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설날이 있어?”
베이징대 중국 후배가 물었다. 새해 첫날을 기념하는 게 특별히 중국만의 문화겠는가. 분명 한국과 중국은 설과 추석 등 몇몇 전통 명절이 같고, 비슷한 문화 양식도 공유한다. 그러나 한중 간 전통이나 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는 단순히 개인 차원이 아니다. 국가와 민족이 만드는 문화와 정체성 또는 그 교육에 원인이 있으며, 최근까지 여러 다툼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드라마가 재현하는 전통문화는 익숙하고 친근하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한복이나 한국의 전통 가옥, 설날과 추석의 모습은 중국의 전통문화와 유사성을 띠고 있어, 중국 시청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친숙함이 한류의 동아시아 확산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친숙함은 때로는 논란과 다툼의 불씨가 되었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의 전통을 모방하거나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 중국 내에서 제기되었고, 이러한 논란은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자신과 비슷한 주변국 문화의 기원을 자신에게서 찾게 만든다. 중국 대중은 한류 콘텐츠 속에서 익숙한 전통문화를 볼 때, 자국의 문화로 쉽게 이해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이 설날을 자국의 문화로 주장할 때, 또 한국이 중국의 문화를 훔쳤다고 생각한다.
사실, 설날은 고대 농경 사회에서 형성된 동아시아 문화권의 보편적인 명절이다. 이는 한국·중국·베트남 등 여러 나라가 공유하는 문화적 유산이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은 자신들이 중화문명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모든 전통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베이징대 후배의 질문은 이러한 문화적 자부심과 독점적 인식의 결과물이다. 그가 한국에도 설날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한국의 전통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후배에게 설날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가족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복을 기원하는 중요한 명절이라고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그에게 설날이 중국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듯 보였다. 나는 그 순간, 전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해석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한국 역시 이러한 전통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한국은 전통을 통해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때로는 지나치게 전근대적인 전통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전통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결과일 수 있다. 전통을 과거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한 만큼, 그것을 현대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발전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전통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거나 고정된 틀로만 보려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현재의 문화적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결국,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 간의 전통에 대한 다툼은 단순히 문화적 기원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이다. 설날을 둘러싼 논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한국이 설날을 기념하는 방식은 중국과 다르지만, 그것은 한국 문화가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는 베이징대 후배와의 대화를 통해 전통이 단순히 한 나라의 소유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교차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전통의 기원을 둘러싼 다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전통을 어떻게 현재의 맥락에서 살아 숨 쉬게 하고, 그것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을 바라보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키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