 떠올려봅니다. 그는 사람들의 동기는 욕구에 의해 부여되며, 그 욕구는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죠. 그 욕구 피라미드의 최상단에 있는 게 바로 '자아실현 욕구'입니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무언가를 성취하고, 성장해가며 자신을 완성하고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 말입니다. 특히 저처럼 성취감과 인정 욕구가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는 사람에게 회사는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장이기도 한데, 저는 왜 회사에 가기 싫을까요?


출처_볼빨간사춘기 워커홀릭 뮤비 중


아마 회사는 해야 하는 일들로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겠죠.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회사는 제가 사랑하는 여러 욕구들을 누르고서 힘겹게 가는 곳입니다. 그토록 사랑하는 아침잠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미루고만 싶은 게으름을 누르고, 때로는 나의 솔직한 감정과 주장, 즐거움을 눌러야 하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을 누르고 회사가 주는 과업들을 우선으로 처리해야 하니 가기 싫을 수밖에요. 하지만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곳입니다. 생계를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곳이자, 인생에 의미를 주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꼭 가야 한다면,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의 교집합이 조금이나마 큰 곳에서 일하겠노라 다짐했었습니다.





가기는 싫지만 만족합니다


직무적합도, 워라밸, 사내 분위기. 이 3가지는 제가 취업준비생 시절 회사를 고를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들입니다. 성취와 성장에 대한 욕구가 컸기에 저는 제가 일을 잘 배우고, 잘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렇기에 직무적합도를 1순위로 고려했고, 한 달간의 인턴을 하며 꼼꼼하게 고른 회사가 바로 지금의 직장입니다. 하고 싶었던 직무, 그리고 필요할 때면 언제든 가이드를 줄 수 있는 선배들이 있는 이곳은 꽤 만족스러운 일터입니다.

저희 회사, 뷰 하나는 참 좋습니다:)


혹독했던 2번의 인턴을 통해 여유를 사랑하는 사람이 여유를 뺏겼을 때 느끼는 우울감에 대해 뼈저리게 경험했던 터라 워라밸 역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인턴 시절, 퇴근 후 마주했던 밝은 하늘과 사랑에 빠져 이 회사를 선택했습니다. 입사 후엔 왜 때문인지 좀처럼 퇴근하지 못하고, 마치 짝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창밖 너머 하늘을 아련히 바라만 보고 있는 신세가 되었지만 말이죠. 하지만 마음먹자면 눈치 보지 않고 회사를 나설 수 있는 곳이긴 합니다.

왜인지 짝사랑만 하고 있는 회사뷰..


대행사 인턴 시절, 가파른 수직 구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난 적 있습니다. 상사의 취향에 따라 김치찌개 하나에 소주 열 병 마시는 걸 미덕이라 여기고, 능력보다는 그 자리에 함께 했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사무실에서보다는 회식 자리에서 더 많은 컨펌이 나는 곳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본인들의 기준에 저도 동의해줄 것을 바라는 눈치였지만, 저는 거기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었죠. 그때 분위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어떤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가가 작게는 성과를, 크게는 한 사람의 성장을 결정한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죠. 그래서 내 주장을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고, 합리적이고 유연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의,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꽤 많이 받는 스펀지 같은 사람이기에 시작은 더더욱 유연한 분위기의 회사에서 하고 싶었죠. 그런 측면에서도 이 회사는, 그리고 이 팀은 꽤 괜찮은 곳입니다.


상담학 사전에 따르면 '만족'이란 개인과 작업환경의 조화에 대한 개인의 내적 지표고 합니다. 그렇기에 실제적인 요소들보다도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와 '어떻게 느낄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또한 만족도겠지요.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하나씩 따져보았을 때 제가 다니는 일터가 꽤 만족스러운 것을 보면, 저와 회사의 조화가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기는 싫지만, 꽤 좋게 느껴지는 곳에 매일 출근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회사 가기 참 싫네요...ㅎ

당신은 당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 만족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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