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nna, Day 10

Life goes on and on.

by 그냥 하자
KakaoTalk_20250926_212538911.jpg 인생은 회전목마 우린 매일 달려가


인생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즐거운 날이든 슬픈 날이든 몸이 아프든 건강하든 하루하루는 그저 똑같이 흘러갈 뿐이다. Day7부터 컨디션이 살짝 좋지 않았다가, Day8 춥고 비 오는 날 돌아다녀서 결국 탈이 났었다. Day9에 하루 종일 골골대다가 Day10인 오늘은 겨우 나아가고 있고 내일쯤이면 정상 컨디션의 85% 정도는 돌아올 것 같다. 아내는 늘상 내가 걸리던 감기가 걸릴 때였던 것이라고 했는데, 때마침 비 오는 날 돌아다녀서 제대로 걸린 것 같다. 육아휴직 중인 데도 회사에서는 계속 연락이 온다. 물론 일 자체가 내가 애정을 갖고 있는 사업이었던 것이기도 하지만, 해외 와서까지 계속 연락을 받으니 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다 지쳐버렸던 것일까? 그래도 한낮에 반팔 입고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패딩 입는 날씨로 바뀌는 것은 너무 하잖아. 하여간 먼 타지에 와서까지 환절기 감기 치레를 제대로 했다.


그래도 오늘은 좀 살만했기에, 그리고 둥이 유모차 방풍커버를 꼭 오늘 구매해야 했기에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가는 길에 들렀던 이탈리안 식당에서 맛난 식사를 해서 컨디션은 조금 회복이 되었고 목적지였던 우리나라의 아기용품점(베이비플러스, 링크 맘, etc) 같은 곳에 도착했다. 아마도 아랍계로 보이는 주인 부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생각보다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서 의아할 정도였다. 오늘로써 10일째인 비엔나 생활인데, 평소 마트에서 말도 건네지 않던 캐셔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였다. 아기용품점이라서 더 그러했던 것일까? 마침 둥이 유모차에 딱 맞는 범용적인 방풍커버를 기분 좋게 구매하고 길을 나섰다. 아까 이태리 식당에서 나올 때 아내가 눈여겨봤던 카페로 간다. 참고로 아직 우리는 정통 빈 카페는 가지 않았다. 그 예술가들이 늘 가서 이야기하고 노닥거렸다(?)는 그 까페들 있지 않은가. 뭐, 아직 시간이 꽤 남았으니 그런 곳들은 천천히 가보려고 한다.


어쨌든 아내가 말한 카페MaMaLiPa Coffee & Babylounge로 갔다. 아내가 여길 얘기했던 이유가 베이비라운지라고 되어 있어서 우리 둥이도 놀 수 있을까? 란 것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예약제로만 받는다고 한다. 그 점은 아쉬웠지만 우린 직원의 엄청난 친절 속에 여기서 커피도 마시고 둥이 기저귀 갈기, 분유 먹이기까지 눈치 보지 않고 처리하였다. 아까 아기용품점과 더불어 이 동네가 뭔가 특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속해서 느낌이 좋았다. 커피 맛 또한 좋았으며, 직원이 추천해 준 다크초콜릿이 들어간 크로아상은 까다로운 ― 이라고 본인이 주장하고 내가 보기에는 달달구리를 정말 좋아하는 ― 아내의 입맛에도 합격이었다. 그렇게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묻지도 않았는데 인근의 맛난 식당까지 추천해 준 직원에게 감사의 팁을 얹어 결제를 하고는 벨베데레, 그중에서도 유명한 클림트의 'Kiss' 작품이 있는 벨베데레 상궁Unteres Belvedere으로 향했다.


