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냄새’를 사전에서 찾으면,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향내 구린내 따위)라고 하고
‘향기’는 꽃 향 향수 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 라고 돼 있다.
즉, 냄새의 의미가 포괄적이라면 향기는 주로 좋은 냄새를 말할 때 쓴다.
청년시절의 K가 우리 집에 올 때면
출입문에서 바로 욕실로 가 발을 먼저 씻고 나왔다.
발에 땀이 많아 신발을 벗으면 발 냄새가 심하다는 것을 본인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K의 양말은 늘 흡수가 잘 되는 면소재로 사 줬고
신발도 서너 켤레를 번갈아 신을 뿐 아니라
자주 세탁업체에 맡기기도 해서인지 한 동안은 잊고 지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단추 산책 후 집에 와서는
캠핑 자충매트 점검을 한다며 공기가 완충된 매트 위에 서로 엇갈리게 누워봤다.
쿠션은 적당한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어디선가
머리칼이 주뼛 설만큼 지독한 냄새가 스쳤다.
단추가 방귀를 뀌었나? 싶어 쳐다보니
단추 특유의 매우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는 것 같다.
가만 보니 냄새는 K쪽에서 나는 것 같았다.
그 때 눈에 들어온 K의 맨발.
얼마 전, 양말을 신고 메쉬소재 여름 컴포트화를 신은 K를 보고
딸이, 그 신발은 양말 신고 신는 거 아니라고 한 마디 했었다.
그러고 보니 해마다 여름이면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됐었다.
맨발로 그 신발을 신고 나갔다 오는 날이면
거실 바닥에는 축축한 발자국이 찍히고 집 안에 순식간에 발냄새가 진동했다.
신었던 신발을 무심코 다시 신고 나면 냄새의 확산 속도는 더 빨라져서
세탁을 하지 않고는 그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K는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 발을 씻었고
이후로는 어쩔 수 없이 양말을 신고 다른 운동화를 신었다.
지난 번 K2가 집에 왔을 때
“엄마 방에서는 좋은 냄새가 나는데 아빠 방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나.”
라고 했다.
냄새의 근원은 발냄새 만은 아니었던 거다.
큰 아이가 같이 살 때 아이 방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났었다.
세탁을 하려고 내 놓은 침구나 빨랫감에서도 아이의 것에서는 아이의 냄새가 났고
심지어 아이 방 문이 열려있을 때에는 그 주변에 냄새가 흘러 나왔다.
시어머니는 그게 사내 녀석 고추 패는 냄새라고 했고
어머니가 아들 녀석 둘 키울 때에도 그 냄새에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고도 했다.
K1이 독립을 하면서 아들이 쓰던 방을 아빠가 쓰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아들의 냄새가 사라진 방에 새로운 냄새가 생겼다.
아들도 K도 씻는데 게으른 사람들은 아닌데도 그랬다.
냄새에 민감한 것은 전부터 그랬지만
코로나 후유증으로 후각이 손실 되었던 이후에 조금 더 예민해 진 것 같다.
청소를 할 때 예전에는 창문만 열어 놓고 했었는데
요즘은 인센스를 피워놓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처음엔 내 방에만 피웠다가 최근에는 K의 방에도 하나 더 피웠다.
밖에서 들어온 K가 질색을 하며 묻는다.
“내 방에 왜 향을 피웠어?”
K는 인위적인 향을 싫어한다.
엘리베이터에 방금 내린 여성의 진한 향수 냄새가 남아 있으면
숨이 콱 막힌다고 말하며 오만상을 찌푸린다.
심지어 길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에게서 나는 향수냄새조차
질색하는 표정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K가 싫어하는 건 또 있다.
닭고기를 싫어하지만 축구경기가 있는 날에는 반드시 치킨을 시킨다.
소고기 뭇국을 싫어하지만 뭇국을 끓인 날에는 국물까지 비운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걸 싫어했지만
지금 단추는 K의 소울메이트다.
내가 20대에는 담배를 피우는 K의 모습이 멋있었고
담배 연기조차 낙엽을 태우는 냄새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음쓰를 핑계로 피우고 온 담배 냄새에 머리가 띵하고 속이 울렁거린다.
K는 향내를 싫어하지만 그건 이제 더 이상 개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냄새가 나는 그런 시간이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좋은향기가 필요하다.
그 것이 만들어진 것이든
안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