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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원 Sep 04. 2016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나를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을까. 어떤 이에게는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아이, 노총각, 아니면 성질 더러운 사차원 등으로 이곳저곳에서 규정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라도 존재감이 있다면 나쁘지 만은 않다.

저 사람은 b형 남자, 저 여자는 o형 여자로 누군가를 표현할 수 없듯이 나는 수많은 나로 만들어져 있다.

굉장히 복잡하고 대단한 듯 보이지만 사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들로 인생의 점수를 매긴다면 나는 아마도 낙제점이 되지 않을까.

대학, 직업, 결혼 인간관계 모두 빵점이다.

일반적인 시선에선 말이다.


인생의 정답은 없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니다. 정답이 있다. 늘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기서 나는 내 길을 가련다!라고 소리치면 그저 괴짜 철없는 노총각 소리뿐이다.

그렇다면, 내가 주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 점수는?

적어도 빵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만약 인생의 길이 있다면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혹여 길을 잃고 어딘가에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없지 않다.

나는 인생의 중간쯤에 왔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중간에 완성되는 것은 없다.

내 인생을 실패한 인생으로 본다면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전반전만 보고 이미 승패를 결정해버린 바보들일 뿐이니까.

그럼에도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 일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남녀 간의 다름처럼 많이도 다르다.

최근 들어 결혼하는 동생들이 아주 많이 나타나고 있다.

나는 좀 다른 인생을 살 거야. 그들처럼 모두 똑같은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아,라고 말하지만 나를 위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언젠가부터 그들처럼 평범한 삶을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속되어도 좋을 만큼 나를 사랑해주는 여자, 그리고 나를 닮은 새로운 생명 까지...

지루하고 뻔한 삶일지라도 말이다.

늘 새로운 삶과 인생은 없다. 새로운 삶도 결국에는 지루한 일상이 될 뿐이다.

아는 동생 정연이가 요새 들어하는 대화 주제는 결혼, 결혼과 그런저런 관계들. 그다음 누군가 결혼하고 또 누군가 결혼해서 그 길로 떠나가면 나는 다시 튕겨져 나올 것이다. 나는 그 길 위에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지금 어느 때보다  더 그 길을 걷고 싶다.  그렇게 싫다 말했던 남들이 걷는  그 길 말이다.

맞다. 사람은 변한다. 나 역시도 변했다. 그토록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었던 내가 말이다.

누군가는 내가 이제야 철이 들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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