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한달살기 in 장천 (8)

8. 다양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

by 이양고


1. 나는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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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조식으로 시작하는 아침.

무슨 일인지 어제는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눈이며 몸이 몹시 무겁다.



마음 같아선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나 되어서야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데

오늘은 10시부터 순천에 정착한 대표님의 특강이 있는 날이다.


처음 모집 공고를 보았을 때부터

기대를 하고 있던 특강이라

꾀병을 부릴 새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


얼른 아침을 먹고 특강을 들으러 가야지.

다양한 삶의 태도를 들으러 가야지.




두부구이와 오이무침, 가지무침, 김치, 전어회무침, 된장국.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 전 동생이랑 왔던 '책방 심다'를 다시 방문했다.

책방심다의 자리는 협소했지만

한달살기 멤버 10명이 앉기에는 충분했고,

우리는 무릎을 맞대어 앉아 책방심다를 운영 중인

김주은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주말에 동생이랑 방문했을 때

눈도장을 찍어둔 여러 책이 있었는데,

오늘은 특강을 들으러 온 거라

아쉬운 마음으로 여전히 그 자리에 잘 꽂혀있는지만 확인했다.

조만간 다시 방문하고, 그땐 구매해야지.



독립서점의 좋은 점은

대형서점보다 책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책이 없어서

한 권, 한 권 소중히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손으로 쓴 듯한 메모는 덤으로 가져가는 선물같다.



책방심다 사장님은 부산 사람으로,

순천이 좋아 순천에 정착하셨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최근까지

그 동안 살아왔던 삶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요약하여 말씀해주셨는데

다양한 위기가 있었고

위기를 기회로 만든 힘이 있는 분이었다.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내 위기를 어떻게 지내왔나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고,

아카이빙의 일환으로 대표님을 인터뷰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가?

내가 가진 질문 중

'다른 누군가에게도 유효할 것 같은 질문'은?

혼자 할 수 없다면 누구와 함께 하면 좋을까?


4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며 주변을 돌아보고 있지만

아직 갈피를 찾지 못해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목만 계속 길어지고 있는 중인데,

그런 내게 방향성을 잘 찾아보라며

열쇠 같은 질문을 알려주시는 것 같았다.



지역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

그리고 뉴스레터를 포함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


이렇게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안개 서린 거울처럼 흐릿하게 고민하던 것이

한순간 맑아지는 기분을 받았다.


물론 안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한다는 것과

그것을 실행한다는 것 사이에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또, 안다.

돈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 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나는 퇴사 후 막연히

글을 쓰고 싶어서 일을 그만두고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나,를 생각하면

아직은 먼발치에 닫힌 문으로만 존재하는 것 같다.




대표님께 아카이빙의 도구로 인터뷰를 골랐는데

듣고 싶고 묻고 싶은 얘기가 많아

괜찮으시다면 인터뷰를 요청하고 싶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렸더니

언제든 미리 약속만 잡으면 시간을 빼놓겠다고

흔쾌히 말씀해주셨다.


이번 아카이빙 목표가

인터뷰를 한 내용을 잘 다듬어

책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에 대한 내용까지 여쭤 볼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레는 기분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머릿속에 넣고

나는 앞으로 어떤 질문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니

두 시간 전 먹은 아침을 먹은 기억이 싹 사라진 듯

배가 허기졌다.


오늘의 점심은 '순천용은미가'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식당으로

원하는 반찬을, 원하는 만큼 퍼먹을 수 있는 식당이었다.


여름에 먹으면 특히 맛있는 냉국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두 번째 특강을 듣기 위해 왔다.



촬영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는 스튜디오인 모양인지

조명이 알록달록 예쁜 공간이었다.


거울이나 푹신한 소파 같은 것도 있어

특강이 시작되기 전 다들 본인만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했다.





로컬앤컴퍼니 대표님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세스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아이디어,

제작 시에 필요한 것이나

IP 관련된 내용도 세세하게 말씀해주셨다.


보드게임도 만들고,

영상도 만들고,

순천을 알리는 다양한 기념품도 만드시는데,

그 열정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인상 깊었다.





