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넓고 깊은 위로인 것
머릿속이 복잡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자꾸 떠오르는 곳. 버스 시간표를 찾아보며 "바다나 보러 갈까?" 하고 중얼거리는 것. 별다른 계획 없이 그냥 떠나고 싶어질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친구들에게 "바다 보러 갈래?" 하고 물어보다가 혼자라도 괜찮다 싶어서 그냥 혼자 가버리는 것.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바다에 도착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여름 성수기의 북적거리는 바다보다 겨울 바다의 고요함이 더 마음에 드는 것. 찬바람이 불어도 털털털 떨면서 혼자 앉아있는 것. 파도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함이 오히려 편안한 것. 모래사장에 혼자 앉아서 발가락으로 모래를 헤집으며 멍하니 있는 것. 가끔 지나가는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이 많은 걸까?" 궁금해하는 것.
파도에 대고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내뱉는 것. 소리 질러도 바다가 다 받아주는 것. 억울했던 일, 화났던 일, 서운했던 일들을 바다에게 털어놓는 것.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며 혼자 중얼거리다가 파도 소리에 묻혀버리는 것.
햇빛이 바다 위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걸 보면 눈이 부셔도 계속 보고 싶어지는 것. "와, 진짜 예쁘다"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것. 사진을 찍어봐도 이 아름다움의 절반도 담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찍게 되는 것.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이런 순간에는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그냥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지는 것.
잠깐만 앉아있으려고 했는데 어느새 몇 시간이 지나있는 것. 파도가 밀려왔다 나갔다 하는 걸 보다가 최면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핸드폰을 보다가도 자꾸 바다 쪽으로 시선이 가는 것. "집에 가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아까운 것.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자고 했다가 또 한참을 앉아있는 것.
어릴 때는 그냥 신나게 물놀이하고 모래성 쌓는 놀이터였는데 지금은 치유의 공간이 된 것. 파도를 보며 "인생도 저렇게 밀려왔다 나갔다 하는 거구나" 하는 철학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 어른이 되어서야 바다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그때는 몰랐던 바다의 깊이를 이제서야 느끼게 되는 것.
혼자 갈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드는 것.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같은 바다를 보고 있다는 게 로맨틱한 것.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나누는 대화가 더 깊어지는 것 같은 것. "나중에 늙어서도 여기 같이 오자" 하는 약속을 하게 되는 것. 그 사람과 함께 본 바다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 좋은 곳. 바닷바람에 눈물이 금세 마르는 것. "이제 정말 끝이야" 하고 바다에게 선언하듯 말하는 것. 그 사람과의 추억들을 파도에 떠내려 보내는 상상을 하는 것. 슬픔도 바다가 받아줄 것 같아서 마음껏 울 수 있는 것.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바다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수평선을 보며 "저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하고 상상해보는 것.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바다에서 얻어가는 것.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져야지"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
높은 건물들과 복잡한 교통, 시끄러운 소음에서 벗어나 탁 트인 곳에서 숨을 크게 쉴 수 있는 것. 바다 앞에 서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는 것. 그래서 오히려 작은 고민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 큰 세상 앞에서 겸손해지면서도 동시에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드는 것.
내가 언제 와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것. 내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받아주는 것. 판단하지도 않고 충고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함께 있어주는 것.
바다라는 건 세상에서 가장 넓고 깊은 위로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