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레테 클래식 Feb 07. 2024

7. 괴로운 중년을 위한 희망의 메세지

단테신곡_지옥 제1곡 88~136행 베드로의 문 앞에서

7. 괴로운 중년을 위한 희망의 메세지

단테신곡_지옥 제1곡 88~136행 베드로의 문 앞에서


1. Read Me, Note Me


다음은 1곡의 8행 부분부터 마지막 행까지의 내용이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했던 짐승에 대항해 자신을 도와달라고 간청한다. 그는 울고 있다. 그는 절규 속에서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놓아두지 않고 가로막아 누구든지 죽이기까지 하는 짐승 앞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앞서 이 짐승이 의미하는 바를 욕망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이 짐승은 단순한 무의식적 두려움을 넘어 단테의 존재를 위협하는 어떤 존재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ché questa bestia, per la qual tu gride, non lascia altrui passar per la sua via, ma tanto lo 'mpedisce che l'uccide;(inf1:94~96)

너를 두려움의 절규에 떨게 하는  짐승은,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을 놓아두지 않고, 가로막아 누구든지 죽이기까지 한다. (1:94~96)


위 대목에서 이 짐승이 단테의 순례길에 직접적 위협을 가했던 반대파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1300년 부활절(4월 7~10일) 단테는 상상 속에서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을 여행하는 환상을 떠올리게 된다. <신곡은> 그 3일 동안의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제1곡에서 단테는 시성 베르길리우스를 만나 세후 세계를 여행하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그 3일 동안 수십만의 군중들과 함께 피렌체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순례길을 걷고 있있다.


13세기의 이탈리아인들은 세기말적 징조 속에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이 시대에 인간 삶을 윤택하게 하는 단추, 안경, 물레와 풍차 등이 발명되었다. 영국에서는 최초의 기계식 시계가 발명되었고, 왕이 공급하던 통화가 은행을 중심으로 공급되는 경제로의 이행이 촉진되었다.


한편으로 이 시기는 강력한 교황의 출현으로 종교적 부흥의 시기이기도 했다. 로마(카톨릭)는 콘스탄티노플(동방정교회)과 결별했다. 교회는 이단을 척결하고 이슬람을 가차 없이 박해했다. 많은 유럽인들이 예루살렘으로의 성지 순례를 열망했으나 이슬람의 위협으로 불가능한 처지에 놓였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이것을 참기 힘든 수치로 여겼다고 하낟 1293년 예루살렘은 이슬람에게 함락되었다. 거룩한 성 예루살렘을 탈환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그 때, 로마는 자연스럽게 예루살렘을 대신하는 성지로 급부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황은 1300년을 성스러운 해로 선포했다. 원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은 기독교 절기 중 가장 중요한 날이지만, 성스러운 해의 부활절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로마카톨릭 사상 최초의 성녕이었고, 때로는 희년(Jublilee)로도 불린다. 격동의 13세기의 마지막 해에 거룩한 성 로마를 순례한 이들은 누구나 모든 죄를 사하여 깨끗한 상태로 되돌려준다는 전대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세기말 풍문처럼 떠돌았다. 그 해 2월 교황 보니파기우스 8세는 자신의 직인 찍힌 교서(Antiquorum habet fida reltio)를 공표했다. 그 교서에 따르면 이 성년에 베드로 성당을 찾는 사람은 누구든지 ‘사면과 면죄를 받게 될 것’이라 쓰여있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 단테는 로마의 순례길을 걷고 있었다. 35살이라는 나이에 피렌체의 행정위원이라는 고위직에 올랐지만, 반대파가 집권하게 되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권없이 권력을 잃고 추방당해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한 그였다. 그를 두려움에 떨게 한 짐승은 섹욕과 권력욕 야망을 가진 그들의 반대파를 지칭하는 게 아니었을까? 베드로 성당을 찾아 사면과 면죄를 받기를 원치 않는 반대파들은 단테를 추격했을 것이고 그는 잡히면 언제든 죽을 수 있을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적어도 단테가 반대파의 숙청에 두려웠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 성스러운 해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후 본문에서 자주 언급된다. 그때 그때 역사적 사실과 연계하게 살펴보면 단테 신곡을 읽는 의미와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A le quai poi se tu vorrai salire, anima fia a ciò più di me degna: con lei ti lascerò nel mio partire; ché quello Imperador che là sù regna, perch' i' fu' ribellante a la sua legge, non vuol che 'n sua città per me si vegna. (Inferno 1: 121~126)

