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서 홀로 조용히 주먹을 쥐는 것
친구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데 문득 내가 여기에 없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모든 농담이 끝나고 정적이 흐를 때 혼자만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것. 억지로 웃음을 지으려다가 그 웃음이 너무 어색해서 입술을 깨무는 것. 다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나만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 주먹을 쥔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도 그 아픔이 마음의 공허함보다 작은 것.
발목을 삐끗했는데 "괜찮아?" 하고 물어볼 사람이 없는 것. 버스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진짜 재수 없다" 하고 투덜댈 상대가 없는 것. 산산조각 난 휴대폰 화면을 보며 "아, 진짜" 하고 한숨만 푹 쉬는 것. 이런 사소한 일상의 짜증들을 나눌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 카톡으로라도 "오늘 진짜 재수 없는 하루였어" 하고 보낼 사람을 찾다가 포기하는 것.
"오늘은 진짜 맛있는 거 먹어야지" 하며 배달앱을 열었다가 뭘 시켜야 할지 막막한 것. 치킨에 피자에 족발까지 시켜놓고 첫 번째 한 입에 입맛이 뚝 떨어지는 것. 혼자 먹는 음식이 이렇게 맛없을 줄 몰랐다고 중얼거리는 것. 냉장고에 남은 음식들을 보며 괜히 죄책감이 드는 것. 다음날 또 똑같은 다짐을 하면서도 결국 라면으로 때우는 것.
TV 속 사람들은 그렇게 재미있게 웃고 있는데 나만 혼자 웃고 있다는 게 갑자기 슬퍼지는 것. 웃음소리가 텅 빈 방에 울려퍼지는 게 너무 쓸쓸한 것.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봤을 때는 배 잡고 웃었던 장면인데 지금은 그저 그런 것. 혼자 웃는 내 모습이 누가 본다면 얼마나 이상할까 상상하며 민망해하는 것. 결국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다가 그냥 꺼버리는 것.
"이거 진짜 맛있다" 하고 말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중얼거리는 것.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도 하트 몇 개 받는 게 전부인 것. "다음에 같이 먹자" 하고 말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 것. 맛집을 발견해도 혼자만 알고 있으면 뭔가 아쉬운 것. 괜히 점원에게 "정말 맛있네요" 하고 말을 걸어보는 것.
메뉴판 앞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죄송한데 1인분도 되나요?" 하고 물어보는 것. "2인분부터예요" 하는 대답에 "아, 네" 하고 어색하게 나오는 것. 길 건너편에서 그 음식점을 바라보며 언젠가 누군가와 함께 오겠다고 다짐하는 것. 혼밥족이 늘어났다는 뉴스를 봐도 정작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다 2인분부터인 것. 결국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며 체념하는 것.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져도 마음 한구석은 계속 시린 것. 한 통을 다 먹고 나서도 뭔가 아쉬워서 냉동실을 또 여는 것. 이렇게 먹는다고 외로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 살이 찔 거라는 걱정보다 지금 이 순간의 허전함이 더 큰 것. 다 먹고 나서 빈 통을 보며 더 공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손잡고 걷는 사람들 사이로 혼자 지나가는 게 부끄러운 것. 카페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것.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옆으로 연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시선을 피하는 것.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미리부터 우울해지는 것.
라면을 사는 직장인, 맥주를 고르는 대학생, 아이스크림을 고민하는 주부까지. 모두 각자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 그래도 위로가 되지는 않고 오히려 더 쓸쓸해지는 것. 계산할 때 점원과 나누는 짧은 인사가 오늘 나눈 유일한 대화인 것.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밤까지 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한다는 게 막막한 것. 친구들은 다 약속이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집에 있는 것 같은 것. 월요일이 되면 오히려 안도감이 드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직장에서라도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기 싫은 모순적인 마음.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워지는 것. 정작 혼자가 되면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지는 것.
조용한 방에서 내 호흡소리만 들리는 시간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괜찮다" 하고 중얼거리는 것. 외롭다고 해서 불행한 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것.
외로움이라는 건 그래서 온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