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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M경비지도사 Apr 19. 2024

<어느 날, 학교 비정규직이 됐다>를 읽고

작은책 1월호에 실린 '2023 작은책 생활글 공모전 수상작'

  조선말기에 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장섰던 사람들은 엘리트 지배계급이다. 식민지배가 30년이상 지속된 건 일제의 상상을 초월한 친일파 세력의 적극적인 활동때문이다. 각계각층에서 불굴의 노력으로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해 활동을 했지만, 막강한 친일세력한테 ‘비적떼’라고 멸시를 받기도 하고 독립운동가의 집안이 풍비박산 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꿋꿋한 독립운동으로 조직된 광복군이 참전을 앞두고 있을 때, 외부세력에 의해 반쪽짜리 독립을 맞이했다. 해방 후 남한에 진주한 미군은 자국의 목적을 달성하는데만 관심이 있을 뿐 조선의 자주독립이나 정의구현은 뒷전이었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세력이 친일파에서 친미파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나라의 무늬만 독립된 상황에서 교육제도가 달라졌을까? 부역자를 양성하던 일제 시대의 교육제도를 청산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교회에서 설립한 학교, 일제가 설립한 학교의 이름만 바꾼 학교, 능력없는 정부가 사립재단에 떠넘긴 학교가 아직도 건재하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라고 하며 이름만 바꾼 것이다. 학창시절 내내 친구들과 학교의 교실과 복도는 물론 교무실과 교직원 화장실까지 청소했다. 선생들은 벌칙이나 징계를 대신해서 학생한테 청소를 시켰다. 학교 건물의 청소에 필요한 예산이 없어서 학생한테 청소를 시켰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정통성없는 교육제도 아래의 대한민국 학교에는 다양한 비정규직이 존재한다. 급식실의 조리원과 배식원, 미화원과 보안관, 시설관리직과 같은 행정지원 부문에서 근무하는 용역근로자들이 있다. 교무지원 부문에도 국어, 수학 등의 정규과목 강사와 글쓰기강사 등이 학교의 필요에 따라 기간제로 고용되어 있다. 보따리장사는 대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기간제 선생의 존재는 학생들한테도 잘 알려져 있다. 교무실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의 강사대기실은 초라했을 것이고, 거기서 마주친 강사들과 글쓴이의 관계는 어색했다. 양질의 수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학생들이 강사의 말을 잘 따를 수 있을까? 글을 읽다보니 마음이 답답했다. 학생과 선생이 자살로 죽어나가도 책임질 사람은 없는 불행한 곳, 희망보다는 절망이 가득한 곳이 현재의 대한민국 학교이다.      


 영화 말죽거리잔혹사에서 배우 권상우는 피투성이가 된 채 울먹이며 외쳤다.“대한민국 학교 *까라 그래!” 그렇게 그는 학교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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