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오늘은 17화

로또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

오늘은

by 이연숙


대체적으로 행운은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딱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이십 대에 직장 생활을 할 때 연중행사로 사내 체육대회를 했다.

타고나기를 운동 싫어하는 체질이라 대충 건성건성 겉 돌다

점심을 먹고 집에 가면 딱 좋겠는데 굳이 행운권 추첨시간까지 남아있으라고 했다.

백 명도 넘는 부서 직원들 중 여직원이라고는 달랑 다섯 명이라

직원들 나눠주고 남은 것과, 먼저 가는 직원이 떠맡기며

당첨되면 밥이나 사라던 것까지 한 뭉텅이를 가지고 있었으니

설마 맨 끝자리 행운상 하나쯤 맞지 않겠어? 라는 기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기막히게도 맨 끝자리 하나도 맞지 않았다.

분명 세탁기도 타고 청소기도 당첨이 되는 사람들은 나나 똑같은 직원들이었는데도 말이다.

하여 나는 내 돈을 내고 복권을 사 본 적이 없다.


K의 친구가 사는 캐나다에 갔을 때

여행 마지막 날에 친구가 복권을 네 장 사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복권을 받아 든 순간부터 나는 또 생각이 많아졌다.

‘이거, 당첨됐는지 어떻게 확인하지?’

‘당첨 됐으면 밴쿠버까지 와야 하나? 입금도 해주나? 내국인이 아니라서 당첨이 취소되려나?’

‘심지어 비행기 값보다 당첨금이 적으면 그걸 받으러 와야 하나 포기해야하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걱정과 조급함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에 돌아와서 문득 당첨 결과가 궁금한 적이 있었지만 그냥 묻어두었다.

‘내 복에 무슨...’

안 될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막상 안 됐을 때 실망하는 느낌이 싫어서

처음부터 안 될 수도 있는 일은 만들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분명히 당첨자는 늘 있다.

1등이 아니더라도 오천 원이라도 당첨은 당첨이니 말이다.


몇 년 전엔가 우연히 K가 매 주 로또를 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안타깝고 조바심 나는 일을 왜 하는 건지 의아했다.

설마 정말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일주일에 만 원을 차라리 적금을 들지

휴지조각이 돼서 버려지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돈이 아니니 차마 말리지는 못했었다.

그걸 왜 사느냐고 물었던 것 같은데 대답을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명절에 식구들이 모였을 때 무슨 말 끝에 로또 얘기가 나왔다.


“로또 뭐 꼭 되려고 사는 게 아니야, 결과를 기다릴 때까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순간을 즐기는 거지.”


라고 K가 말하자 의외로 경제학사 사위가 장단을 맞추었다.


“맞아요, 만약에 십억에 당첨이 되면 차부터 바꾸고 집도 사고, 기분 좋아지잖아요.”

“얼씨구.”


성향 취향 모두 다른 장인과 사위가 뭐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신기할 뿐

난 도무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20220801로또에 대한 서로다른 생각.jpg


이사한 지 얼마 됐다고 나의 방랑벽이 또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여기는 다 좋은데 전철역이 가까이 없는 게 흠이야. 지금은 몰라도 오래 살려면 적어도 역세권 지역으로 한 번은 더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아줌마 또 시작이네 하는 표정으로 더 이상 대꾸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K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내친김에 네이버 부동산에서 봐 두었던 지역 동네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디에든 집은 많으나 결국 문제는 안 오른 곳이 없는 집값이었다.

더구나 집값 말고도 세금 등 부대비용으로만

최소 오천 이상은 공중에 날려버려야 하니 말이다.


“로또 일등은 금액이 얼마 쯤 되나?”


뜬금없는 질문이 의외라는 듯 힐긋 얼굴 한 번 쳐다보더니


“그 때 그 때 다르지. 한 십억 쯤 되나?”

“만약에 당첨이 되면 당신은 어떻게 쓰고 싶어? 일단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도 하던데.”

“은행에 넣어놓고 노후 자금 해야지.”


라고 했다.


“아, 그게 생각이 다르구나. 나는 양쪽 부모님 아이들 형제들 일억씩 주면 남은 걸로 집값 따지지 않고 이사할 수 있을지 생각했는데.”


도무지 웃음에 인색한 K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껄껄 웃었다.


“거봐, 재미있지? 로또는 딱 결과를 알기 전까지의 설렘, 그 순간이 좋아서 사는 거야.”


여전히 공감은 되지 않았고 로또를 사지도 않았지만

K가 토요일에 로또 추첨 방송을 굳이 보지 않는 이유는 알 것 같았다.

기분 좋은 설렘을 느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만약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라면 될수록 오래 붙잡고 싶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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