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nna, Day 29~30

예술이란 무엇인가?

by 그냥 하자


Day 29

이 번주 수/목도 아내와 교대로 나가는 날이다. 수요일은 아내가 또 자유시간을 가졌다. 나는 둥이를 보며 지냈는데, 이 날도 참 힘들었다. 잘 먹고 잘 소화시켰다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나 보다. 아니면 그냥 컨디션이 좋지 못한 날이었을까? 둥이는 계속 울었고 내 어깨에서 몇 번이고 토를 했다. 아기띠를 하고 있을 때도 울고 눕혀놔도 울고 엎드려놔도 울고 계속 울었다. 개인적인 집안일도 좀 생기고 참으로 힘든 하루였다. 우리 둥이에게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또 짜증을 냈다. 오후에 엄마가 돌아오니까 둥이도 좀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좀 웃어주는 우리 둥이. 부족한 아빠여서 미안하다 둥이야.


Day 30

간만의 자유시간, 또다시 미술관으로 향한다. 요약하자면 벨베데레 상궁, 알베르티나 모던, 알베르티나, 그리고 미술사박물관까지 총 4군데를 방문했고 전부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하루였다.


다행히 벨베데레는 지난번 방문보다 사람이 적었다. 앞선 글에도 언급했듯이 그때는 우리네 추석과 중국 춘절이 겹쳐서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래도 오늘은 사람이 적었다. 클림트의 '키스' 앞에서 독사진도 찍었으니 그 나름의 한가로움을 알 수 있으리라. 몇 개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들을 눈에 담고 가슴에 담는다. 벨베데레는 이로써 3번째 방문을 하였다.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알베르티나 모던도 3번째 방문이다. 두 번째 방문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제대로 만나게 되었고, 오늘은 기대했던 '관객 체험 퍼포먼스'를 실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러웠다. 실제 재현된 퍼포먼스는 총 2개였고 첫 번째는 그녀의 대표작품인 Imponderabilia(*내가 이름 붙인 것은 '나체 입구')였다. 그런데 물리적 접촉이 강제되었던 당시의 퍼포먼스와는 달리 이곳에서의 재연은 나체의 남녀라는 설정은 동일했으나 거리가 훨씬 멀리 떨어져 서 있었기에 아무런 접촉 없이 그 가운데를 지나갈 수 있었다. 강제적인 물리적 접촉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 실제 접촉이 있었다 하더라도 원작의 임팩트 까지는 없었을 것이 당연한데, 전혀 터치 없이 그냥 쑥 지나가버릴 정도였기에 좀 맥 빠지는 체험이었다. 실제 원작은 거의 50년 전이니 그 시대적 맥락의 변화, 그리고 실제 물리적 접촉으로 발생하는 긴장감의 차이가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또 한 가지는 직접적인 체험은 아니었다. 마리나와 똑같은 사이즈의 해골을 나체로 누운 그녀 위에 얹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 것을 한 퍼포머가 재현한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것도 생각보다 임팩트가 너무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재연'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앞선 회차에서 언급했던 마리나와 울레이 두 사람의 2018년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퍼포먼스 행위'의 재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마리나는 재연에 대해 옹호하는 반면, 울레이는 반대한다. 마리나는 예술은 반복을 통해 살아난다고 말하며 울레이는 예술은 순간이라 말한다. 당연히 정답은 없는 것이지만 나는 울레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 '관계' 속에서의 그 '순간'만이 살아있을 뿐, 어떻게 지나고 나서 그 '순간'을 그대로 살려낼 수 있을까? 물론 그 행위의 '의미'를 복제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나는 그 방식보다는 울레이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현실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편이었다. 그녀는 2010년 퍼포먼스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었고 예술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게 되는 반면 울레이는 이후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다 암에 걸리고 2020년 사망하게 된다.


이 후로 알베르티나 미술관을 방문하고 미술사박물관을 또 다녀왔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 꽤 많은 시간을 '예술'에 빠져 지낸 것 같다. 지나고 나면 기억에서 휘발되는 것들도 있을 것이고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가끔 생각나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많은 그림들이 생각나고 또 잊혀지고 할 것이다. 공연도 마찬가지겠지. 그런데 알베르티나 모던에서 만났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울레이는 아마도 쉬이 잊혀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았지만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삶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예술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에 정답은 없다. 어떤 삶을 살아가든 그 삶에는 그 만의 색과 향기, 리듬이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이니 삶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펼쳐낼지, 순간순간의 선택이 그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고 그만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한 달 남짓의 짧은 시간이지만 빈에서의 경험들이 내 인생이라는 예술 작품을 조금은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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