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 찍은 사진들을 보다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그 꽃은 무궁화야, 그 풀은 강아지풀이야, 하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서 들꽃을 더는 못 보는 것.
산책길에 핀 작은 꽃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름을 알려주던 모습이 떠오르는 것. "저 꽃 예쁘지 않니?" 하던 그 목소리가 너무 선명해서 고개를 돌려보는 것. 아무도 없는 길에서 혼자 서서 꽃을 바라보다가 눈물이 나는 것. 그 사람이 알려준 꽃 이름들을 하나씩 중얼거리다가 목이 메는 것. 이제는 누가 꽃 이름을 물어봐도 대답하기 싫어진 것.
그리움이라는 건 같이 가던 음식점을 들어가고 싶어질까봐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가는 것.
그 골목만 지나가도 가슴이 답답해져서 숨이 막히는 것. 버스에서 내려야 할 정류장이 다가오면 괜히 한 정거장 더 가는 것. 그 음식점 앞을 지날 때마다 발걸음이 느려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결국 참지 못하고 들어가서 그 자리에 앉아 혼자 밥을 먹으며 우는 것. 사장님이 "오늘 혼자 오셨네요?" 할까봐 모자를 깊이 눌러쓰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보고싶은 영화가 있어 혼자 간 영화관에서
습관처럼 뻗은 손을 허겁지겁 집어넣으며 코끝이 찡해지는 것.
팝콘을 사면서도 왜 라지 사이즈를 골랐는지 후회하는 것. 영화가 시작되기 전 옆자리를 힐끔힐끔 보다가 빈 의자만 보이는 것. 커플들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걸 보면서 괜히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 영화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 나고 그 사람과 함께 봤던 영화들만 생각나는 것.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일어날 수가 없어서 끝까지 앉아있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긴 하루 끝 듣고 싶은 목소리가 있어도
더는 걸 수 없는 전화에 마음 아파하는 것.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수십 번 반복하는 것. 그 사람 번호를 누르기까지 했다가 통화 버튼 누르기 직전에 끊는 것.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것. 예전에 남겨둔 음성메시지를 몰래 들으며 그 목소리에 위로받는 것.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혹시 그 사람일까 싶어서 심장이 뛰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오랜만에 하려고 마음 먹은 서랍 정리에
빛 바랜 편지를 보고 엉엉 소리 내어 우는 것.
먼지 쌓인 상자를 열었다가 그 사람 필체를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사랑해"라고 적힌 글자를 손가락으로 따라 그으며 그때 그 마음을 떠올리는 것. 편지 구석구석에 적힌 장난스러운 낙서들까지 다 기억나는 것. 그 편지를 품에 안고 그 사람 냄새를 찾으려 하지만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것. 편지를 버릴 수도 없고 계속 가지고 있을 수도 없어서 그냥 다시 서랍에 넣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그 사람이 입던 옷과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고 뒤따라가는 것.
뒷모습만 봐도 그 사람 같아서 부를 뻔한 것. 돌아선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인 걸 확인하고 부끄러워하는 것. 그래도 그 옷만 보면 자꾸 그 사람이 생각나는 것. 백화점에서 그 브랜드 앞을 지날 때마다 발걸음이 멈추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그 사람이 좋아하던 노래가 나오면 라디오를 끄고 싶으면서도 끝까지 듣는 것.
가사 한 줄 한 줄이 그 사람 목소리로 들리는 것.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 사람이 옆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 노래가 끝나면 현실로 돌아와서 더 쓸쓸해지는 것. 그래도 또 그 노래를 찾아 듣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그 사람과 찍은 사진들을 보다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
사진 속 우리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지금의 나와 비교하게 되는 것.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사진 속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 사진을 지우려다가 결국 포토앨범 깊숙한 곳에 숨겨두는 것. 가끔 술 마신 밤에 그 사진들을 꺼내보며 혼자 웃고 우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그 사람이 떠난 후에도 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
침대 한쪽은 아직도 그 사람 자리인 것처럼 비워두는 것. 그 사람이 쓰던 컵은 아직도 찬장에 그대로 있는 것. 가끔 실수로 그 컵에 물을 따르고 멍하니 바라보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 것.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간절해지는 것.
그 사람 없는 일상에 익숙해져가면서도 더 보고 싶어지는 것. 언젠가 이 그리움도 흐려질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믿어지지 않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그래서 사랑했던 증거인 것.
아팠던 만큼 소중했던 사람이라는 것. 이 아픔조차 그 사람이 남겨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리움이라는 건 그래서 온 세상이 그 사람 흔적으로 가득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