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꿈을 꿨어

by 이연숙



은퇴하면 내게 매일 아침식사를 차려줄 거라던 K가 실제로 퇴직을 한 이후

정말로 아침은 그가 차려주었는데 그러다보니 메뉴가 점점 간소해지더니 어느덧 완전하게 단일화(?)됐다.

처음에는 달걀프라이를 K는 두 개, 나는 한 개(합의한 적 없는데도 자기 건 늘 두 개)

그리고 샐러드와 현미누룽지를 끓여먹었다.

그러다 기름에 굽는것보다 삻는게 좋겠다 하여 달걀찜기까지 사서 삻은달걀을 역시나 K는 두 개 나는 한 개 먹었다. 귀 얇은 내가 또 어디서, 생산 환경이 열악한 달걀을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후 부터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연두부로 메뉴가 바뀌었다. 이것저것 채소를 섞어 드레싱을 뿌려 먹는 샐러드가 번거로워 양배추 샐러드로 정해진 건 그보다 오래전이었는데 둘 다 별 불만이 없었다. 마음 한 편에서는, 이럴 수도 있을 것을 뭐한다고 매일 새벽마다 밥 새로짓고 국 끓이고 했나 모르겠다는 억울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연두부는 열흘에 한 번 정도 샛별배송으로 주문하고 누룽지는 한 달에 한 번 주문하면 된다.

문제는 늘 양배추 수급(?)상태다.

한동안은 가격이 오르다 오르다 팔천 원이 넘는가 하면 그나마 품절이 되어 주문이 불가할 때도 있었다. 어떤 때는 양배추가 아니라 무슨 나무껍질을 씹는 것처럼 억세기도 하고 언젠가 사 온 것은 속이 홀랑 썩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제대로 산 것도 속이 찬 정도가 달라 한 통을 며칠동안 먹는지 예측할 수가 없다. 가격이 내려서 한 번에 두 통을 사 온적도 있었는데 두 개를 샀으니 당분간은 안 사도 되겠다 마음 놓고 있다가 똑 떨어져 당황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날 아침 K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양배추 꿈을 꿨어.”

“모시라고라?”

“양배추가 떨어져서 오늘 꼭 사야 되거든.”


20260102양배추 꿈을 꿨어.jpg


양배추가 어지간히도 스트레스였나보다 싶어 안쓰럽다 싶으면서도 그렇다고 꿈까지 꿨다는 말이 웃겼지만 웃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양배추 꿈을 어떻게 꿨다는 말일까?

양배추가 말을 걸었나?

양배추를 사러 갔더니 매대가 텅 비어있어서 당황했나?

끝도 없는 양배추 밭에서 배추를 뽑다뽑다 힘들어서 울었나?

아니면 관식이가 돼서 밤새


“양배추 달아요~”


했을까?

뭐가 됐든 한고지식하는 K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양배추 대체재를 찾아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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