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내게 매일 아침식사를 차려줄 거라던 K가 실제로 퇴직을 한 이후
정말로 아침은 그가 차려주었는데 그러다보니 메뉴가 점점 간소해지더니 어느덧 완전하게 단일화(?)됐다.
처음에는 달걀프라이를 K는 두 개, 나는 한 개(합의한 적 없는데도 자기 건 늘 두 개)
그리고 샐러드와 현미누룽지를 끓여먹었다.
그러다 기름에 굽는것보다 삻는게 좋겠다 하여 달걀찜기까지 사서 삻은달걀을 역시나 K는 두 개 나는 한 개 먹었다. 귀 얇은 내가 또 어디서, 생산 환경이 열악한 달걀을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후 부터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연두부로 메뉴가 바뀌었다. 이것저것 채소를 섞어 드레싱을 뿌려 먹는 샐러드가 번거로워 양배추 샐러드로 정해진 건 그보다 오래전이었는데 둘 다 별 불만이 없었다. 마음 한 편에서는, 이럴 수도 있을 것을 뭐한다고 매일 새벽마다 밥 새로짓고 국 끓이고 했나 모르겠다는 억울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연두부는 열흘에 한 번 정도 샛별배송으로 주문하고 누룽지는 한 달에 한 번 주문하면 된다.
문제는 늘 양배추 수급(?)상태다.
한동안은 가격이 오르다 오르다 팔천 원이 넘는가 하면 그나마 품절이 되어 주문이 불가할 때도 있었다. 어떤 때는 양배추가 아니라 무슨 나무껍질을 씹는 것처럼 억세기도 하고 언젠가 사 온 것은 속이 홀랑 썩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제대로 산 것도 속이 찬 정도가 달라 한 통을 며칠동안 먹는지 예측할 수가 없다. 가격이 내려서 한 번에 두 통을 사 온적도 있었는데 두 개를 샀으니 당분간은 안 사도 되겠다 마음 놓고 있다가 똑 떨어져 당황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날 아침 K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양배추 꿈을 꿨어.”
“모시라고라?”
“양배추가 떨어져서 오늘 꼭 사야 되거든.”
양배추가 어지간히도 스트레스였나보다 싶어 안쓰럽다 싶으면서도 그렇다고 꿈까지 꿨다는 말이 웃겼지만 웃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양배추 꿈을 어떻게 꿨다는 말일까?
양배추가 말을 걸었나?
양배추를 사러 갔더니 매대가 텅 비어있어서 당황했나?
끝도 없는 양배추 밭에서 배추를 뽑다뽑다 힘들어서 울었나?
아니면 관식이가 돼서 밤새
“양배추 달아요~”
했을까?
뭐가 됐든 한고지식하는 K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양배추 대체재를 찾아야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