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타닥 빗방울이 창을 부딪히는 소리만이 귓전을 스친다. 시끌벅적하던 세상이 순식간에 음소거된 듯 고요해진다.
비 내리는 아침이면 괜스레 비와 어울리는 음악이 생각난다. 블라인드를 내리지 않아도 어둑한 조도의 거실은 부족한 잠을 메우기에 제격이고, 때로는 생각나는 책을 꺼내 읽거나 글을 쓰기도 좋다.
알맞게 내려만 준다면 비 내리는 오전은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휴식 같은 순간이다.
그러나 요즘의 비는 예전처럼 잔잔한 감상만을 남기지는 않는다.
기후 변화로 인한 국지성 호우와 폭우는 예고 없이 찾아와 세상을 삼킬 듯 퍼붓는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자연재해와 함께 황망한 사고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장마철이나 태풍 예보가 있거나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날이면 속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죽지 않기를. 사람도 동물도 떠나지 않기를, 모두가 빗속에서도 무탈하기를..'
나와 내 울타리인 가족, 친구들이 무탈하다면 그걸로 감사한 일이지만, 나와 일면식도 없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역시 모두 안전하기를 바란다.
그 누구도 황망히 떠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비뿐만이 아니다.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대지진 예측 기사, 지구 반대편의 어느 나라에서 일어난 지진과 산불, 폭설, 토네이도와 같은 자연재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은 숙연해진다.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 존엄한 생명들, 가장 약자인 동물들의 불행 앞에 깊이 애도하게 된다.
평화로운 지구, 안전한 세상에서 모든 생명이 저마다의 자리를 지켜가기를, 주어진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나만 아니면 되는 일,
나와는 거리가 먼 일,
먼 나라 일,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타인의 불행 앞에
함께 아파하고 애도할 수 있는
나와 우리가 되기를.
오늘 아침,
그 바람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머문다.
알맞게 내리는 비,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
이 모든 것에 다시금 감사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