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일기 (5)
어제까지 크게 변화 없던 증상들이
오늘은 조금씩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 사이 체중이 1kg 늘었다.
집 안에서 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점심 먹고 삼천 걸음, 저녁 먹고 삼천 걸음
사실상 걸음 수를 채웠다는 자기만족일 뿐
운동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조차 하지 않고 매일 산처럼 쌓아놓은 과자 까먹으면서 방 안에만 있는 K에게
스태퍼라도 하라고 했다.
운동을, 안하면 안했지 깨작거리는 건 취향이 아닌 줄 알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 분이나 했을까?
어느 새 안락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계신다.
땀 한 방울 없는 뽀송한 얼굴로 말이다.
그러더니 불쑥 가만있는 단추를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단추야! 격리 해제 되고 나면 말이야, 산책 20키로 하자.
아예 목요일 0시에 나갈까?“
좀처럼 몸을 가만히 놀리는 성향이 아니니
그 갑갑증이 오죽하랴 싶었지만 단추 표정은
“제...제가 왜요?? 저한테 왜이러시는 거예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냉큼 자기 방석위로 올라가 엎드린다.
체중이 늘었다고 했더니
“그래? 난 그대론데?”
라며 체중계에 올라가보더니
“어? 아니네?”
한다.
쉽게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빼도 박도 못 할 상황이 되었을 때에는
별일 아니라는 듯 인정해 버린다.
애초에 누가 먼저 감염이 된 건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양성 문자를 받았을 때
“고오맙소. 좋은 선물 해 줘서.”
농담을 했다. 농담이었는데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는지
검사 전, 내가 몸살을 앓았던 것이 시작이었던 거 아니냐고 K가 반박했다.
강의실에 사흘거리로 확진자가 두 명 나왔으니 모르는 일 아니냐고 했는데
수긍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지난 금요일에(K가 확진 받은 날) 수강생 중 두 명 더 양성이 나왔다더라고 한다.
거기서 감염이 된 게 맞나보다고도 했다.
별로 신경 안 쓴다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화가 났다.
원인은 자기한테 있었는데 아프기는 내가 더 아프고 보니 그랬나보다.
공간이 제한되니 마음도 따라 좁아지는 것 같다.
이제 그럴 때가 되기도 했다.
K 5일차, 나 4일차
아직 남은 시간이 영원처럼 멀게 느껴지지만
그럴 때마다 ‘격리가 해제되면’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면서 추슬러본다.
격리가 해제되면
바다를 보러 가야지
시장에 가서 들기름도 짜고 참깨도 사고 오이가 싸졌으면 오이김치도 담가야지
격리가 해제되면
예전 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광장시장에 가서 빈대떡에 막걸리도 먹고
사진기 들고 남산에도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