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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Dec 22. 2017

세계여행 중간결산 - 경로 편

어디까지 가봤니?

세계여행 중에 블로그를 열심히 하겠다고 그리도 다짐했건만, 그 다짐은 생각보다 오래가지는 못했다. 여행을 시작한 뒤로 내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 112개의 글을 올렸고, 브런치에도 30개의 글을 올렸지만, 여행일 수가 300일이 다 되어 가는 지금, 간단한 일기 포스팅 조차도 따라가지 못해고 몇 달씩 밀려있는 나를 볼 때면, 왜 이렇게 게으른가 싶고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내 블로그를 읽는 독자들은 내가 어디 어디 갔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글을 적게 썼으니. 


그래서 소개해보는, 282일째 기준 세계여행 중간 결산. 어디까지 갔니? 편.

현재 루트

우선적으로 현재까지 온 루트다. 크게 [동남아]  - [인도, 네팔] - [서아시아] - [동유럽] - [서유럽] - [북미 서부]로 왔다.(이집트도 서아시아로 분류)


초반에 어느 정도 생각했던 루트랑은 꽤나 많이 달라졌다. 그때의 마음에 나를 맡겼기 때문에. 

왜냐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 니까.

[방콕-꼬창-씨엠립-호치민-무이네-달랏-나트랑-호이안-다낭-하노이-사파-루앙프라방-치앙마이-방콕]

우선 동남아를 지나온 경로부터 소개하도록 하겠다. 나는 한국에서 방콕으로 입국해서 동남아 4개국,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돌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 동남아 여행이 너무나도 아쉽다. 여행 초반이라서 여유롭게 여행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에 가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현지인들이랑 놀아볼 예정이다. 

동남아 한 바퀴를 돌고, 방콕으로 돌아와 인도 콜카타로 가는 항공편을 탔다.

[콜카타-실리구리-다즐링-시킴-실리구리-카트만두-포카라-카트만두-델리-맥간-마날리-레-델리]

인도/네팔 루트에서는 인도로 들어가 네팔에 갔다가, 다시 인도로 나오는 루트를 계획했다.

인도/네팔 여행은 세계여행 중 가장 임팩트가 있던 여행이 아닐까 한다. 인도 콜카타에서 처음 만났던 형과, 네팔 포카라에서 만났던 형 둘과 함께 아이슬란드 여행까지 계획할 정도로 나에게는 좋은 추억밖에 남지 않았던 여행. 언제 또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포카라에는 2달 정도 있었는데 떠날 때 울기도 했고, 비행기표를 찢을 생각을 처음으로 해본 곳. 그리고 델리에서 포카라의 좋은 인연들을 다시 만나 비행기표를 실제로 찢기도 했다.


라다크 지방에서는 1주일 정도 있으려다 3주를 있게 됐는데, 3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라다크를 떠나게 될 때는 같이 있던 일행들끼리 술 먹고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까지 있다. 그만큼 나에게는 아주 소중했던 추억.


아마 인도 비자만 아니었어도 조금 더 있었지 않을까 싶다. 비자기간이 모잘라 비자기간을 꽉 채워 출국했다.

아마 가급적 빠르게 다시 가지 않을까 싶다.


[알렉산드리아-다합-샴엘쉐이크-이스탄불-트빌리시-카즈베기]

델리에서 이집트로 넘어와서 갔던 다합.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했던 다합이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게 까지 좋은 여행지는 아니었다. 우선 생각보다 나는 물을 무서워하는 존재였다. 다합에서 물 공포증은 조금 극복해서 이제 물에 떠있을 정도는 됐는데, 아무래도 스쿠버는 나랑 전혀 맞지 않는 존재였다.

그래서 조금 일찍 나왔다. 다들 한 달씩 살고 두 달씩 살던데, 나는 별로 맞지 않다고 느껴 나왔다. 역시 여기서 느낀 점은, 내가 하는 건 나만이 정답이다.라는 것.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터키를 간 뒤에, 곧바로 조지아로 갔다. 조지아를 1주일가량 여행한 뒤, 러시아로 넘어가는데, 원래 러시아로 넘어갈 계획은 아니었지만 조지아의 카즈베기라는 지역에서 러시아 국경지역이 너무 가까워서 러시아로 넘어가게 됐다. 이때 국경을 가는 버스가 없어 히치하이킹까지 시도하며 국경을 넘었다.

[블라디카프카스-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빌니우스-바르샤바-크라쿠프-자코파네-크라쿠프-프라하]

그렇게 남부 러시아로 넘어와서는, 모스크바로 올라갔다. 원래는 체첸을 가려고 했었는데, 체첸에 가는 방법이 매우 복잡하고, 아직은 위험지역이라는 생각에 가지 못했는데 이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이번엔 인연이 아니었다 생각하고 다음 여행 때는 다시 꼭 가볼 생각이다.


그리고 인도에 있다 와서 그런지 동유럽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점점 유럽을 여행할수록 승자 독식이라는 단어만 계속 떠오르고, 건축물만 봐도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했다. 정말로 재미가 없었을 무렵 누군가 해준 말이 있다.

사람이 만든 거라서 그래.

뭔가 한대 얻어맞은 기분에, 내가 좋아하는 건 자연이라는 걸 깨달았다.

[바르셀로나-마드리드-생장-순례길-포르투-마드리드-바르셀로나]

프라하에서 바르셀로나에서 넘어와서는 도난을 당했다. (도둑에게도 배울 것은 있다. : https://brunch.co.kr/@justgoterry/7) 랩탑, 고프로, 카메라, 지갑 등 거의 모든 것을 도난당했으나, 마드리드에서 여권을 새로 만들고 그 이후 순례길을 걸은 덕분에 안 좋은 마음들이 자연스레 다 비워졌다. 순례길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만들었고,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순례길을 걸으러 가고 싶다.


순례길이 끝나고, 피스테라/묵시아 등 스페인의 북부를 둘러본 뒤, 포르투를 여행했다. 포르투에서 먹었던 에그타르트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포르투 여행이 끝나고 마드리드를 거쳐 바르셀로나에서 출국했다.

[로스앤젤레스-라스베가스-그랜드캐년-라스베가스-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밴쿠버-시애틀]

이글의 원글을 쓸 때 여행 중이었다.(지금은 아니다.) 북미 여행 중 단 한순간도(아니.. 어쩌면 지갑 사정을 볼 때는 예외)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너무도 살고 싶은 동네였다. 이곳의 날씨, 그들의 여유,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문화 등 어쩜 이렇게 사람이 살기 좋을 것만 같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여행을 통해 느낀 바는 대우받는 엔지니어의 삶이란 게 어떤 것 인지 간접적으로 느꼈다는 거다. 나는 여기서 새로운 꿈을 꿨다.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항상 힘들었던 점은 개발자는 뒷전이고, 실제로 개발하는 사람의 노력이 인정되지 않는 문화가 매번 불만이었고 힘이들었다. 말로만 듣고 드라마로만 보던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여기서 영어 이력서도 썼다. 언젠가 여기서 꼭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캐나다 벤쿠버에 가서는 친구집에 머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유학생으로 머물던 친구의 말과 생각, 이곳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몇시간 동안의 고민을 통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 낼수 있었고, 굳은 결심을 했다. 그 굳은 결심은 나중에 글로 따로 올리도록 하겠다.


9개월이나 돌아다녔는데 여전히 지구 반의 반의 반바퀴도 돌지 못했다. 지구 한바퀴는 언제쯤 돌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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