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_인페르노(지옥) _제1곡 31~60절
5. 제목: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거야
부제: 신곡_인페르노(지옥) _제1곡 31~60절
1. Note Me
1-1. 동틀 무렵이 가장 어둡다
동이 트는 새벽 미명에 등산을 한다. 피곤한 몸을 잠시 쉬고, 텅 빈 경사진 길을 다시 오른다. 그 시작의 앞에서 가죽 망토를 쓴 매우 빠른 표범을 만난다. 날랜 동물이 내 앞을 막고 섰다. 마치 내가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처럼. 깊은 밤을 넘어서 달이 기이 기운다. 인생 만사는 오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었다. 온 밤을 어두운 숲 속을 헤매던 방랑자는 공포 속에서 찬란한 태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틀 무렵 성스러운 태양이 곧 떠오를 것을 기다린다. 태초에 신께서 천지의 아름다운 것들을 창조하셨던 것처럼 태양은 이 모든 어두움을 몰아내고 밝은 빛으로 만물을 밝히 보일 것이다.
그러나 동틀 무렵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동트기 직전 땅에서는 습기가 올라오고, 풀잎에는 이슬이 맺히고 동토에서는 차디찬 서리가 맺힌다. 그 음습한 한기는 따뜻하고 밝은 태양을 기다리는 지친 몸과 마음을 더 깊은 시련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정말 안타깝다. 조금 있으면 아침인데, 찬란한 태양이 뜬다면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를 희망이 생길 텐데. 그래도 나그네는 희망을 버릴 수 없다. 정상을 향해 다시 오르기로 마음을 먹고 지친 무릎을 일으켜 세운다. 그러나 광폭해진 야수는 나를 적대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이 새벽 미명에 나는 공기마저 두려움에 떠는 공포와 마주했다
1-2. 광폭한 야수
정상을 향해 가는 순례자 앞에 야수들이 등장한다. 야수는 그를 막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야수는 세 마리다. 본문과 각주를 참고해 보면 야수는 각각 특징을 가진다. 먼저, 얼룩무늬 망토를 쓴 암표범(una lonza)은 민첩한 몸짓으로 사람을 유혹한다. lonza는 원래 스라소니(Lynx)를 가리키는 것이다. 원래 표현은 Leopardo를 쓸 수 있지만, 운율 관계를 생각해 토스카나의 일상어이고 방언인 Lonza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맹수는 사자와 표범의 교배로 생겨난 맹수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아름답고 민첩한 Lonza는 성적인 유혹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이 암표범(una lonza)을 성적 유혹의 상징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고 보니 레오파니 무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이해할 듯도 하다. 이 표범은 일출과 동시에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이해가 된다. 인간은 아침이 오면 성적인 욕망을 거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사자(uno leone)의 등장이다. 전통적으로 사자는 권력을 상징해 왔다. 그러나 본문에서 사장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사자는 자신의 허기를 드러내며 난폭하고 적대적이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그 기운에 공기마저 두려움에 떠는 공포를 느낀다.
마지막으로 암늑대(una lupa)가 나타났다. 늑대는 탐욕, 모든 것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유혹의 상징이다. 여기서 늑대(uno lupa)가 아니라 암늑대라고 하는 이유는 새끼를 키우는 암늑대는 만족을 모르는 탐욕이 가득한 야망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가까스로 숲에서 벗어났으나 색욕, 권력욕, 탐욕의 유혹 앞에 두려워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피하기 힘든 것은 늑대다. 작품에 나오는 35살의 단테는 색욕을 분별할 만한 나에 이르렀다. 권력욕도 어느 정도 입지전적인 자리에 올라 본 적이 있으므로 이미 권력을 쓴맛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의 심연에 자리한 탐욕(암늑대 una lupa)이 문제다. 내년 깊은 곳에서 으르렁거리는 탐욕은 고귀한 아름다움을 위해 산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자신의 희망마저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탐욕스럽게 재산을 갈망하는 자는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오면 재산만 생각하며 비통해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뼈저리게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과 재물은 함께 섬길 수 없다(눅 16: 14). 재물 앞에 탐욕스러워진 인간은 암늑대의 포악함으로 재물귀로 변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1-3. 도끼, 오뒷세우스의 글 읽기
정상을 향해 가는 순례자는 어둠과 두려움과 욕망과 싸워야 하는 운명에 처해져 있다. 인생이라는 여정이 바로 이런 것 같다. 어두움 속에 만난 짐승은 광기를 드러내며 울부짖는다. 검은 숲 속을 헤매는 순례자의 마음은 비통하고 괴롭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불안 앞에 두렵고 떨린다.
