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나는 죽는다
나는 죽는다
2009년 2월
엄밀히 말해 나는 몰락했다.
나는 더 이상 기자생활을 하지 못한다.
직장에서 쫓겨나듯 나왔지만 누구 하나 나를 위로해 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다.
인생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의 관심 없이 홀로 보냈지만 지금은 그때의 나와 너무나도 다르다.
처음으로 사랑했던 사람조차 냉정히 나를 떠나갔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살고 싶지 않았다.
탁자 위에 술병을 집어 들고 소파에 앉았다. 미친 듯이 술을 들이켰다.
더 이상 산다는 것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지금 까지 인생의 모든 것을 기쁘게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았다.
하지만 그녀가 없는 현재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만 같다.
이 세상에서 나 하나쯤 사라진다고 변하는 건 없을 것이다.
내가 죽게 되면 적게는 일주일, 많게는 몇 달 후에 발견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찰은 친인척을 찾아내 나의 죽음을 알리게 될 것이다. 나의 부모가 남긴 재산으로 나를 키워준 친척들은 내가 남긴 얼마 안 되는 재산을 서로 갖겠다고 다툴지도 모른다. 장례는 찾아올 사람이 없기에 아마도 간단히 치러질 테고 나의 몸은 1000도의 불길 속에서 한 줌의 재로만 그 흔적을 찾게 될 것이다. 유골은 바다에 뿌려 달라고 유서를 써야 하겠지만 그것도 확신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집, 옷가지 등이 처리되고 나면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나른 존재는 몇몇의 기억 속에서만 흐릿하게 존재하게 될 것이다.
나는 두 눈을 감았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술기운처럼 독하게 퍼지는 눈물, 치유될 수 없는 진한 흉터를 남기는 눈물.
기나긴 외로움의 터널을 뚫고 나와 다다른 곳에는 또 다른 긴 어둠의 터널이 기다리고 있었다.
더 이상 의미 없는 이 고통의 시간은 필요 없다. 어차피 이 어둠의 터널 끝에도 푸른 하늘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외로움을 끝낼 시기, 이제는 돌아갈 시기…….
나는 넥타이를 집어 들고 비칠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기 부스에 넥타이를 두어 번 돌린 후 양끝을 잡고 매듭을 지어 동그랗게 만들었다.
정신이 없는 이 순간에 이보다 더 완벽히 매듭을 만들 수는 없었다.
영화에서는 가끔 끈이 풀린다던지 단단히 고정되어있던 샤워기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는 다르다. 내가 실패할 이유는 없다.
난 몸을 부르르 떨며 머리를 넥타이 안으로 천천히 넣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죽기 전 살아왔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그랬던가, 내가 잘 기억하지도 못하는 아주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태어나자 엄마는 나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아주 작고 연약한 나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걱정하며 한시도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따사로이 나를 감싸주었던 엄마의 품, 푸른 호수처럼 깊고 맑았던 엄마의 눈동자, 그리고 엄마의 향기…….
이 짧고도 긴 순간이 지나가면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겠지…….
오늘 난, 엄마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