네가  축복을 받은 영혼들과 함께 천국으로 오르고 싶다면, 너를 인도하는 나보다  가치 있는 영혼에게, 너를 맡기고 떠날 것이다. 왜냐하면 천국에 있는 왕국의 왕께서, 내가 그의 법을 따르지 않아서, 그것에 오르는 것을 원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지옥 1: 121~126)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길잡이를 자처한다. 절망에 애통하는 지옥의 영혼들을 보게 될 것이고, 불 속에서도 만족해하는 연혹에 있는 영혼들도 보게 될 것이라 말한다. 그에 따르면 연혹에 있는 이들은 천국으로 가도록 허락 받은 영혼들이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에게 자신을 사악한 곳과 나쁜이들로부터 구원하고, 성 베드로의 문과 지옥의 슬픈 영혼들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으로 제1곡은 마무리 된다.


여기서 성베드로의 문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려 한다. 단테는 당시 정치적 사면을 위해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으로 순례길을 걷고 있었다. 성베드로 성당은 교황청이 위치한 카톨릭 교회의 권위를 상장하는 장소이다. 교황은 베드로를 잇는 계승자로서의 권위를 갖는 직책이다. 예수의 12제자 중 왜 베드로일까? 마태복음에 그 힌트가 있다.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하시고<마태복음 16장 17-19절>


예수님은 베드로를 반석으로 얘기하시고, 그 위에 자신의 교회를 세우리라 명령하신다. 그에게 음부의 권세를 이길 힘과 천국의 열쇠를 허락하신다.


그리고 그 다음 구절이 좀 이상하다. 이 땅에서의 매임과 풀림이 하늘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대목이다. 마치 이 땅에서의 어떤 노력이 하늘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암시한다. 이 매임과 풀림에 대해서는 2곡 전반부를 묵상할 때 다시 한번 논할 기회가 있으니 다음 기회로 미뤄도 좋겠다.


위 성경 본문에 의거하여 생각해 보면 134행에 언급하는 베드로의 문은 천국으로 향하는 문을 의미한다. 단테는 교회의 반석이 되고, 천국의 열쇠를 받은 베드로를 만나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모든 죄를 사하여 깨끗한 상태로 되돌려준다는 전대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마치 천국과도 같은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곡을 몇 번씩 반복해 읽으면서 인생의 중반부에 이르러 큰 좌절을 경험한 한 중년 남자를 목도했다. 어쩌면 그는 지옥의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옥 같은 처지를 한탄하며 고통의 세월을 견디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도 축복 받은 영혼들처럼 천국에 오르고 싶지만,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죽은 것과도 같았던 그의 처지는 지옥의 슬픈 영혼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비록 지금은 불 속에 있을지라도 때가 되면 천국에 있을 축복을 지닌 수많은 시대의 인문주의자들(현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 받고 있지는 않았을까?


무엇보다 신곡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의 두려움과 탄식과 고통은 지옥의 영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연민과 안타까움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길었던 1곡 읽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지옥 여행을 시작한다. 요즘 매일 <신곡 지옥편>을 읽으면서 내 내면의 깊은 곳까지 여행하는 유익을 맛보고 있다. 이 글을 통해 단 한 명이라도 나와 같이 고전을 읽는 즐거움을 알 수 있다면, 나는 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찾을 수 있으리라.


2. Remember Me


#피렌체역사#13세기교회사#르네상스의태동#단테의새로운삶#단테향연#단테농경시#연혹의성경적기원#연혹을최초로인정한공의회 #죽은어머니를위한기도#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베드로#반석#성베드로성당#교황


3. 참고 문헌


<참고 자료>

The Devine Comedy by Dante_Inferno, Dante Alighieri, the classic

La Divina commedia, Inferno, Dante Alighieri

신곡 지옥(인페르노), 단테(이시연 역), 더클래식

단테 신곡 연구, 박상진, 대위학술총서

일리아스, 호메로스(천병희 역), 숲

오뒷세이아, 호메로스(천병희 역), 숲

아이네이아스, 베르길리우스(천병희 역), 숲

사랑에 빠진 단테, A. N.윌슨(정해영 역), 이순


이전 07화 6.나의 부끄러운 글쓰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