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책방
동네 서점이라고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쁘고 멋진 다양한 굿즈를 만날 수 있다. 원화나 그림, 피규어, 에코백, 엽서, 문구류 등의 산뜻한 디자인의 다양한 소품들과 맛과 향이 좋은 커피와 빵이 있다. 멋진 동네 책방은 고품격 잡화점이기도 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다. 나는 서울 영등포 태생이고, 지금은 구로구에 살고 있지만, 강원도청 소재지이자 유명 관광지인 춘천에 자주 간다. 아내의 고향이 춘천이기 때문인데, 아들의 외가가 서울이 아닌 춘천이라서 좋다. 내 어머니의 고향은 인천 영종도라서 내가 어렸을때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외가에 놀러가는 일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지금은 영종도가 천지개벽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공항과 신도시가 있지만 내 기억 속의 영종도는 뱀술과 거머리, 거미줄 잠자리채로 압축된다. 영화 ‘짝패’에 등장하는 뱀술을 어렸을 때 신기하게 구경한 경험이 있고, 또 다른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 배우 이세영의 다리에 붙어있던 거머리가 영종도 논두렁에서 놀고 있던 내 다리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손도 대지 못하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거미줄 잠자리채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직까지 본 적이 없고, 누군가가 얘기하는 것도 들어본 일이 없다. 장대 끝에 철사를 동그랗게 고정한 뒤에 처마 밑의 거미줄을 철사에 휘감는다. 그 철사에 감긴 끈끈한 거미줄로 잠자리나 매미의 날개를 덥쳐서 잡을 수 있었다. 1980년대 시골 영종도에서 거미줄로 잠자리를 잡던 기억은 두 살 많은 형하고 나만의 추억으로 남아있으며, 개구리를 잡아서 닭모이로 주고 과수원에서 남의 집 과일을 서리하고, 산에서 나무를 베면서 놀다가 외가 앞마당의 재래식 작두 펌프로 물을 퍼올려 등목을 하던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있다.
시골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계시고, 논밭에 나무와 열매 그리고 소와 닭에 댕댕이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주말농장이 어디있겠는가, 소와 닭, 댕댕이 먹이는 일부터, 밭에서 나물도 캐고, 옥수수를 따고, 감자도 심고 고구마도 캐고…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은 시골에 외가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천 신동면의 그림같은 서점인 실레책방 방문은 가을 고구마 캐기와 맞바꾸고 얻은 좋은 경험이었다. 2023년 추석때 세식구가 춘천에 가서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난 다음 날은 밭에서 고구마를 캐는 날이었다. 가을의 시골은 농작물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맑은 하늘과 가을의 낭만을 찾을 여유가 부족하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외삼촌, 외숙모까지 밭에서 고구마를 캐야하니, 아들과 나도 밭에 나가서 농촌체험도 할겸 일손을 도와야 하는데, 농촌체험대신 아들과 함께 하는 문화체험으로 바꿔서 김유정마을의 실레책방을 찾았는데 결과적으로 훌륭한 선택이었다.
23년 추석연휴에 아들과 함께 찾아갔던 실레책방은 정말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옛날 집의 공간과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책방으로 꾸몄는데, 서울이 아닌 춘천이라는 공간이 주는 여유와 오래된 집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이 200% 충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