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한달살기 in 장천 (10)

10.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

by 이양고

1. 노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오늘도 조식으로 시작하는 아침.


스테이 두루에서는 매일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조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간밤에 잠이 얼마나 달았는지

8시 30분에 일어나놓고

다시 잠들어버려 9시 44분에 일어났다.


룸메가 아니었으면 조식을 먹지 못할 뻔 했으나

다행히 룸메가 깨워주어서 부랴부랴

눈꼽도 못 뗀 얼굴로 1층에 내려와 앉았다.


생선구이와 분홍소시지, 장조림, 미역줄기무침, 멸치볶음, 순두부찌개로 시작하는 아침.

오늘은 단백질이 많은 식사라 더더욱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올라가는 길에 본 '조식 바구니'

스테이두루는 조식 맛집인데,

방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방 앞에 배달해주신다.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조식이라니.


순천에 여행을 오게 된다면 스테이 두루에 묵어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아침을 얼른 밀어넣고 방으로 올라간 뒤

세수를 하고 11시에 다시 1층으로 집합했다.

아카이빙 계획서와 초대 프로젝트 계획서를 서로 점검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다들 어떤 계획을 짰는지,

누구를 초대할 건지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세 명의 로컬 파트너가 우리 멤버 10명을 담당하기로 해서 각 인원을 담당할 인솔자가 누구인지 전해들었다.


나랑 남원친구는 호균님이 담당 로컬파트너가 되어

다음 주부터 어떤 일정을 짜서 돌아다닐지 간략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아카이빙 주제를 '순천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남원 친구는 순천의 소리를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했다.


호균님은 우리의 아카이빙을 최대한 돕겠다고 했고,

그 일환으로 남원 친구를 위해 장비를 대여해서 가져다 주시기로 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빼곡하니 매일이 물 흐르듯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카이빙 계획을 짜려 달력을 들여다보니

벌써 반이나 흘러간 시간에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늘도 맑은 하루.

순천에 와 얼마나 많은 구름 사진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한 달이 끝난 후

매일 다르게 찍은 구름 사진만 모아서 아카이빙 하는 것도 매력적이겠네.




오늘의 점심은 '약선음식 전문점 '몽미락'

약선음식이란, 전통 한방 재료를 활용해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만든 음식을 의미한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



콩나물 무침, 가지구이, 장조림, 김치 등

많은 반찬이 깔려 있었다.


사실 아침 먹은 게 소화가 안 된 상태라

배가 안 고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밥상이라고 하니 맛있게 먹어야지.





몽미락에서는 물에다 비트를 넣어 '비트 물'을 마실 수 있다.

진한 색깔을 보고 처음엔 흠짓 놀랐지만

맛이 강하지 않아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가운데에 수육과 두부구이가 놓이고,

연잎에 싼 연잎밥이 하나씩 놓였다.


연잎밥은 15,000원으로 정갈하고 건강한 한식을 먹고 싶을 때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




점심을 먹으면 오늘 일정은 끝나는 거라

카페나 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호균님이 법카로 커피를 사주셨다.


숙소 근처에 있는 '그레인앤글로우' 라는 카페였는데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했다.



내가 순천에 머무는 동안

'순천 마을 여행 주간'이라는 단어를 본 적 있는데,

그레인앤글로우도 이런 내용이 있어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가 있었다.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마을에 머물며 회복과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2025 순천마을여행주간’을 처음으로 개최한다.

이번 여행주간은 순천시가 자체 개발한 체류형 치유여행 브랜드 ‘쉴랑게(Shilange)’를 중심으로, 옥천·동천·와온·순천만 4개 권역에서 다양한 마을 체험과 힐링 콘텐츠가 진행된다. 8월은 프리오픈, 9월~10월은 본격 시즌오픈으로 운영된다.

(...)

