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들을 정리하면서 주고받았던 마음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
몇 달째 서랍 한구석에 있던 그것을 오늘은 정말 버리겠다고 다짐하며 손에 쥐는 것. "이번엔 진짜야" 하며 쓰레기통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는 것. 던지려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가, 또 꺼내서 던지려다가 망설이기를 몇 번 반복하는 것.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며 눈을 감고 확 던져버리는 것. 던지고 나서도 "진짜 버린 거 맞나?" 하며 쓰레기통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것들이 정리할 때가 되면 갑자기 소중해 보이는 것. "어? 이런 게 여기 있었네" 하며 깜빡했던 물건을 발견하게 되는 것. 그 물건에 얽힌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 당시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보니 의미 있었다는 걸 깨닫는 것. "왜 이걸 그동안 방치해뒀을까?" 하며 자신을 원망하게 되는 것.
명백히 쓸모없는 물건들을 보며 "진작 버렸어야 했는데" 하고 한숨 쉬는 것. 고장 난 전자제품, 해진 옷, 말라버린 화장품들을 보며 "왜 이걸 계속 둔 거지?" 하며 어이없어하는 것. 쓰레기봉투에 넣으면서도 "공간만 차지하고 있었네" 하며 자책하는 것. 봉투가 터질까봐 꾹꾹 눌러 담으면서 "이렇게 많았나?" 하고 놀라게 되는 것. 버리고 나면 방이 한결 깔끔해져서 "진작 할걸" 하고 후회하는 것.
"버렸는데 뭔가 빠뜨린 게 있나?" "혹시 중요한 서류가 섞여있나?" 하며 핑계를 대고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것. 사실은 그 편지가 아까워서 찾는 건데 "확인차 보는 거야" 하고 자신을 속이는 것.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면서 "이거 하나만 빼고 다시 버리자" 하고 중얼거리는 것. 편지 봉투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그래도 이건 좀..." 하고 망설이는 것.
그 사람의 필체를 보는 순간 그때 그 마음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것. "사랑해" "보고 싶어" 같은 글귀들이 지금은 너무 멀게 느껴지는 것. 편지 구석에 그려진 작은 그림이나 하트 모양까지 다 기억나는 것. 그때는 당연할 것 같았던 그 사랑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다는 현실이 슬픈 것. 편지를 가슴에 안고 "그때로 돌아갈 수 없구나" 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
분명 소중했을 사람인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당황하는 것. 함께 찍은 사진인데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 가물가물한 것. "참 친하게 지냈는데..." 하며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 그 사람과의 추억들이 조각조각 떠오르면서 "아, 맞다!" 하고 무릎을 치는 것. 그러면서도 연락처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라는 현실을 깨닫는 것.
첫 데이트 때 입었던 원피스, 졸업식 때 입었던 정장, 여행 갔을 때 산 티셔츠들. 각각의 옷마다 스토리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 것. "이 옷 입고 그때 그 사람 만났지" "이거 입고 면접 봤는데 떨어졌었지" 하며 웃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것. 이제는 맞지 않거나 유행이 지났지만 버리기 아까워서 "나중에 입을 수도 있으니까" 하며 다시 옷장에 넣는 것.
한두 페이지 읽다가 포기한 책들, 선물받았지만 관심 없던 분야의 책들. "언젠가 읽겠지" 하고 쌓아뒀던 책들이 먼지만 쌓여있는 것. 그 중에서 정말 도움이 됐던 책 한두 권을 발견하면 "이건 정말 잘 샀다" 하며 다시 소중히 꽂아두는 것. 책을 버리는 것도 마음이 아픈데 "지식을 버리는 기분" 이라며 죄책감을 느끼는 것.
누가 언제 왜 줬는지 기억하며 그때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 지금은 연락도 안 하는 사람이 준 선물을 보며 "그때는 참 좋았는데" 하고 씁쓸해하는 것.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선물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성이 느껴져서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것. "이 사람이 나를 생각하며 골라준 거구나" 하며 다시 소중히 보관하는 것.
몇 년 전 내가 쓴 글인데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그때의 고민들이 지금 보니 사소해 보이면서도 그때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다는 걸 기억하는 것. "나도 많이 변했구나" 하며 성장한 자신을 확인하게 되는 것. 그래도 일기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이건 내 역사니까" 하며 고이 간직하는 것.
"그때 그걸 왜 버렸을까?" 하며 아쉬워하는 것. 필요할 때가 되어서야 "분명 어디 있었는데" 하며 찾게 되는 것. 이미 쓰레기차가 가져간 뒤라서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 "다음번엔 좀 더 신중하게 버리자" 하고 다짐하게 되는 것.
과거의 짐들을 덜어내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공간을 만드는 것. "이제 새로 시작하자" 하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 버리고 나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는 것. 물건만 버린 게 아니라 묵은 감정들도 함께 정리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많은 것들 중에서 정말 남겨둘 가치가 있는 것들을 구별하게 되는 것. "이것만은 절대 못 버리겠다" 하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버리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아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보낼지 계속 결정해야 하는 것. 그 선택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되는 것. 버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 것.
버린다는 건 그래서 정리가 아니라 성장인 것.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
아픔도 추억도 모두 받아들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
버린다는 건 그래서 온 세상에서 가장 아프지만 가장 필요한 정리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