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라는 건

다시는 못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덜너덜한 것.

by 이양고


이별이라는 건 밥을 마구 퍼먹다가 결국 다 삼키지 못한 눈물과 함께 토해내는 것.

숟가락을 든 손이 떨려서 밥알이 흩어져도 계속 입에 밀어넣는 것. 목구멍이 막힌 것 같아서 물을 마셔도 내려가지 않는 것. 그 사람이 해준 마지막 밥이 이럴 줄 알았다면 천천히 먹었을 텐데 후회하는 것. 화장실에서 토하고 나서도 또 뭔가 먹고 싶어서 냉장고 앞에 서 있는 것. 아무 맛도 안 나는 음식들을 씹다가 그 사람이 좋아하던 반찬을 보고 또 눈물이 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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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건 긴 머리를 싹뚝 잘라달라고 말하고 잘려 나가는 머리카락을 보며 소리죽여 우는 것.

미용사가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봐도 고개만 끄덕이는 것. 그 사람이 좋아한다고 했던 긴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걸 보면서 이제 정말 끝이라는 걸 실감하는 것.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을 보며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것. 짧아진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그 사람이 더 이상 쓰다듬을 수 없는 머리가 되었다고 중얼거리는 것. 집에 돌아가서 베개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도 없다는 게 이상하게 서운한 것.



이별이라는 건 낮에도 밤 같고 밤에도 낮 같아서 하루종일 머리가 빙빙 도는 것.

시계를 봐도 지금이 몇 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아침 햇살인지 오후 햇살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는 것. 하루가 지나간 건지 일주일이 지나간 건지 감각이 마비된 것. 친구들이 전화를 걸어도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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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건 며칠 밤낮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은 것.

입맛이 완전히 사라져서 물만 마시고 살아도 괜찮은 것 같은 것. 엄마가 해준 음식도 맛이 없어서 한 숟갈 먹고 포기하는 것. 그러다가 갑자기 그 사람이 좋아하던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것. 혼자 그 음식을 시켜놓고 한 입도 못 먹고 버리는 것. 음식 냄새만 맡아도 그 사람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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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건 며칠 밤낮을 먹고 먹어도,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것.

뭔가 자꾸 채워넣고 싶어서 계속 입에 밀어넣는 것. 단 것, 짠 것, 매운 것 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것. 그래도 가슴 한편이 계속 비어있는 것 같아서 불안한 것.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들고 와서 밤새 먹다가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것. 이렇게 먹는다고 그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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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건 다시는 못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덜너덜한 것.

그 사람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것. 길거리에서 비슷한 뒷모습을 보면 심장이 멈춘 것 같은 것. 그 사람이 자주 가던 카페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다가 지우지도 못하고 그냥 덮어버리는 것. 그 사람이 준 선물들을 치우려다가 결국 그냥 그 자리에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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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건 그 사람이 떠난 자리가 너무 커서 아무것도 채울 수 없는 것.

이불을 뒤집어써도 그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것. 샤워를 아무리 해도 그 사람의 흔적이 내 몸에 남아있는 것 같은 것. 그 사람이 좋아하던 노래가 나오면 라디오를 급하게 끄는 것. 그래도 그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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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건 혼자 남겨진 시간들이 너무 길어서 견딜 수가 없는 것.

그 사람과 함께 계획했던 미래들이 모두 허상이 되어버린 것. 함께 가려고 했던 여행지 사진을 보다가 혼자 울음을 터뜨리는 것. 그 사람 없는 내일이 상상이 안 되는 것. 그래도 해는 뜨고 날은 밝아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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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건 사랑했던 만큼 아픈 것.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내 마음까지 미워하고 싶어지는 것. 그래도 사랑했던 시간만큼은 후회하고 싶지 않은 것. 언젠가 이 아픔도 추억이 될 거라고 누군가 말해주지만 지금은 믿어지지 않는 것.



이별이라는 건 그래서 살아남는 것. 매일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것. 그 사람 없이도 숨 쉴 수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달아가는 것. 그리고 언젠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보는 것.


이별이라는 건 그래서 온 세상이 무너져도 결국 일어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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