이번 순천마을여행주간은 ‘나의 첫 번째 마을이 생겼다’는 슬로건 아래, 4개 권역의 마을숙소에서 운영되며 정원 산책, 골목 투어, 야생차 만들기, 공방 클래스, 텃밭 가꾸기, 마을 식사 등 20여 개의 체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출처 : 순천시청 보도자료



순천 마을 여행 주간이라는 걸 개최하고

관광객들이 찾아올 명분을 위해

야생차 만들기, 공방 클래스, 텃밭 가꾸기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건데

이미 순천만정원, 순천만습지, 드라마세트장이나 다양한 맛집이 있어

순천을 좋아하거나 여행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 같았다.



커피 한잔을 사들고 스테이두루 1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평일 오후 맑은 날 스테이 두루 1층에 앉아있으면 마음까지 차분하고 맑아진다.



한참 글을 쓰고 있다가 16시에 사람들과 모여

나이트 가든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순천역 근처로 향했다.



나이트 가든 투어는 말 그대로 '밤'에 정원을 돌아보는 투어인데,

순천만 정원을 해설사 분과 함께 빠르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걷는 속도가 제각각이라

멀리 있으면 해설사의 설명을 듣기 어려운데

한 명씩 오디오 수신기를 받아서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멀리 있어도 해설사의 설명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구름이 폭발하는 시간.

일교차가 커진다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아직 땡볕 아래를 걷는 듯 덥다.


더위를 이겨내며 도착한 곳은 '순천 철도마을 박물관'



다양한 기증품이 있어

오래 전 기차를 타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다시 또 땡볕을 걸어 이동하는 시간.

햇볕이 어찌나 강한지 잠깐만 걸어도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청명하고

해를 쬐는 식물들은 생명을 자랑하듯 푸르다.



어린 아이들은 탈 수 있다는 기차와

실제 기차처럼 만들어진 공간에서 기차 체험도 한 뒤

다시 이동.


나이트 가든 투어를 한 날짜는 8월 29일이었는데,

16시 30분에 모여 21시까지 진행되었기에

중간에 저녁 먹는 시간이 따로 있었다.


저녁을 투어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먹는 건 아니라

문화의 거리에서 적당히 원하는 것을 골라 먹고

한 시간 뒤 늦지 않게 모임 장소로 모이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우리끼리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는 길.

구름이 몽글몽글하고 입체적이어서 자꾸 셔터를 눌렀다.


한참을 걸아가다 만난 쌍둥이 같은 고양이 두마리.

무척 더운 날씨였는데 길에 아무렇게나 누워있어서

물이라도 건네주고 싶었지만 내가 그런 호의를 베풀면

일행들이 기다리게 될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이동한 곳은 '옛날 손만두' 집.

만두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김밥을 좋아하는 나도 있고, 라면이 먹고 싶었던 일행도 있어 안성맞춤인 선택이었다.




만두와 라면, 김밥을 시켰는데

특별하게 기억에 남을 맛은 아니었지만

한 끼를 가성비 있게 잘 해치울 수 있었다.


다음에 문화의 거리에 가게 된다면

또 방문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



특히 나는 참치 김밥을 시켰는데

참치가 실하게 들어있고, 밥이 많지 않아서 내 입맛에 딱이었다.



언제봐도 이런 한옥 구조물은 어여쁘다.



밥을 맛있게 먹고 이동한 다음 코스는 순천의 자랑, '순천만정원'



대형 루피가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해가 지는 시간이 되니

새하얗기만 하던 구름이 시시각각 노을로 물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넓은 정원과

푸른 하늘과

노을빛에 젖어들어가는 구름이라니.


마음이 너무 평화로워서

행복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행복에 젖어 정원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우리는 짧은 시간 내에 순천만 정원을 돌아보아야 했기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4D 어트렉션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3000원을 추가로 내야 체험할 수 있다.

(물론 나이트 가든 투어 중인 우리는 추가 결제 없이 체험할 수 있었다)



어트렉션 체험은 식물원 2층에서 할 수 있는데,

체험을 하러 가는 길에 우드베어라는 캐릭터와 서사가 그려진 만화가 있어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다.



