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할 수 있다 하던 모든 말들을 의심하는 시간
아침에 거울을 보며 "오늘은 달라질 거야" 했던 다짐이 갑자기 허무해지는 것.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는 괜찮아" 했던 말들이 새벽 2시가 되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것. 낮에는 그렇게 확신에 찼던 내가 이불 속에서 작아지는 것. "정말 괜찮은 걸까?" 하며 천장을 바라보는 것. 어둠 속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진짜 내 마음과 마주하게 되는 것.
5년 전에 했던 말 한마디가 갑자기 떠오르는 것. 중학교 때 친구에게 했던 못된 말이 지금와서 가슴을 찌르는 것. "그때 사과했어야 했는데" 하며 베개를 뒤집어쓰는 것. 어제 일도 아니고 몇 년 전 일인데 왜 지금 생각나는지 모르겠는 것. 시간이 지나서 바꿀 수도 없는 일들을 자꾸 되짚어보는 것.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가정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
온 세상이 잠들어있는 것 같은데 나만 깨어있는 것 같은 것. 시계 소리만 째깍째깍 들리는 고요한 방에서 혼자 뒤척이는 것. 카톡방들을 들여다봐도 아무도 깨어있지 않는 것. "지금 깨어있는 사람?" 하고 보내고 싶지만 민망해서 참는 것. 새벽 3시, 4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아서 더 외로워지는 것.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꿈나라에 있을 때 나만 현실에 남겨진 것 같은 것.
낮에는 별로 신경 안 쓰던 일들이 갑자기 큰 문제로 느껴지는 것.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 친구들과의 관계, 직장에서의 위치, 앞으로의 계획까지 모든 게 불안해지는 것. 작은 말 한마디에도 "혹시 나를 싫어하나?" 하고 의심하게 되는 것. 평소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새벽에는 다 문제투성이로 보이는 것.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참는 것. 친한 친구에게라도 "잠 안 와" 하고 보내고 싶지만 폐가 될까봐 망설이는 것. 예전 연인 번호를 누르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것. 결국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못하고 혼자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것. SNS를 뒤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보고 더 우울해지는 것.
멀리 보이는 아파트 불 켜진 창문들을 세어보는 것. "저 집에도 잠 못 자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상상해보는 것. 가끔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저 사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궁금해하는 것. 새벽 배송하는 사람들, 야근하는 사람들, 나처럼 잠 못 자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조금 위로받는 것.
평소에 듣던 신나는 노래들은 너무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 잔잔한 발라드나 재즈를 틀어놓고 침대에 누워있는 것. 가사가 너무 슬퍼서 눈물이 핑 도는 것. 그 노래를 들으며 과거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것. 음악이 끝나면 더 조용해진 방에서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드는 것.
몇 줄 읽다가 딴생각에 빠져서 같은 줄을 또 읽는 것. 활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책을 덮는 것. 그냥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는 게 차라리 나은 것 같은 것. 그러다가 또 책을 펼쳐보는 것. 결국 책갈피를 끼우고 옆에 두는 것.
낮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회의가 갑자기 무서워지는 것.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커져가는 것.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려 하지만 더 복잡해지는 것.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워서 잠들고 싶지 않은 모순된 마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해는 떠오를 거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엄마가 이불을 덮어주고 "잘 자" 하던 그 따뜻함이 그리운 것. 내일이 설레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지금 이 복잡한 마음을 설명해주고 싶은 것. "어른이 되면 이렇게 힘들어진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 그래도 그때의 나는 이런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는 걸 아는 것.
슬픔도 더 슬프고 외로움도 더 외로운 것.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날 것 같고 작은 위로에도 감동받을 것 같은 것. 감정의 볼륨이 최대치로 올라가 있는 것. 평소에는 무덤덤하게 넘겼을 일들이 가슴을 파고드는 것. 그래서 새벽에는 중요한 결정을 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
낮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피했던 내 마음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 거짓말하고 포장하고 꾸며낼 수 없는 진짜 내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그래서 힘들지만 그래서 필요한 시간이기도 한 것. 새벽을 견뎌낸 아침의 나는 조금 더 솔직해져 있는 것.
아무리 복잡했던 생각들도 졸음 앞에서는 무력해지는 것. 어느새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과 함께 평안이 찾아오는 것.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새벽의 그 감정들이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맑아져 있는 것.
새벽이라는 건 그래서 온 세상이 고요해도 내 마음만큼은 가장 시끄러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