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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힐데 Aug 02. 2021

한국사와 함께 한 3주

44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문제집을 사서 처음 풀어본 점수였다. 한능검 시험을 보겠노라고 딸과 함께 시험을 접수하고 공부를 시작한 지 일주일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을 통틀어 한국사를 잘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학창 시절 한국사 세계사를 비롯한 역사과목과 친해지기 어려웠다. 스토리텔링식으로 공부하던 때가 아니라 무조건 암기하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암기에 그리 능하지 않은지라 무수한 연도를 외우고 뜻 모를 인명과 지명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채워 넣는 것은 늘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번 도전 기간 동안 공부에만 매진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일본어 시험 후폭풍이었는지 잠시 쉬고 싶다는 유혹이 강렬했다. 믿었던 스터디 버디 큰딸의 느슨한 공부 태도도 한몫했다. 동료 압박(peer pressure)을 받으며 함께 열공하고 싶었던 꿈은 이미 날아간 지 오래다.


사그라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 업무도 퇴근 후 공부에 여파를 미쳤다. 3주 전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시험이 한참 멀리 남았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다. 기본서를 읽어가며 슬슬 한량처럼 공부했기에 힘든 업무 직후라도 공부에 그리 큰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험이 가까워져 기출문제집을 풀어보니 상황이 급변했다. 역사적 사실을 꼼꼼하게 암기하는 건 기본이고, 온갖 사료까지 섭렵하고, 문화재는 형태까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시험이었던 거다. 합격점과 멀기만 한 점수를 매일 확인하는 것도 고초였다.




지지부진하던 한국사 공부는 최태성 선생님 수업을 알게 되면서 가속페달을 밟게 됐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한능검 고급 수업을 듣게 되었고, 강의가 좋아서 무료 강의 40강을 모두 수강했다. 수강을 마치고 다시 기출문제집을 풀어보니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70점 대도 나오고, 일요일에는 80점대 점수까지 나왔다.


최 선생님의 수업은 우리가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수업을 들으면서 내 삶에 대해서도 계속 돌이켜볼 수 있어서 좋았다. 국사를 싫어했던 건, 왜 공부해야 되는지 몰라서, 시험성적이 좋지 않아서였다. 왜 한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고, 성적이 오르기 시작하니 이제 역사공부가 좋아졌다.


주말에 NCT 도영이 큰 별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2주 만에 한능검 2급을 딸 수 있었다며 최 선생님께 감사 영상을 남긴 것을 보았다. 최 선생님은 이 영상에 기쁨의 댓글을 남기셨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두 분의 소통을 보면서 주말 내내 공부에 매진했다.




출근 전 두 시간을 한국사 공부에 쏟기 위해 아파트 내 독서실로 향했다. 기출문제를 풀었는데 너무 잘 풀린다. 채점을 매고 나니 틀린 게 별로 없다. 이상해서 한 회 더 풀어봤다. 여전히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확실히 더 많다. 이 기세를 몰아서 남은 5일간 공부하면 목표했던 2급뿐 아니라 1급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이 생겼다.


한능검 고급은 수능처럼 불 한능검, 물 한능검이 번갈아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시험 합격 추세를 보니 짝수 회차가 난이도가 높아 합격률이 30~40%대다. 60점을 넘기면 합격이고 70점을 넘으면 2급, 80점을 넘기면 1급이다. 이번 주 토요일 한능검은 54회, 짝수회라 불 한능검 차례다.


이대로 부지런히 공부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와 질곡의 아픔을 가슴에 새기고, 좋은 결실까지 거둬서 5일 후에 기쁨의 시험 후기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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