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고 싶은 말

잘하고 있다는 말, 긍정의 말

by 이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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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좋아하는 단어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는 말이 많다.

희망, 고양이, 여름, 푸르름, 여행, 바람, 햇살, 기대, 사랑, 바다, 파도, 풀잎, 들꽃, 용기, 위로.



단어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불쾌함을 줄 것 같지 않은, 순수한 '그 자체'의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마음이 닿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단어들. 그 단어들이 가진 분위기와 결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문장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어느 날에는 "그럴 수 있지."라는 문장을, 또 어떤 날엔 "다 지나가리라."는 문장을, 다른 날에는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문장을, 혹은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것이다."라는 문장을 좋아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서, 가만히 내버려두면 곧잘 내 속을 파먹는 나는 종종 이렇게 문장의 힘을 빌려 스스로를 위로하지 않으면 쉽게 지쳐버린다.


지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나를 자주 다독여야만 한다. 그렇게 문장은 나를 버티게 해주는 또 하나의 기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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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2주 앞둔 어느 날, 나보다 먼저 회사를 떠날 예정인 후배가 모든 사원에게 쪽지를 돌렸다. 길지 않은 쪽지였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쪽지를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손으로 눌러쓴 쪽지 한 장이 퍽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1년 반 정도 근무한 이 후배는 다른 팀이었지만, 성격이 좋아 회식 자리에서 몇 번 어울린 적이 있었다. 퇴사 소식을 듣고 나서야 진작에 친해지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너스레를 늘어놓던 친구. 퇴사를 앞두고 어떤 기분이 드냐는 물음에 '아직 실감 안 나요' 하던 이 친구가 건넨 쪽지에는 놀랍게도, 어떻게 알았는지 퇴사를 마음 먹은 내가 내내 듣고 싶어했던 말이 적혀있었다.



전부 잘 될 거예요.


호기롭게 퇴사를 결심하고, 퇴사 준비를 해오면서도 내내 마음 한켠이 불안했다.


'괜찮다, 잘 될 거다. 작가로서 돈을 벌지 못한다면 다른 일이라도 하면 되지.'


스스로를 수없이 달래보았지만, '불안'이라는 벌레는 끈질기게 내 마음을 좀먹고 있었다. 그 무엇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서서히, 그리고 집요하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런 타이밍에,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누군가가 해주다니.

아침에 받아본 작은 쪽지 한 장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마도 내 마음이 그만큼 지쳐 있고, 약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토록 불안한 이유는 아마도 '작가가 되겠다'며 퇴사를 선택한 내가 작가로서 성공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될까 봐, 그런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삶에 크게 관심이 없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길을 걷든 대부분은 무심히 스쳐 지나갈 뿐이다.

내가 유명한 작가가 된다면 "아, 저 사람 나도 아는 사람인데." 하고 말하겠지만, 유명해지지 못한다면 그저 수많은 행인 중 하나로 잊혀질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고, 그래서 잘되고 싶고, 잘되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 믿음 때문에 불안함과 부담감은 언제나 마음속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

넌 잘하고 있다. 잘해내고 있다.

잠깐 길을 헤맨다고 해서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헤맨 만큼이 너의 땅일 테니, 지금 너는 너만의 땅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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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놓지만 말자. 잃지만 말자.

끝까지 나를 믿고, 나를 놓지 말자.



내가 오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당신에게도 전한다.



당신 역시, 전부 잘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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