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문득 그립고 때로 서러운 이름
K2가 여섯시 삼십칠 분 열차표를 끊었다고 했을 때
이기 무신일이고 했었다.
ktx고 새마을, 무궁화호고 남은 표가 달랑 그 거 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올 일이 뭔가 했더니 그 날이 어버이날이었다.
종점근처 살면서 전철에 앉아서 가는 것보다 아침잠 30분 더 자는 게 중요한 삼십대다.
게다가 월요일 출근을 해야 하니 왔다가 당일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인 줄 알기에
무리 아니겠냐고 말은 했지만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았다.
걱정이 되는 마음도 진심이고 보고 싶은 마음도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챙겨준 어버이날은
한 번도 뻔하거나 그저 그런 날이었던 적이 없다.
어제 K2는 새벽차를 탔고
아이가 도착하기 전에 점심준비에 사용할 식재료가 먼저 집으로 배송됐다.
옅은 하늘색과 흰색 그리고 자잘한 꽃으로 만든 카네이션 꽃다발과 함께 아이가 집에 왔다.
어버이 취향을 고려한 파스텔톤 카네이션 꽃다발은 평범함을 거부했다.
기차표를 끊었던 날, 아이가 가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은퇴자 가족이라 주말에는 밖에 안 나간다며 집에 있는 게 좋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의논한 끝에 K2가 부재료를 준비하고
K1이 생선을 준비해서 점심에 스시를 만들기로 했던가 보았다.
아이들이 집에 왔는데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내가 할 일은 없었다.
소파에 깊숙이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주방은 일사불란하게 돌아갔다.
어떻게 찾아내는지 쌀을 씻어 밥을 짓고
회칼을 갈아 회를 떴다.
바로 눈앞에서 직관하기에 K1의 칼질은 영판 불안하고 어설펐지만
한 점씩 썰어 고추냉이를 묻히고 밥을 쥐어 초밥을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접시에 올려 놓아준 것을 경건한(?)마음으로 한 입 먹었다.
오! 세상에
신기하다.
맛있다.
이 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오마카세라고 했다.
회 타임이 끝날 무렵 K2가 준비한 고등어소바인가? 뭐 암튼
생소하지만 희한하게 궁합이 잘 맞는 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디저트는 망고셔벗이었는데
그 것 역시 어버이날이라 어버이 취향에 맞춘 거라고 했다.
(솔직히, 어버이라기보다는 어머니 취향이겠지.)
점심도 저녁도 아닌 오후 네 시의 식사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일곱 시 오십 분 기차시간 전까지
아이들의 어버이날 이벤트는 꽉 채워졌다.
어느 곳 하나 부족하거나 서운한 부분은 없었다.
헤어지는 인사를 하면서
바쁘고 힘들 텐데 시간 내서 이런 자리 만들어줘 고맙다고 했더니
k2가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짐짓 장난스러운 몸짓을 섞어 폴더 인사를 한다.
나를 엄마로 선택해줘서 내가 고맙지, 라고 했다.
“내가 선택한 건가?”
K2의 장난기 어린 말에 아주 짧은 순간 움찔했다.
말로는, 그렇지 세상에 수많은 엄마들이 있는데
그 중 나한테로 왔잖아. 라고 했지만
아이의 그 말은 이후로도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아니지, 선택할 수 있었다면 재벌이나 학자나
하다못해 김태희같은 예쁜 엄마를 선택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아이들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한 건 미안함도 진심이고
고마운 마음도 진심이다.
‘니들만 잘 살면 돼, 난 괜찮다.’
‘손가락이 부러졌냐? 어떻게 전화도 없냐?’
가 단골 멘트였던 엄마도
아마 두 마음 모두 다 진심이었을 거다.
지금 내 마음이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