낯설고 부조리하고 때론 괴기스럽기도 한 현실 속에서 상실된 자신의 목표, 즉 나만의 고유한 것을 찾아야 한다. 불안과 공포로부터 안정을 취하고, 고독 속에서도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으며, 무엇보다 내가 대면하고 있는 ‘허위의 세계’를 극복할 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거기에 대한 답을 읽기와 쓰는 배움의 길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은 행복과 쾌락과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나는 문학과 학문 속에서 꿈과 환상과 정신과 영혼을 양식으로 하는 고독한 '가난한 삶'을 발견한다. 그러나 나의 가난은 부요하다. 나의 굶주린 생각 속에 천진난만한 영혼이 깨어난다. 잿빛 바다는 그 음흉한 속내를 숨기고 있지만, 아이는 바다 위를 작렬하는 태양을 즐길 것이다. 젖은 머리 위에 내리쬐는 태양을 맞으며 파릇파릇한 기운으로 그 몸을 충전할 것이다. 그 따뜻한 기운을 맞으며 파릇파릇한 나의 몸을 즐거움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태양이 내리쬐는 광휘가 내 몸을 더 파릇하게 만들것이며 나의 몸은 줄거움으로 가득찰 것이다. 나는 나의 삶 위에 또 대지 위와 바다 위에 군림할 것이다. 마치 나의 부가 끊임없음을 확신하는 귀족처럼 나는 이 세계가 제공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여과없이 빨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대지와 바다를 음미하고 쓰고 읽는 것은 나를 구원할 것이다.
이 요즘 단테의 문장들을 음미하며 쓰는 이 행위를 통해 내 실존의 영과 육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매일 한 줄이라도 쓰겠다 다짐하며 시작했다. 이 묵상과 쓰기가 나의 실존, 나의 정신 그리고 사랑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이겨낼 든든한 삶의 양식이 되고 있음에 감사한다. 나는 이 창작이 주는 과정 속에 자주 자아를 잊어버리는 경험을 한다. 자아를 잊는 순간은 나는 여러 욕망을 뒤로하고 오로지 이 시간에 집중한다. 오늘 아침의 묵상의 결과로 내게 주어진 선물과 같은 책의 구절 하나 소개하고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 구절은 나의 생각과 정확히 공명하므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이 글의 작가도 분명 단테를 읽었으리라. 혹시나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적어도 자신의 운명에 분노하며 슬피울었던 오뒷세우스는 알고 있었으니. 그리고 오늘 아침, 힘든 발걸음을 디디고 있을 세상의 모든 순례자들을 위로한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나는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순진한 아이처럼.
책 읽기는 생각 읽기이고 마음 읽기다. 책 읽기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 들어가 내면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다. 마음 안에 펼쳐진 깊고도 넓은 세계를 답사하고 풍광과 지형을 탐색하는 일이다. 어떤 저자의 마음에서는 어두운 밤의 짐승처럼 폭풍우가 울부짖으며 몰아친다. 어떤 저자의 마음에서는 들판 너머 열린 맑은 하늘로 새들이 노래하며 날아오른다. 마음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마음을 물들인다. 생각을 깨뜨리는 생각, 낯선 것을 불러들여 익숙한 것을 치는 생각은 한가로운 봄날 아지랑이 같은 마음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검은 숲 속을 헤매는 배고픈 여 행자와도 같은 마음 깊이를 모를 어둠 위로 파도가 으르렁거리는 난바다 같은 마음에서 생각을 도발하는 생각, 생각을 붙들어 깨우는 생각은 일어난다. 오지 아니면 심연에서 태어난 생각이 우리를 흔들고 세상을 흔든다. 두려운 마음으로 지하세계를 다녀온 오디세우스처럼 책 읽기는 저자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거기서 솟아 나오는 생각을 보고 겪고 느끼고 그 생각에 놀라는 일이다. 그런 책 읽기는 책 읽기로 끝나지 않고 생각을 잉태해 출산할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책 읽기야 말로 곤궁한 마음에 생각의 씨를 뿌리는 일이다. 오래 굶주린 생각이여, 어둠 속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에 닿도록 자라 올라라.<생각의 요새, 고명섭, 교양인>
2. Read Me
31
Ed ecco, quasi al cominciar de l'erta,
una lonza leggera e presta molto,
che di pel macolato era coverta;
막 오름의 시작에 도달했을 때
점박이 가죽 망토를 뒤집어쓰고
민첩하고 움직임이 매우 빠른 표범이 나타났다.
