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오늘은 15화

장모님 숟가락에 반찬 얹어주기

오늘은

by 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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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연하 커플인 연예인 부부가 토크 프로그램에서

아슬아슬했던 결혼생활을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한 눈에도 센 언니 스타일의 아내가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는데 다른 여자 깻잎을 떼 주더라구, 그게 말이 돼?”


그게 무슨 문제냐 부터 그건 절대 안 되지 등등

좌중은 때 아닌 깻잎 논쟁을 하느라 후끈해졌다.

거기에서 시작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방송마다 다시 깻잎 논쟁이 자주 오르내린다.

거기에 하나 더 얹어 패딩 논쟁까지

한 번 얘기가 시작되면 신기하게도 의견은 팽팽하게 맞선다.

지난 주말에 방송됐던 예능프로그램에서 문제의 논쟁 이야기가 나왔다.

깻잎은 거치지도 않고 패딩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내 남자친구가 내 절친의 패딩 지퍼를 올려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돌 출신 여성 게스트에게서


“미쳤어!”


라는 말이 툭 튀어 나왔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엄마들에게 넘어갔는데

세 엄마는 ‘안 되지.’ 하는데

가장 형님뻘인 한 엄마가


“그게 뭐 어때서? 바지도 아닌데.”


라고 말하니 순식간에 폭소가 터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경우에는 안 된다, 이다.

깻잎?

두 장이 잡히면 그냥 두 장 먹으면 되고

잘 안 되면 그냥 다른 반찬 먹으면 된다.

패딩

차분하게 지퍼 끝을 잘 맞추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그래도 정말 안 되는 거라면 친구의 남자친구가 한다고 해서 올라갈리 없다.

그냥 여미고 가든가 열어놓고 가든가.

실은, 내가 그 절친이라면 그게 편하겠다는 말이다.

친구 커플을 나 혼자 만날 일이 있지도 않겠지만

혹여 상황이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도

친구의 연인이 내 반찬에 젓가락을 대는 것도 싫을 것 같고

내 옷을 잠가주는 것도 세상 불편할 것 같다.

그렇다고 꼭 절친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건 아니다.

여행 동호회를 따라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나를 그 곳에 소개해준 B언니도 있었고, 나는 K와 함께였다.

참가자의 구성은

부부가 다섯 팀 혼자 온 남성이 두세 명 쯤 있었고

나머지는 혼자 온 여성들이었다.

그러므로 혼자 참석한 남성들과 부부 중 남편들은

전세 버스가 출발하거나 도착했을 때 캐리어를 싣고 내리는 일을 함께 했다.

K가 그런 상황에서 혼자 겉 돌지 않았으니 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B의 생각은 달랐던가 보았다.

여행을 다녀온 지 5년이나 되었는데 새삼 그 때 얘기를 꺼냈다.


“그래도 내가 너하고 꽤 오래 알던 사이인 줄 알 테니

네 남편이 가방도 들어주고 이것저것 챙겨 줄줄 알았어.”

“.......”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아니 왜?????”


라고 묻고 싶은 걸 참았다.

아마도 나는 겁나 옹졸하고 욕심많은 질투의 화신인가 보다.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어서

숟가락에 국에 만 밥을 떠서 들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문득 밥을 먹으려고 보니 숟가락 위에 진미채가 살포시 올려 있었다.

어?

하면서 마주 앉은 딸과 사위를 번갈아 쳐다보니

딸의 숟가락 위에도 똑같이 진미채가 올려 있었고

사위와 눈이 마주치자


“습관이 돼서요.”


라며 씩 하고 웃었다.

주착이라도 어쩔 수 없다.

그 순간 볼 주변이 따뜻해지며 숟가락을 든 손이 살짝 떨렸다.

잘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엄청 잘생겨 보이고

있지도 않던 미움조차 사르르 녹아내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깻잎도 패딩도 애초에 논쟁의 가치가 없었다.

깻잎장아찌는 사랑하는 사람만 떼 줄 수 있고

패딩지퍼 역시 내 사람이 올려 줘야 한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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