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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자 May 03. 2021

정진석 추기경 선종 취재기

"정진석 추기경이 오늘 밤을 못 넘길 것 같다고 하시네. 빨리 병원에 가봐야겠어."


4월 27일 아침, 국장의 다급한 지시가 떨어졌다. 취재진은 서둘러 서울성모병원으로 향했다. 정진석 추기경이 입원한 병동에 가려면 또다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58일 만에 또 코를 찔렀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취재진 모두 '음성' 결과를 받기까지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 밤 9시 무렵, 병원의 허락을 받아 병동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병실 내부 취재는 허용되지 않아, 병실 앞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잠시 후 추기경 비서 수녀님과 신부님이 나오셨다. 추기경의 상태가 어떤지 여쭤보니, 말을 아끼시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때마침 주치의가 1분 단위로 병실을 들락날락 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주치의는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려우실 것 같다"고 말했다. 즉시 회사에 보고했다. 병실 앞이 점점 분주해지고 있었다. 병원장이 도착했고, 뒤이어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단이 도착했다. 밤 10시 15분, 정진석 추기경은 네 번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선종했다.


 시각 명동대성당에서는 정진석 추기경 선종을 알리는 조종이 울렸다. 12 , 김수환 추기경 선종오버랩 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기분에 취해있을 여유가 없었다. 선종 10분 만에 1보를 썼다. 그리고 선종 15분 만에 라디오 전화연결로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전했다. 속보 처리하랴, 현장 취재하랴, 정신이 없었다.


병실 앞은 의료진과 서울대교구 사제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추기경의 안구가 적출됐고, 뒤이어 제의가 입혀졌다. 그제서야 취재진도 병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추기경이 병실을 떠나기 전, 현장에 있던 모든 이가 다함께 주모경을 바쳤다. 기도를 하면서 마음이 뜨거워졌다. 추기경의 시신은 앰블런스에 실려 명동대성당으로 옮겨졌다.


자정이 넘어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선종 후 첫 미사가 봉헌됐다. 염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면,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고 애도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2 21 입원 ,  번의 고비를 넘겼다. 의료진이 '기적'이라고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무난하게 고비를 넘기실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추기경은 장기간 입원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사제가    60 만이었다.


하늘도 추기경의 선종을 슬퍼하는지, 장대비가 퍼붓고 있었다. 취재진은 앰블런스가 떠난 걸 확인한 후 회사에 복귀했다. 곧바로 아침에 방송할 특보 제작에 들어갔다. 빨리 한다고 서둘렀는데도 집에 오니 새벽 4시였다. 1시간 남짓 쪽잠을 자고 다시 출근했다. 장례 기간 특보 진행을 맡았기 때문이다.



선종 다음날, 정 추기경의 마지막 발언이 공개됐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추기경의 발언을 곱씹으며, 행복 찾기에 여념이 없었던 나를 돌아보았다.


퇴근 전, 짬을 내 명동대성당을 찾았다. 기자가 아니라 신자 자격으로 간 것이기에 줄을 섰다. 그리고 차례를 기다려 조문했다. 유리관에 안치된 추기경을 바라보며 하늘나라에선 편안하게 쉬시라고 기도했다.





정진석 추기경 선종 영향일까. 3월 초에 쓴 '정진석 추기경 병실 취재기' 조회수가 며칠 사이 급증했다. 선종 취재기를 빨리 쓰고 싶었지만, 눈 코 뜰 새 없이 돌아가는 특보 체제에서 짬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글보다 잠이 급했기 때문이다. 병실 취재기에 이어 선종 취재기를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 (Omnibus Omnia)'


추기경은 주교가 되면서 선택한 사목표어를 평생 몸소 실천했다. 선종 후 자신의 두 눈을 기증했고, 재산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부 기부했다. 추기경은 병마로 인한 고통마저도 봉헌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떠났다.


주말에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았다. 주치의 인터뷰를 위해서다. 주치의는 추기경이 선종한 병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취재진의 코로나 검사를 다시 권고했다. 주치의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궁금하다. 의미 있는 인터뷰가   같다.


+ 정진석 추기경의 안식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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