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나는 나이 든 나를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다

15화 죽음의 끝에서

by 박시원

죽음의 끝에서

....... 죽음의 끝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살 취재’ 가 아니다.

그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치유해 나갔고 더불어 그 사람들을 치유했다.

그를 만났던 사람들 중 많은 수의 지원자들이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갔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사에 다뤄졌던 사람들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아니다.

다리 위에 앉아있던 남자, 시골에 살던 아주머니, 사랑했던 남자, 그 사람들은 현재 모두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만으로 정작 중요한 것을 간과한 채 한 사람을 향한 마녀사냥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돕겠다고 시작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만남을 통해 마음을 터놓고 이해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자신의 치료제가 되어주었던 것을 그들 자신도 당시에는 몰랐다.

나 역시 그를 취재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처럼 그를 비난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그와 얼마간의 시간을 함께 하고 나는 그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만난 그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나는 그가 자신이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이제 알아가길 바란다.

그의 삶은 아마도 지금부터가 아닐까.

[아시아 뉴스 김서연 기자]

나는 사무실 구석 어딘가에 굴러다니던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누군가 인터넷에서 출력해 보고 난 후, 버리기도 귀찮았는지 구석에 처박아놓았던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쓰는 기사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 또한 그녀의 기사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나는 그녀가 쓴 나에 대한 기사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했던 이야기는 나의 뒤를 캐서 특종을 노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비난 속에 감춰있던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모질게 했던 내신이 부끄러웠다.

전화기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전화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도 우스운 것 같았다. 괜스레 오해만 살뿐이다.

하지만 도저히 이렇게 모른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살 수는 없었다.

수없이 고민한 끝에 통화버튼에 손을 가져다 대고 누르기 직전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였다.

‘당신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여보세요?”

“밖에 좀 내다볼래요.”

나는 전화기를 들고 창가로 걸어갔다. 빛이 한가득 쏟아지고 있었고 나는 눈을 찡그리며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에서 그녀가 처음 그때처럼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그다지 재밌는 장면도 아니었는데 그냥 웃음이 나왔다.

“기사 잘 봤어요. 잘 썼네요.”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 맞죠?”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목 아픈데 이제 그만 내려와요. 우리 제육이나 한 접시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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