우리에게는 무적의 분데스뮤지엄 카드가 있으니 티켓 카운터는 가뿐하게 스킵하고 입구로 향한다. 장기 체류자에게는 정말 좋은 카드이다. 역시나 이곳도 기독교 회화들이 가득했다. 누차 말했듯 종교인이 아니다 보니 관련 내용에 무지한데, 조금 더 공부해서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Chat GPT 가라사대..
"서로마제국 멸망 후 유럽은 중앙 정치권력이 무너지며 각지에 혼란과 권력 공백이 생겼고, 유일하게 체계적인 조직력, 재정, 지식, 도덕규범을 가진 기독교 교회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교회는 행정·교육·복지까지 담당하며 유럽 전역에서 사회적 신뢰와 권위를 쌓아가, 자연스럽게 정치와 문화의 중심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
"이후 군주와 정치 지도자들은 교회와 손잡고 권력을 강화했고, 교회는 백성의 교육·윤리·법·행정까지 깊이 관여해 일상 전반을 이끌었으며, 수도원과 교회는 학문, 예술, 문학, 과학을 보존·발전시키며 지식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삶의 모든 의식과 예식(세례, 결혼, 장례 등)이 기독교 의례를 기반으로 형성돼, 신앙이 개인·사회 정체성의 핵심이 되었으며,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이 법, 도덕, 문화, 예술 모든 분야에 뿌리내리면서 중세 유럽 서구 문명의 근본을 이루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방문객들의 관람목적 1순위는 클림트의 'Kiss'일 것이다. 직접 나의 두 눈으로 맞이한 그 작품은 우선 꽤 컸다. 그리고 실제 금박을 입혔기에 가까이서 보면 황금색 광택이 느껴진다. 그림에 이런 금박을 입혔다는 것도 정말 혁신적인 기술인 것 같은데 그걸 이렇게 몽환적이고 관능적으로 표현하다니. 정말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인물들은 남다른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와 여자가 일체화되어 하나같이 보이는 듯한 착시, 여자 얼굴의 홍조와 손가락 끝의 긴장된 모습까지 보면 볼수록 오묘한 맛이 있는 그림이었다.


또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Judith 1'이었다. 사실 미술사박물관에서도 이런 제목의 그림들이 많이 있었던 지라 어떤 건지 궁금했는데 클림트의 그림까지 보니까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성서 속의 영웅적인 여성인물인데, 홀로페르네스Holofernes라는 적장의 목을 벤 영웅이자 팜므파탈의 이미지까지 겹쳐져 서양의 많은 화가들이 모티브로 삼은 것이라 한다. 실제 작품은 액자 위에 JUDITH 그 밑에 HOLOFERNES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 이 작품 또한 금박이 입혀져 있다. Kiss만큼 크진 않은데 금박의 이미지는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관능적인 표정과 황금빛 초커. 한쪽 가슴은 드러나고 반대쪽도 시스루로 비춰 보인다. 칼로 벤 적장의 얼굴은 겨우 반 정도만 아래에 어둡게 표시되며 유디트의 관능적인 표정과 여성성이 극히 부각되어 있다. 다른 미술관에서 봤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이미지여서 인상 깊었다.


이 외에도 그 유명한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그림도 인상적이었고, 에곤 쉴레의 작품들도 좋았다.


많은 작품들을 본 것도 좋았지만 오늘 가장 뿌듯했던 것은 아내가 만족할만한 사진을 많이 찍은 것이다. 집에 돌아와 글을 쓰는 와중에 "음 요거 맘에 든다.", "이것도 괜찮네"라며 연신 흡족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니 오늘 할 일은 다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미술사박물관, 알베르티나, 그리고 오늘의 벨베데레까지. 가장 중요한 미술관 3군데는 간단히 훑었다. 다만 둥이를 데리고 움직이느라 좀 더 깊게 온전히 감상에만 빠지기는 쉽지 않았지만, 우리는 한번 다녀가는 관광객이 아니고 한 달 넘게 머무는 장기 체류자가 아닌가. 그리고 무적의 분데스뮤지엄 카드가 있으니. 다음 주 평일에는 아내와 교대로 둥이를 보며 한 번씩 더 다녀올 생각이다. 오디오가이드까지 대여해서 감상에만 빠지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하루에 겨우 한 가지 일정을 소화하는 정도이지만, 욕심부리지 않아야 한다. 우린 여행이 아니라 육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글을 쓰며 "휴 너무 힘들다, 남들한테 추천은 못 해주겠어"라고 하니 아내는 갸웃한다. "나는 그래도 좋아. 힘들어도 또 가자." 물론 나도 또다시 선택하라 해도 여행을 떠나는 것을 선택하긴 할 것 같다. 아플 때 다독여주며 약 사다 주고, 먼 타지에서도 김칫국 같은 김치찌개 끓여주는 아내가 있기에. 물론 또 투덜대면서 힘들다고 불평은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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