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내가 5년째 모임을 꾸준히 해온 이유에 대하여

by 이양고

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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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누군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난 왜 이렇게 모임에 열심일까? 내가 만든 모임이기도 하고, 나를 믿고 가입해준 사람들이기도 하니 당연히 열심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모임을 잘 운영하는 것에 대한 이유일 뿐, 모임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사실 모임을 하게 된 건, 꾸준히 하고 있는 건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4개의 모임을 운영해왔다.

2020년 글쓰기 모임 '써요'에 처음 가입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친목 모임 '너 나 그리고 우리'를 1년간 운영했다. 2023년 4월부터 2024년 5월까지는 글쓰기 모임 '인생, 쓰다'를 총 4시즌에 걸쳐 진행했고, 현재는 2024년 11월부터 필사 모임 '토요 필사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모임마다 성격도 다르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달랐지만, 모든 모임에서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이 있었다. 바로 서로를 판단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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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다 보면 지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안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온 성과에 내가 가장 속상한데 상사가 "그것 밖에 못했느냐"고 다그치면 정말이지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성과를 안 내고 싶어서 안 낸 것도 아닌데, 성과로 다그치는 그 말 속에는 나의 능력에 대한 가치를 운운하는 가시가 숨겨진 것 같아서 준 적 없는 상처를 홀로 받게 된다.

어떤 이들은 그런 일들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성장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렇게 제풀에 지쳐 고꾸라지고 나면 성장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도망만 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도망을 가고 싶다고 해서 실제로 도망을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숨만 쉬어도 매달 돈이 나가는 상황에서 어린아이처럼 주저앉아 울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술을 마셔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해봐도 한순간일 뿐, 자꾸 나에 대한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내가 잘하는 일도 아닌데, 좋아하는 일도 아닌데
애매한 태도로 여기에 남아 있는 게 어쩌면 문제인 거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뭘 잘하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 길어질 때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생각을 그만해야 했다. 몰두할 만한 다른 걸 찾아야만 했다.



그때마다 나를 구원해준 건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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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모임에서는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욕설이나 비방은 물론이고 비난도 하지 않는다. 직장생활 하면서 시간 내어 만난 사람들끼리 얼굴 붉힐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미 지치고 다쳤을 사람에게 온전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잘하고 있다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글쓰기 모임에서 누군가는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피드백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회사에서 받는 피드백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의 부족한 점을 꼬집고 헤집고 아물 새도 없이 다시 생채기를 내는 일 따위, 성장을 위한 길이라 해도 회사에서 받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쓰라렸다.

취미를 위한 모임이니 피드백을 나누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당신이 틀린 적 없다'고 말하려면 '당신의 글은 이 부분을 수정하면 더 좋을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아야 했다.


5년 동안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는 성과로만 평가받고, 집에서는 가족의 역할로만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모임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누군가의 직원도, 누군가의 가족도 아닌 그냥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



돌이켜보면 내게 모임은 나를 치유하는 시간이었고, 내가 몰랐던 나의 면모를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업무가 아닌 취미로 만나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말하자면 인간 이양고가 성장하는 시간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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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해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재미있을지도 모른다고.

낯을 많이 가려 모임 가입하는 게 두렵다면, 용기를 내보라고.

그 어떤 모임에서든 당신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고,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회사에서 받은 상처를 늘 치유했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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