34
e non mi si partia dinanzi al volto,
anzi 'mpediva tanto il mio cammino
ch'i' fui per ritornar più volte voltò.
내 앞에서 떠나지 않고
오히려 나의 길을 방해하려고 가로막았다.
나는 여러 번 뒤로 돌아가려고 했다.
37
Temp' era del principio del mattino,
e 'l sol montava 'n sù con quelle stelle
ch' eran con lui quando l'amor divino
동틀 무렵이었다.
태양은 태초에 성스러운 창조자가
하늘의 아름다운 것들을 움직였을 때처럼
40
mosse di prima quelle cose belle;
sì ch' a bene sperar m'era cagione
di quella fiera a la gaetta pelle
양자리와 함께 떠오르고 있었다.
얼룩진 가죽을 가진 그 짐승에게서
나는 벗어날 희망을 가졌다.
43
l'ora del tempo e la dolce stagione.
Ma non sì che paura non mi desse
la vista che m'apparve d'un leone.
아침의 그 시간과 달콤한 계절 덕분이었다.
그러나 내 앞에 나타난 맹수의 광경에 대해
나를 놀라게 하지 않을 만큼의 희망은 많이 강하지도 않았다.
46
Questi parea che contra me venisse
con la test' alta e con rabbiosa fame,
sì che parea che l'aere ne tremesse.
머리를 추켜 올리고 허기져 광폭해진
이 야수가 나를 적대하며 가까이 오는 듯했고
공기마저 두려움에 떠는 듯했다.
49
Ed una lupa, che di tutte brame
sembiava carca ne la sua magrezza,
e molte genti fé già viver grame,
그리고 깡마른 몰골로 그의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갈망으로 가득 찬 한 마리의 늑대
또 많은 사람들을 이미 고통 속에서 살게 한
questa mi porse tanto di gravezza
con la paura ch' uscia di sua vista,
ch' io perdei la speranza de l'altezza.
이 늑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나의 영혼을 덮쳤고
산정에 오르려는 희망마저 박탈했다.
55
E qual è quei che volontieri acquista,
e giugne 'l tempo che perder lo face,
che 'n tutti suoi pensier piange e s'attrista:
탐욕스럽게 재산을 갈망하는 자는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오면
재산만 생각하며 애통해하며 괴로워한다.
58
tal mi fece la bestia sanza pace,
che, venendomi 'ncontro, a poco a poco
mi ripigneva là dove 'l sol tace.
조금씩 나를 향해 다가오는
짐승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태양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숲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이탈리아어 원문을 읽는 이유는 이 글의 서사시로서의 정체성을 그대로 이해하기 위함이다. 나를 포함한 독자들은 대부분 이탈라아어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의 뜻을 독해하며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한글 해석을 참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구글번역기나 AI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원문을 낭송해 볼 것을 추천한다. 뜻을 떠나 이 작품이 운율과 고저장단을 가진 아름다운 시이고,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운율과 단어와 의미에 신경을 썼는지 아는 기쁨은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3. Remembe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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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The Devine Comedy by Dante_Inferno, Dante Alighieri, the classic
La Divina commedia, Inferno, Dante Alighieri
신곡 지옥(인페르노), 단테(이시연 역), 더클래식
단테 신곡 연구, 박상진, 대위학술총서
생각의 요새, 고명섭, 교양인
일리아스, 호메로스(천병희 역), 숲
오뒷세이아, 호메로스(천병희 역), 숲
아이네이아스, 베르길리우스(천병희 역), 숲
최초의 인간, 알베르트 까뮈,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