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M은 A의 직장 동기였고 P는 내 친구였다.
P를 통해 A를 알게 됐고 A가 M을 소개했던가?
뭐 암튼 알게 된 경로는 그랬는데
알고보니 M과 나는 ㄱ시에서 이미 이웃으로 살고 있었다.
그 무렵 각각 여섯 살 딸이 있었고
저층아파트의 5층에 첫 집 장만을 했다는 점이 같았다.
M의 남편은 탄탄한 중소기업에 근무했고
나의 남편 K는 금융공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사교성이 좋고 유연한 성향을 가진 M 덕분에
M의 옆집에 살던 T의 가족까지 세 팀이 술자리도 종종 가졌다.
술 마시기를 즐기는 코드가 찰떡처럼 맞는 남편들을 보며
T는 질색을 했고 M은 같이 마셨고 나는 그게 재미있었다.
남편 직장 근처로 가느라 M이 ㄱ시를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은 연락을 하거나 한 번씩 얼굴을 보면서 지냈다.
연락도 소집도 항상 M이 먼저 했다.
어느 무렵부터인가 T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해서
얼마간은 두 가족이 만나기도 했는데 그마저 서서히 뜸해졌다.
M의 남편이 군산으로 직장을 옮겨 주말부부가 된 것도 이유일 수 있겠고
그 사이 아이들 입시시기를 지났고 우리가 미국에 갔고 등등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만날 수 없는 이유보다 관심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가끔 통화를 한 번씩 하기는 했는데
어쩐지 대화 소재가 빈곤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여섯 살이었던 K2의 결혼을 앞두고 M이 생각났다.
스몰웨딩을 하느라
신랑신부와 친구 동료 포함 양쪽 합쳐 초대인원을 백 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엄마 친구까지 초대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한동안은 아이들끼리도 어울렸고
엄마끼리 친구이니 최소한 연락은 해야겠다 싶어 M에게 전화를 했었다.
연락은 하지만 초대는 못한다는 난감한 얘기를 어렵게 했다.
그런데 정작 난감한 일은 결혼식 날에 있었다.
초대 못한 것도 미안한데 M이 남편과 아이까지 함께 결혼식장에 와서
말 그대로 감회어린 눈빛으로 결혼식 장면을 촘촘히 바라보고는
식사도 하지 않고 휑하니 자리를 떠났다.
아마도 여섯 살 때의 신부를 떠올렸을 것이고
그 시간만큼 흰머리가 는 자신의 모습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다 결혼식 참석 보답 명분의 식사를 함께 했다.
사람은 그 사람들인데 어쩐지 분위기는 예전의 그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공백이 너무 길어서 였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혹은 술 한 잔을 하고 나면 곧 마음이 열리게 마련일 텐데
이상하게도 대화는 자주 끊겼고 어쩌다 이어진 대화마저
공감대를 찾지 못하고 허공을 맴돌다 주변 소음에 섞여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또 4년이 지났다.
M이 딸의 e-청첩장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한 달 반이나 남은 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알람까지 설정해 놓았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 반드시 가려는 마음 주변으로
꼭 가야하나? 아 그냥 집에서 쉬고 싶다, 라는 마음이 강하게 유혹했다.
성북동 숲속 갤러리에 차려진 결혼식장은 사랑스러웠다.
오월이었고 햇살은 화사했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웨이트리스 들이 와인 병을 들고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고
오월햇살을 조명처럼 받고 서서 신부는 화사한 미소로 손님들을 응대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K와 나는 있지도 않은 다른 결혼식을 핑계로 그 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결혼식장에서의 화사했던 날씨는 어디로 가고
정릉 언덕을 걸어서 내려오는 내내 세찬 바람이 따라왔다.
결혼식 간답시고 차려입은 린넨 원피스 안으로 어깨며 팔뚝이 시렸다.
어제 M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혼식에 참석해줘서 고마웠다는 인사 전화였을 텐데
얘기를 하는 내내 나는 곳곳에서 그녀의 의도와 상관없는 말이 자꾸 귀에 꽂혔다.
신랑 집 형편이 좋지 않아 신부 아빠가 서울 전철역 근처에 전세를 얻어줬고
차를, 그것도 제네시스를 뽑아 줬는데
그걸 해줄래서 해준 건 아니고 아들에게 같은 차를 사주고 나니
어쩐지 공평해야 할 것 같아서 하나 사 준거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타던 차를 (중고차 가격이 새 그랜저보다 비싸다는)
남편이 M에게 사 주었다고도 했다.
두 아이에게 한 달에 백만 원씩 용돈을 지금까지 주고 있으며
우리가 이웃하며 살았던 그 집이 재건축 돼서 이십억쯤 하는데 그 것은
아들 결혼하면 줄 거라고 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팔아치운 그 집을 그 친구네는 가지고 있었고
직장근처에도 재건축 될 아파트를 두 채나 사서 재건축이 되었고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역세권 아파트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얼마 전에 산 아파트가 또 있다고 했다.
사는 동안 내 주변에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최소 백억 이상의 부동산 부자가 바로 M이이었다.
친구는 그냥 자기 얘기를 한 것뿐이었다
사흘 전에 먹은 순대볶음이 보통맛이었는데도 엄청 매웠다.
어쩐지 미린다를 공짜로 주더라니.
요즘은 좋은 음식이 있을 때면 소주 한 병을 K와 둘이 나눠 마시면 딱 알맞다.
그런데 다음날 이상하게 배가 아팠다.
순대볶음 때문인지 소주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증상이 처음이 아니라서 그럴 때면 아침에 커피를 안 마시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순한 음식을 먹다보면 그냥 낫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 날에는 두통과 무기력증까지 동반됐다.
오후부터 열네 시간을 자고 어제는 좀 빤한가 싶어 점심 저녁을 모두 샌드위치를 먹었다.
M과 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뱃속에 가스가 차서 요동을 쳤다.
오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뱃속이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뒤틀리며 아프다.
아무래도 이건 순대볶음 때문이 아니라
친구가 부자가 되니 배가 아픈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