대략적인 서사는,

신비로운 행성 '우드 플래닛'에서 생명력을 잃어가는 '마더트리'를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우주인 '우드베어'의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시시각각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구름.

이런 날씨엔 시원한 곳에 앉아 저물어가는 노을만 봐도

마음이 풍요로울 것 같다.



우드베어 캐릭터 잘 뽑은 것 같다.

식물원에 우드베어 굿즈가 있었다면 당장 구매하고 싶었을 정도.



더군다나 밖은 아직 더운데

실내 체험 공간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아 시원해서 쾌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도 장점.



4D 체험을 하기 위해 안경도 야무지게 쓰고

우드베어들의 체험을 열심히 관람했다.


생각보다 스토리도, 퀄리티도 훌륭해서 재미있게 봤다.

너무 어린 애들이 보면 놀랄 수도 있고,

초등학생부터 2-30대까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짧고 굵게 우드베어 관련 체험을 끝내고 다시 밖으로.



그 다음으로 하러 가는 건 '정원드림호' 라는 배를 타고

순천만 정원에 있는 강을 한 바퀴 돌아보는 프로그램이었다.


해가 이미 할일을 끝냈다는 듯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는데도 그 열기는 미처 사라지지 못한 듯

우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 덕분에 예쁜 사진을 여러장 건질 수 있었지만.



우리가 타는 배는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나이트 가든 투어에는 한달살기 멤버 말고도

개인적으로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투어 측에서 감사하게도

우리 멤버들만 배를 따로 타게 해주셨다.



배를 타고 순천을 돌아보는 건

마치 꿈처럼 달콤했다.


물 위라 공기는 시원했고

적당히 빠르게 흘러가는 주변 모습들이

한 폭의 그림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선상 공연을 본 것이었는데

배 위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공연이 무척 낭만적이었다.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뒤엔 미처 돌아보지 못한 순천만정원을 마저 돌아보았다.


나이트 가든 투어는 21시까지 끝나야 했기 때문에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것이 많았고

다음 주에 동생들을 초대하게 된다면

조금 더 많은 것을 자세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나이트 가든 투어를 올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와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내내 들 정도로 알찬 투어였다.


빠른 시간 내에 순천만정원을 요약해서 둘러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일 듯한 프로그램으로 잘 구성되어 있으니

순천을 놀러가고 싶은 분들에겐 추천.


역시 사람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게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피부로 닿아야만 내 경험이 되는 모양이다.







2.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


어제 와인을 나눠마셨던 친구가

입사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제 막 친해지는 단계였던터라 이별이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그동안 술자리가 있어도 애써 피해왔는데

한 명이 빠진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이 들어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금요일 밤이라 이미 몇 명은 순천을 떠난 뒤라

와인을 마실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모았고,

나 포함 총 8명이 스테이 두루 옥상에 모이게 되었다.


스테이두루 옥상은 에어컨이 없어 무척 더웠지만

우리는 땀을 흘리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나눴다.



서로의 연애 이야기도 나누고

잊고 지냈던 흑역사도 털어놓고 나니

멀어보였던 마음의 거리가 한 순간 훅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여행의 묘미지.



우리는 끊임 없이 먹었고, 마셨고, 이야기했다.


옥상이라 선풍기를 가지고 와 켜두었는데

반대쪽에 앉은 사람들은 선풍기 바람이 잘 가지 않아 더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색 없이, 바꿔달라는 말도 없이 그저 함께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주는 것이 고마웠고

그 고마운 마음을 담아 중간에 마트에 가 탱크 보이를 사왔다.


다들 땀을 흘리며 와인을 마시고 있었기에 탱크보이를 반겼지만,

7개만 구매해온 바람에 내가 사놓고 나는 못 먹고 있었는데, 다정한 룸메가 못 먹은 나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와주었다.


함께 웃고 떠들며 2주차가 흘러가고 있다.

고작 2주만 흘렀을 뿐인데 서로가 애틋한데

4주차가 끝나면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지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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