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 마법

by 이연숙


아침에 국기를 달았다.

오늘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 모두 그 날을 위해 애쓴 이들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뜨거워졌다.

내일은 잊어버리지 말고 꼭 국기를 달아야겠다고 어제 결심했던 것을 행동에 옮긴 거다.

아침 날씨는 제법 선선했다. 어제 일기예보에서는 다시 무더위가 돌아와 푹푹 찌는 광복절이 될 거라고 했었는데

금요일은 아무 일정도 없는 날이라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마음이 느긋해진다.

누가 들으면 평소 엄청난 스케줄로 바쁘게 사는 줄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봐야 월목 일본어 수업과 수요일 온라인 영어수업이 전부인데도 그렇다.

집에서 수업을 하는 수요일은 상관없는데 일본어 수업에 가야하는 월요일과 목요일을 혼돈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지난 봄, K가 목요일에 어머니 이사 하는집에 간다고 했는데 월요일에 채비를 하길레 말은 안 하고 속으로만 ‘목요일에 갈 거면서 뭘 또 가나?.’했었다. 그 날이 목요일이었다는 사실은 일요일이 돼서야 알았다.


“어? 왜 이사하시는데 안 갔어?”


말해놓고도 앞 뒤가 안 맞는 것 같은 느낌에 달력을 보고서야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해 깨달은 거다.

K도 나도 그냥 허허 하고 웃었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날이 무덥기도 했지만 K가 때 아닌 시험을 앞두고 있어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공부를 한다고 날마다 벽돌만한 책을 끌어안고 씨름을 하느라 이 번 달에는 본가에 다녀오지 못했다.

비가 와서 기온은 살짝 내려갔지만 오히려 바람에 묻혀 달려드는 습기는 더위보다 더 견디기가 힘들다.

방문을 닫아놓고 제습기를 틀어놓으니 쾌적한 느낌이 시원한 것 같아 거실까지 끌고 나와 틀어놨더니 이 곳 사정은 방하고 달랐다.

결국은 에어컨을 다시 틀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요즘 들어 밤에 자주 깨는 나와 달리 K는 늦잠을 자는 날이 늘어났다.

게다가 금요일에야 급할 것도 서두를 일도 없어 느긋한 아침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단추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샤워를 하고는 무려 이 주 동안이나 길렀던 (사실은 그냥 면도하지 않은)수염까지 깎고 외출복을 입고 나온다.

여주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하고는 글 쓸 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도서 목록을 정리하고 동영상으로 영어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거기까지 하는데 약 이십 분이나 지났을까?

단추가 갑자기 짖었다. 그 것은 양쪽 창 밖에서 나는 다른 개들이 내는 소리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 집으로 들어올 때 내는 소리였다. 뭔가를 두고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일은, 심하면 네 번까지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나갔던 시간이 너무 길고 다녀왔다기에는 턱없이 짧다.


“다녀왔습니다~”‘


하길레 뭔일이랴?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내비를 켰더니 세 시간이 나오더라고, 폰으로 다시 켰는데도 마찬가지길레 일단 출발했는데 시간이 점점 늘더라고?”


그러더니 무심히


“연휴도 아닌데 말야.”

“연휴지.”

“어? 연휴야?”


했다.

이건 뭐 덤앤더머의 대화가 따로 없다.

그러고보니 휴가 막바지인데다 금요일이 공휴일이니 모처럼의 연휴이기도 했던 거다.

영어시간마다 이 번 주말에 뭐 할거냐는 물음에 내 대답은 늘 똑 같았다.

우리집은 주말이 의미없을 뿐 아니라 주말에는 나갈일이 있어도 그냥 집에 머물려고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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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만두를 굽는 장면을 보고 내일 만두 구워먹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통했나보다. 달리 점심메뉴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K가 만두를 굽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작한 기름에 노릇하게 튀기는 중이었다.

커피까지 마시고 점심 걷기 운동을 하려다 문득 지난 여행 후 남은 호주 달러가 생각났다.

어차피 팔 때는 기준가보다 낮은데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환률 오르기 기다리는 것이 의미도 없을 것 같아 바꾸려고 마음 먹은지가 꽤 오랜데 줄곧 까먹고 있었던 거다.

오늘은 생각난 김에 귀찮아도 나갔다봐야 겠다 생각하고 K에게 같이 가려냐고 물었다.

이제 막 책을 펼쳐놓은 것 같아, 그냥 혼자 다녀 온다고 했더니 같이 가자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썬크림도 바르지 않은 맨 얼굴이라 캡모자를 쓰고 양산까지 챙겼다.

’니들끼리 가냐?‘ 는 표정의 단추를 외면하고 출입문을 나와 승강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렸다.

안으로 걸음을 옮기던 K가 갑자기 돌아서며


“오늘 은행문 여나?”

“허얼.....!@#$%^&”


태극기도 달았으면서

길이 너무 밀려 여주에 가려다 돌아왔으면서 왜 그랬을까.

공휴일보다 금요일 느낌이 더 좋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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