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리 본능이나 감정 또는 덕성의 이상(異常)으로 사회나 도덕에 어그러진 행동을 나타냄.[네이버 사전]'
'내용없는 형식은 공허하고 형식없는 내용은 맹목적적이다.[칸트]'
도착증 중의 하나로 복장을 바꿔 입고, 남자가 여자로, 여자가 남자인 것 같이 행세하는 경우가 있다.
칸트식으로 따지면 남자가 여성 복장을, 여자가 남성 옷을 입는 전도된 복장을 한다고 남자가 여자로, 여자가 남자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 뒷 부분을 따르더라도, 남성이 남성의 외형, 여성이 여성의 외관을 갖추지 못한 경우엔, 구별에 혼란을 일으키게 한다. 물론, 이는 unisex 퐁이 유행한 지 꽤나 오래된 데다가, 이분법적 세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다양성 사회에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형식과 내용을 연결짓는 관념은, 보편이라는 폭력이 행사된 거대 권력관계 측면도 강하다.
2. 성별은 뭉개버리세요
성별을 이렇게 남녀를 기본으로 나누는 것은 분명생물학적 분류이다. 이것을 전복하고자 하는 것이성의 담론에서 불거지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주디스버틀러같은 이는, 사회적 수행성에 따라 이를 인식하는 사회적 성, 젠더로 고쳐부르기를 주장한다. 그러면 어떤 외피를 두르던, 어느 생물학적 성을 가졌던, 사회적인 역할이 중요한 것이고, 생물학적 이분법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제 '성별'이란 구분은 사라지고 성소수자 문제같은 기성의 대척점도 없어질 것이다. 심지어 중성, 무성같은 머리 아픈 문제도 흡수하는 급진적 관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산 상속은 성별, 연령, 기혼 여부와는 관계없이 균분된다고 민법상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양성평등은 사회 여러 분야에서 진척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이든, 사회적 차별이 여전한 건 사실이다.
내 딸래미의 경우를 들어서 뭣하다만, 신입사원 면접을 보러갔을 때였다. 2차 관문까지 통과해서 최종단계인 임원 면접엘 참석했더니, 동일 면접 조에 여성 지윈자 5, 남성 후보자 하나가 자리에 앉더라는 것이다. 채용 조작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누가 그 면접을 통과할지는 뻔하다! 실제 그 결과도 그랬다.
3. 비정상이 정상입니다
굳이 이분법적 세상에 대한 의문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세상을 움직이는 규칙은 크게 지배와 복종으로 쪼개진다. 그것이 부당 하다는 항의와는 별개로, 사람들은 그저 성적 호기심을 넘어 도착적 역할변경을 시도하는 것일까?
그것은 세상을 뒤집는 혁명이기보다는, 보편 권력에대한 저항이 꿈틀거렸던 게 아닐까?
주디스 버틀러의 사유가 급진적이라고는 하나, 그녀도 양성을 놓고 이에 대한 저항의 몸짓을 하는 것으로, 완전히 근본적이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다시금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보면, 보편의 문제가 스며있다는 생각이다. 들뢰즈가 말하는 것처럼, 신체없는 기관은 가능체로서 생성한다. 알 속에 유동하던 물질은, 어떤 힘이 작용하느냐에 따라, 날개가 다리로, 머리가 꼬리로 드러나기도 한다. 사람도 어릴 때는남녀 구분이 힘든 경우가 많다.
"어머, 딸내미 인줄 알았더니, 아들래미이네요!"
[이 말은 듣기나 좋지, 그 반대인 경우에는 부모 얼굴이 좀 일그러진다!]
이 가능체에서는 생물학적 내용에서 조차도, 성별은혼성적이다. 그런 차원을 지나 태어난 사람은, 은연중에 크든 작든 이 양성의 기질이 발현될 것이다.
나이들면 여자는 괄괄해지고, 남자는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듯이...
그런데 우리는 보편의 역학으로 세상을 구겨 넣는다.그래서 지젝은 말하지 않는가?
남성의 보편은 예외를 봉합한 것이고, 여성의 그것은 마무새없이 왼전하며, 예외는 오히려 분리해 그 바깥에 두는 것이라고.
이런 형국을 보면, 남성 중심의 보편에서는, 봉합된 예외가 스멀스멀 기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세상이정상이고,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비정상이라는 규정에서는, 사실은 도착이 정상이고, 정상이 전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 여기서는 성차에 관한 생각은 아니고, 세상의 전도된 모습을 생각해 보기 위한사유의 전용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