오늘의 일정은 14시가 조금 넘어 끝났기에

다들 오후 일정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몇 명은 유명한 찻집에 간다 하고,

남원 친구는 아카이빙과 계획서를 작성할 시간을 보내러 간다 하고,

우리 방 룸메 당근이는 두피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했다.


룸메들을 다 보내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못 다한 글을 빠르게 써내려가고

호균님을 인터뷰 하기 위해 인터뷰 질문을 빠르게 훑었다.


누군가를 인터뷰 한다는 것이,

그걸 콘텐츠로 만든다는 것이

처음에는 그저 신나는 일로만 느꼈는데

특강을 듣고 나니 더 잘하고 싶어져

부담스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잘해내야지.



호균님과 함께 방문한 카페는 "오르페우"


그저 사무실 같은 외관이라

기대 없이 들어간 카페였다.


아침 8시 30분에 문을 열고,

18시에 문을 닫는 곳.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느라 별 감흥 없이 카페에 들어섰는데

빼곡하게 붙어있는 다양한 포스터와

직접 찍은 듯한 사진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카페 느낌이 너무 좋다며 칭찬을 하자

카페 사장님께서 사진 작가로도 활동하시고

책도 쓰신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어쩐지 느낌이 너무 좋더라구요...

혼잣말인 듯한 감상을 내뱉으며

손을 바삐 움직여 다양한 각도에서 카페를 담아냈다.



특강을 들으며 커피를 마셨기에

카페인이 없는 티를 마실까 하다가

과테말라 디카페인 아래에 있는 문구를 보곤 디카페인을 골랐다.


"두려움 없이 잠드는 것이 잘 사는 일이다"


나는 세상살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순천에서 '느좋'카페를 찾는다면 "오르페우" 추천합니다.

두 번 추천합니다.


과테말라 디카페인 커피도 무척 맛있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시선으로 찍은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인터뷰를 하느라 커피를 다 마시진 못했지만

밸런스 있는 고소한 맛의 커피였다.


다음에 여유로운 시간에 가 홀로 커피를 마시며 사색을 즐겨도 좋을 것만 같은 공간.


커피 맛에 놀라는 건 뒤로 하고,

다음 일정 전 빠르게 인터뷰를 끝마쳐야 했다.


나는 미리 호균님께 전달드렸던 인터뷰 질문들을 포함해서

여러 질문을 드렸고,

호균님은 본인이 왜 여기까지 흘러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인터뷰는 처음이었지만

그저 한 사람의 일생을 묻고 생각을 듣는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그걸 콘텐츠로 잘 풀어내는 건 다른 이야기겠지만.





2.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 시간은 짧았다.

더 많은 것을 묻고

더 깊은 답을 듣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 짧은 인터뷰로 만족해야만 했다.


오늘 들은 이야기를 어떻게 잘 정리해야 할지 고민하며

도착한 다음 일정은 '순천대학교'에서 진행된

"도대체 로컬 자료는 어디서 찾나요?" 하는 강의였다.




교수님께서 다양한 로컬 자료를 찾는 방법과

사이트를 소개해주시는 시간이었는데

아카이빙에 도움이 될까 하고 호균님을 따라온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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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설 논문 쓸 때

눈이 빠져라 자료를 찾던 것이 생각나

홀로 픽 웃었다.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특강을 들으러 오다보니

저녁을 건너 뛰었는데

맛있는 빵을 준비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빵을 먹으며 특강을 들었다.


순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순천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보며

다양한 로컬 자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교수님께서 강의를 진행하셨기에

순천에 관련된 자료를 함께 보기도 했는데,

이건 순천 지역에 떨어졌던 폭격 사진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사진을 통해 순천 옛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덤덤히 말씀하셨는데

나는 저 뿌연 연기 아래 날벼락을 맞았을

수 많은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슬펐다.


역사 공부를 한다는 건

억울하게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것을

담담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고,

그 속에서 역사적 흐름과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알아가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저 저 사진 한장에 담긴

보통 사람들의 애환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순천의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며

관광을 하는 것도 좋지만 순천에 정착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일상적이면서도

더 깊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라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고,

그 인사이트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바닷속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렸다.


저들은 하고 싶은 것이 저토록 확고한데

나는 과연 어디로 흘러와 어디로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