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ee you later guys!" [두고 보자 이 x들!]
'They two are seeing each other sincerely.' [그들은 심각하게 노려보고 있다]
제대로 우라말로 옮기면, "다음에 또 봐, 얘들아!", '둘은 진지하게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쯤 될 것이다.
요즘은 번역기 앱도 정확도가 높아져, 웬만한 내용은 진실로 뜻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AI가 학습하는 문화, 정동, 관습 따위는 아직도 사람에 비해서는 서툴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성차, 인종적 편견 등이 묻어 들어가니, 외형상 표현과 은유적으로 의미하는 바를 치밀하게 반영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와! 역시 그 옷을 소화할 수 있는 분은 절세 미녀님 밖에 없군요!"라고 하고는, 화장실에서 만난 지인에게는, "옷이 아깝다 옷이! 그리고 절세 미녀는 무슨! 절대 마녀라면 모를까..."라는 비난하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보장이 있을까?
AI 구성자의 이런 속마음이 절제한다고 한 게 은연중에 묻어 들어가면, 말 그대로 돌직구가 날아온다.
"이 기계 덩어리가 미쳤나?"
세상에서 가장 많은 지식을 담고 있는 것이, 정말 배우지 못한 존재처럼 망발을 늘어놓다니...
2.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도 속마음은 많이 감춰진다.
:이번애 우리 큰 딸이 S대에 합격했어요!"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얼마나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어이구 배 아파! 그래 인물이 없으면 공부 재주라도 있어야지...]
최근에 어느 TV 매체에서 한 농담은 더 가관이다. 웃자고 하는 소리였지만, 가상의 걸 그룹 멤버에 관한 것이었다.
"이야, 대단해! 얼마나 노래를 잘했으면 걸 그룹 구성원이 다 돼?"
그 말 뜻은 위와 비슷하다. 몸매 같은 외모는 전혀 아닌 데, 순전히 노래 실력이 대단해 그 일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걸 그룹이 노래가 아니라, 미모 중심이라는 기준이 새삼스럽다. 만약 AI에게도 이 구성원에 대해 그 기준에 맞느냐고 물었을 때는, '그 딴 노래는 무슨! 껍데기가 안되잖아!"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3.
마음에 있는 것은 순수 주관적인 것이고, 겉으로 현상하는 것은 많은 은유와 상징으로 외피를 두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상은 믿을 게 못된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 그러니 언어생활은 AI가 지껄이고 싶은 것을 여과 없이 내뱉는 것처럼,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말을 한다는 것은 진의를 담아서 하는 것이더라도, 상대방이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슬쩍 비아냥 조인 데...' 하는 의심을 품고는, 다른 이웃과 함께 그 진의를 해석하기 위한 암호 해독반을 가동한다. 이렇듯 언어는 긴장 관계이니, 늘 그렇게 굳은 자세로 있을 수도 없어 적당한 타협을 이루고 산다. 언어 게임이라는 것이 이런 뜻은 아니겠지만, 사람 사이에는 이런 게임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오로지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하며...'
신의 언어로 새긴, 모세가 받아 적은 십계명조차도 우리는 숱하게 어기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곰탕에는 곰이 들어가지 않는다. 은근히 곰을 집어넣는 것도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