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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Feb 07. 2024

3. 인생길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단테신곡 제1곡 1~3행

3. 인생길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부제: 지옥 제1곡 1~3행


1.   Read Me


Nel mezzo del cammin di nostra vita

Mi rittrovai per una selva oscura

Che la diritta era smarria. (inf.cantto 1.1~3)


우리네 인생길 한가운데서

어두운 살림에 있음을 알았으나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옥 1.1~3)


2.   Note Me

  

2-1. 이탈리아로 읽어야 하는 이유 


 한글로 읽다가 영 감흥이 시원찮아 영어로 읽어 봤다. 그래도 뭔가 미심쩍어 이탈리아어 원본을 다시 구해봤다.



‘번역은 반역’이라고 했던가?


산문도 아닌 운문을 번역했으니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런데 이건 완전 다른 언어이고, 다른 작품이고, 다른 표현이다. 나는 오늘 단테의 이 작품에서 일리아스의 '영웅 육보격(dacrylie hexmeter)'을 떠올렸다. 강약약의 6 보격 서사시는 그리스의 시형식으로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그리스어•라틴어로 쓴 서사시와 교훈시에서 가장 많이 쓰인 운율로서 영어 작시법의 약강 5 보격과 비교되는 위치에 있다.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는 강약약의 6 보격 시행으로 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 서사시인들은 육보격으로 작품을 노래했다. 육보격이란 ‘강-약약’의 리듬을 수없이 반복하는 낭독법이다.


ㅣ강~약약 ㅣ ㅣ강~약약ㅣ ㅣ강~약약ㅣ ㅣ강~약약ㅣ


단테가 신곡을 쓰면서  육보격을 차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많은 차이가 있다. 단테의 신곡은 각운의 구조적 반복을 통해 시적 운율을 살리느느방법을 선택했다.


<출처:플라톤아카데미>


신곡은 11음절로 이루어진 행이 각 3행씩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위의 표에서처럼 1행과 3행을 같은 발음으로 맞추고, 이전행의 2행에 나온 각을 다음 3행의 1, 3행과 일치시키는 식으로 계속 확장되는 구조이다. 잘 짜여진 시적 구조 안에서 각운의 발음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자아내는 아름다움이 경이적이기까지 하다.


단테 신곡은 노래처럼 부르도록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것을 그냥 산문으로 무미건조하게 읽어내는 것은 이 아름다운 작품을 잘 즐기는 법이 아니다. 노래 그 자체가 가진 운율과 박자를 배제한 단순한 번역은 이 작품의 원형과는 동떨어진 단순한 의미의 전달 밖에 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다행히도 AI, 구글, 온라인 사전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낭송하도 하고, 의미도 음미해보며 천천히 읽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린다.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등의 서사시 작가들이 육보격을 사용한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번 정리하려 한다. 그럼 이제 본문으로 들어가 보겠다.  


2-2. 우리의 삶에 대하여


이탈리어 nostra vita는  우리의 생명, 우리의 인생 정도로 번역이 가능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생의 전성기를 ‘아크메’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누구는 어떤 전쟁에 참여했을 때 ‘아크메’였다.’라는 표현이 잦았다고 한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는 대부분 20세 초반에 군대를 입대한다. 인생의 전성기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인생의 청춘에 가깝다. 청년 그리스도는 30세에 위대한 사역을 시작하셨고 3년 뒤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30살이 되었을 때 고향의 거리와 고향의 호수를 뒤로 하고 산으로 들어갔다가, 40세에 자신의 위대한 사역을 시작한다.


20세든, 30세든, 40세든  이 시기는 인생이 절정으로 치닫는 ‘화양연화(꽃이 피어난 아름 다움 모습을 의미한다)’의 시기다. 요즘 비하면, 인생이 꽃과 같고 그 절정의 시기를 지나는 시절은 40대일 것이다. 그러나 꽃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낙화를 암시한다.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죽음에 이를 때 해가 중천에 떴던 것은 정말 슬프도록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꽃은 시들고, 태양은 가장 밝은 순간에 기울어진다. 이것이 우리 삶의 비극이다. 필멸하는 운명 앞에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분노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Nel mezzo del cammin di nostra vita’, 이 첫 문장을 읽을 때 nostra vita를 힘주어 읽어 본다. 그리고 나는 이 부분을 ‘우리의 인생길의 화양연화에서'로 다시 해석해 본다.  


