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누군가의 용기가 되기를 바라며
4년 동안 근무하면서 내가 마케팅을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다. 성과와는 상관없이, 성과가 잘 나오면 '타이밍이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했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역시 난 부족한 마케터'라고 여겨왔다.
돌이켜보면 내내 마음을 졸이며 살아왔던 것 같다.
차라리 사고라도 당해서 다친다면 마음 놓고 쉴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나날들. 그 앞에서 나부터 살자는 마음이 들어 퇴사를 통보했다.
알바를 하고, 책을 내고, 학교를 편입하며 수많은 선택을 해왔지만, 이번 통보는 그 선택들과는 또 다른 맥락으로 떨리고 무서운 것이었다.
어쩌면 앞으로의 인생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실체 없는 커다란 검은 안개 앞에서 덜덜 떨었다.
퇴사를 통보하자 팀장과 1번, 대표와 1번 면담을 했다.
팀장은 예전부터 "누가 퇴사를 통보하든 잡지 않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붙잡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 퇴사할 마음으로 그만두겠다고 말했고, 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팀장은 앞길을 응원해준다며, 혹시 잘 안 되면 회사로 돌아오라고 말해주었다. 너무도 잘난 팀장 앞에서 매번 부족한 팀원이었던 나는, 차라리 공장에 들어가 부품처럼 일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는, 퇴사를 말하는 내게 "그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선택지 하나 손에 쥐고 있으면 힘들고 지칠 때 버티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말에 오랫동안 곪아있던 썩은 상처가 낫는 기분이었다.
대표와의 면담은 팜장과의 면담보다 더 짧았다. "그래, 책을 냈다고?"라는 말로 시작한 대표는 돈은 많이 모아뒀는지, 수익이 될 만한 게 있는지, 이렇게 나가면 모아둔 돈을 까먹게 될 텐데 그래도 괜찮은지, 금전적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만 꺼내놨다.
'회사를 다니며 많이 힘들었냐', '회사가 어떻게 해주면 좀 더 다닐 생각이 있냐' 하는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그만큼 내 길에 확고해 보였다는 뜻일 것이고, 또 어쩌면 연차가 쌓이며 높아지는 연봉만큼 일을 해내지 못해서 붙잡을 생각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서운한 마음이 슬그머니 피어올랐다.
'회사에서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은 조율해볼 테니 좀 더 일해볼 생각 없냐'는 말을 기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도전 앞에서 시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가고 싶었을 수도 있다.
회사가 좋아서가 아니라 도전하는 게 무서워서,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됐든 퇴사일자는 정해졌고, 시간은 착실히 흘렀다. 퇴사를 통보하고 회사 사람들이 내 퇴사 사실을 알게 되자 회사에 대한 마음은 붕 떠버려 일은 더 하기 싫어졌다.
꼭 해야만 하는 루틴 업무만 겨우 해낼 수 있었고, 나를 대신할 새로운 직원에 대한 인수인계만 천천히 진행하며 시간을 보냈다.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것은 독이라고 생각하며 4년을 보내왔지만, 퇴사할 때가 되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좋은 사람들과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한 것이 그제서야 아쉬워졌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너무 뜨겁지도 않게, 차갑지도 않게 거리를 두며 지내겠지만, 회사를 그만둠과 동시에 더는 못 본다고 생각하니 그제서야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모순적인 감정이었다.
글을 쓰고 싶어서 퇴사한다는 말을 하는 내게 몇몇 직원들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글을 쓰는 게 처음부터 돈이 되는 건 아닐 텐데,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일 텐데 덥석 일을 그만둬도 괜찮겠냐는 물음이 줄줄 이어졌다.
그 말 속에서 '너는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는 책망이 들어있는 것 같아, 누구도 던지지 않은 돌에 홀로 맞아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그 돌은 나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만들어낸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퇴사를 2주 정도 남겨둔 때다.
앞으로 2주라는 시간은 빨리 흐를 것이다. 2주 동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내고, 혹시 마케터로 다시 근무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 포트폴리오를 다듬을 것이다.
그런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내가 내린 '도전'이라는 이름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알찬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도전이 무서운 것은 그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쩌면 그 도전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실패해도 괜찮다. 틀려도 괜찮다.
사람들은 사실 본인이 실제로 겪는 일보다 훨씬 더 크게 부풀려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도전에서 실패하더라도 내 인생은 망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실패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실패해도 되니 너무 두려운 마음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도전은 분명 무서운 일이다. 익숙한 것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발을 내딛는 일은 언제나 두렵다. 하지만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인생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하고 관대하다.
한 번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짓지 않고, 한 번의 실패가 인생 전체를 좌우하지도 않는다.
설령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예상치 못한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어떻게든 잘 흘러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말자.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어떻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이건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당신의 도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