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고 넓은 지식, 깊고 좁은 지식; 인생은 Trade-off 다.
저는 사실 끈기가 부족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기타도 치고, 피아노도 치고, 하모니카도 불 줄 알고, 농구·스쿼시·골프·볼링 같은 운동도 합니다. 게임도 즐기죠. 나름 이것저것 두루 해보았고, 어느 정도는 다 다룰 줄 압니다. 하지만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이유는 깊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처음엔 재미있고, 일정 수준까지는 어렵지 않게 올라갑니다. 그러나 실력을 더 키우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구간이 있는데, 저는 그 고비를 잘 버티지 못합니다. 결국 취미는 많지만, 하나를 깊이 파고들지 못한 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나마 감사한 점은, 공부만큼은 억지로라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고, 명문대에 진학해 지금은 박사과정까지 밟았습니다. 사실 공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해야 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만약 강제성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도 "나는 잘하는 게 대체 뭘까?"라는 질문 속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겸손한 척하면서 자랑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읽어주신다면 제 진심을 이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저 역시 한때는 이런 고민이 정말 컸습니다.
제 성향은 하나를 깊게 파기보다는 얕고 넓게 배우는 쪽에 가깝습니다. 끈기도 부족하고 머리도 부족하다 보니, 깊이에 도달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박사과정을 밟으면서도 늘 그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때로는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지만 분명했습니다.
“넓고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다. 깊이만 파는 사람, 넓게만 보는 사람, 모두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가진다.”
회사의 구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꼭 필요한 부서가 있는가 하면, 협업이 중요한 부서에서는 다양한 분야를 두루 아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료 연구자가 쓰는 언어와 전자 연구자가 쓰는 언어는 같은 현상을 두고도 다르기 때문에, 그 둘을 모두 이해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회는 생각보다 ‘얕고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을 자주 요구합니다. 부품을 깊이 연구하는 부서에는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상품화와 패키징 단계에는 여러 분야를 이해하는 시각이 요구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 관점을 사회 전체로 확장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무엇이든 배우고자 하면 클릭 몇 번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제 친구 표현을 빌리면, “지식은 이제 의지 게임이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세상이 된 겁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깊은 지식 하나만으로는 부족해지고, 잡다한 지식이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결국 대체 불가능한 사람은 단일 전문성 하나로만 정의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저처럼 취미는 많지만 깊이가 없다거나, “나는 뭐 하나 제대로 잘하는 게 없다”라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 글을 계기로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이 세상의 승리자는 바로 이러한 ‘넓고 얕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사업 구조를 만들고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가,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CEO나 CTO 같은 임원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일 전문지식 하나가 아니라, 여러 현상을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결국 다방면에서 이해하고 연결할 줄 아는 사람이 끝내 더 큰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낙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관심이 가는 대로, 다양한 지식을 흡수하는 그 열정만 잃지 않는다면 충분합니다. 다만, 한 가지를 꼭 기억해야 합니다. 잡다한 지식을 단순히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응용해 성과로 이어낼 것인가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그 부분만 놓치지 않는다면, 세상은 반드시 그런 성향을 가진 여러분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살아보니, 깊게만 파는 사람은 넓게 보지 못하고, 넓게만 보는 사람은 깊게 보지 못합니다. 장점은 어느 순간 단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라 여겼던 것이 결국 장점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인생은 결국 Trade-off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묻고 선택하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성향을 가꾸고,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이 곧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성향은 없다는 것, 단점이라 여겼던 모습도 결국에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모습으로 빛난다는 것.
누구는 깊이로 세상을 바꾸고, 누구는 넓이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 줍니다. 그 둘이 함께할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그러니 혹시 아직 “나는 뭐 하나 제대로 못 한다”라며 자책하는 분이 계시다면, 부디 자신을 미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세상은 반드시 여러분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승리자는, 끝까지 버티는 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성향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가장 빛나는 방식으로 살아낸 사람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