2-3. 어두운 숲에 대하여


정신을 차려보니(mi rittrovai) 어둠의 숲을 걷고(per una selva oscura). 있었다.  인생길을 헤매다가 40이 넘어서야 정신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둡고(oscura) 외로운 숲(selva)에서 길을 잃어버린 걸 알아차렸다. 울창하고 깊은 숲에서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기분을 이해하기 힘들리라.


고립무원의 심연에서 조난당하면 같은 길을 뺑뺑 돌다가 곧 탈진에 이른다. 혼자라는 공포에 시달리기 시작하면 이제 곧 육신은 쇠잔해지고 몸의 기운은 식어간다. 물이라도 떨어진다면 죽음을 피하기 힘들다. 큰 숲은 멀리서는 아름답다. 그리고 입구의 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여기 저기 꽃들이 피어 있다. 아름답고 작은 새들이 지저귀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일단 발을 들여다 놓고 그 심연으로 들어가게 되면 지형과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점점 햇빛은 차단된다. 어두운 그 속에서 시야는 좁아지고 길을 잃고야 만다.


2-4.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 


숲 속, 그 심연의 공포가 나를 압도한다. 방향을 잃어버린(smarria)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히 똑바로(diritta) 왔다고 생각했는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내 인생은 꽃이 피듯 아름다웠었다. 그런데 나는 이 인생의 절정기에 길을 잃어버렸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단테의 신곡에는 베르길리우스를 최고의 시성으로 등장시킨다. 그리스의 호메로스가 아닌 베르길리우스인 이유는 베르길리우스가 이탈리아의 창건 신화를 지은 작가이기 때문이리라. 그 베르길리우스의 향연을 보자니 나도 두려운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뜨리게 되었다.


나 어찌하여 그리고 들어섰는지, 좋게 말할 길이 없나니, 참다운 길을 버렸을 때, 깊은 잠이 내 몸을 이끌었음이라… 그제야 내 두려움 조금은 누구러졌나니, 무서웠던 밤 내내 마음속 깊은 곳에 깃들어 무던히도 나를 괴롭히던 것이었노라 (향연, 베르길리우스)


인생은 너무 짧고 덧없다. 되돌아보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세상에 왔고, 학교를 다니고, 군대에 가고, 직장에 입사했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고, 인생의 사다리 위를 향해 미친듯이 질주했었다. 좋은 차, 좋은 집, 많은 돈을 가져 보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앖다. 비싼 옷을 입고, 고급 외제 세단을 타고, 집을 마련했고, 사업을 하며 돈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해 봤다.


밟고 밟히는 치열한 경쟁 속에 아직은 살아남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쇠잔해지겠지라는 불안한 생각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나는 그 성공의 사다리 위에서 아득한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위에 떠 있는 별을 보았다.  도달할 수 없는 저 너머의 별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 원래부터 별은 내가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에 내 두려움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평생 나를 괴롭히던 바람직(diritta) 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본다. 바람직한 것을 쫓느라 나는 내 인생의 절반을 써 버렸지만, 나는 이제 어두움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우리의 삶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Qual è la nostra vita)?


<출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아침 출근길에 차 안에서 나의 화양연화를 추억하며 '이룰 수 없는 꿈'을 노래했다. 마치 라만차의 기사라도 된 듯 잡을 수 없었던 진리와 신과 삶의 의미를 두고 나는 얼마나 무모한 투쟁을 했었던가? 그 미친 광기의 전투 앞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피 눈물을 쏟아내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를 사는 모든 돈키호테들에게 위로와 찬미를 보낸다. 우리 모두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 어두운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라라


<이룰 수 없는 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ost>


3.   Remembe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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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The Devine Comedy by Dante_Inferno, Dante Alighieri, the classic

La Divina commedia, Inferno, Dante Alighieri

신곡 지옥(인페르노), 단테(이시연 역), 더클래식

단테 신곡 연구, 박상진, 대위학술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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