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에 결국 일어나 소주 한 병을 따는 것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서 밖으로 나가는 것. 목적지도 없이 걷고 걷다가 어느새 몇 시간이 지나있는 것.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괜찮아 보이는데 나만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 같은 것. 걷다가 문득 멈춰서 "아,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며 한숨을 푹 쉬는 것.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계속 그 생각만 맴도는 것.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인 것. 양을 세어봐도, 심호흡을 해봐도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운 것. 결국 포기하고 냉장고를 열어 소주를 꺼내는 것. 혼자 마시는 술이 이렇게 쓸 줄 몰랐다고 중얼거리는 것. 한 잔, 두 잔 마시다가 눈물이 핑 도는 것.
샤워하다가도, 밥 먹다가도, 일하다가도 갑자기 그 순간이 떠오르는 것.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가정들이 끝없이 머릿속을 맴도는 것.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보는 것. 그 상상 속 나는 항상 더 행복해 보이는 것. 현실로 돌아오면 입안이 쓰고 목이 메는 것.
그때 왼쪽 대신 오른쪽으로 갔더라면.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그 순간이 내 인생의 분기점이었다는 걸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바보야, 정말 바보야" 하고 자책하는 것.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는 것. 꿈에서라도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해보는 것. 꿈에서 깨면 또다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게 너무 잔혹한 것. 신에게 기도라도 해보고 싶어지는 것. 점쟁이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전화번호를 눌러도 "현재 사용하지 않는 번호"라는 안내멘트만 들리는 것. SNS에서 그 사람을 찾아도 이미 차단당했거나 탈퇴한 상태인 것. 공통 친구를 통해서라도 안부를 전하고 싶지만 그것도 어색한 것. 편지를 써봐도 어디로 보낼지 모르는 것. 결국 혼자서만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는 것.
친구들이 "또 그 얘기야?" 하는 표정을 지어도 계속 하게 되는 것. "그때 내가 정말 바보였어" 하는 말을 몇 번째 반복하는지 모르는 것. 친구들이 "이제 그만 생각해" 하고 말해도 멈출 수가 없는 것. 혼자 있을 때 그 얘기를 벽에 대고라도 하고 싶어지는 것.
선택의 순간마다 그때 그 기억이 떠올라서 손이 떨리는 것. "또 잘못 선택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아예 선택하지 못하는 것. 그러다가 선택하지 않은 것 자체를 또 후회하게 되는 것. 후회가 또 다른 후회를 낳는 악순환 속에 빠지는 것.
어른들이 "시간이 약이야" 하고 말해주지만 지금은 믿어지지 않는 것. 그래도 언젠가는 그때를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기대하는 것. 그때의 아픔이 지금의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 화낼 수도 없는 것. 오롯이 나 혼자 짊어져야 할 무게라는 걸 깨닫는 것. 그래서 더 무겁고 더 쓸쓸한 것.
이 아픔을 딛고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 후회조차 내 인생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는 것.
후회라는 건 그래서 온 세상이 무너져도 혼자 견뎌내야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