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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이 까맣더라도 노랗게 피는..

by justit

1. 뭐라 부르리이까?

꿀풀은 속에 들어있는 꿀맛을 간직한 식물이다.
붓꽃은 막 꽃이 피기전 꽃대가 붓끝을 닮아 지어진 이름으로 여겨진다.
쥐똥나무는 씨앗이 그것처럼 생겼다.
백일홍은 백일동안 꽃을 피우는 분홍의 꽃,
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처럼 생겨서, 난초는 한자어처럼 바람이 잘 통하는 동쪽을 좋아하는 식물, 무궁화는 진딧물같은 해충에 꿋꿋이 견디는 속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식물만 봐도, 그것의
특징을 포착해 이름지어 진 것 같다. 그러면 이들은, 꽃모양/잎모양/열매 모양/향기/이겨내는 성질 등 내외부적인 속성이나 모양을 따라 명명되었다. 그러니 그 이름과 첫 번째 인상만으로는 '이것의 이름이 왜 그리 불리우는 지를 얼른 이해하기 힘들다.
붓꽃만 보더라도, 잎은 끝이 뾰족한 고조선 시대 세형동검을 닮아, 차라리 칼 꽃이라 하면 알맞아 보인다. 이번에는 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면, 나비나 뿔을 옆으로 뻗친 물소같다. 그런데 꽃이 만개하기전 꽃대를 보니, 뾰족한 붓끝같이 보이는 게 아닌가!
어떤 사물의 이름을 붙일 때는 여러가지 다양한 기준으로 그리할 것이다.


2. 거시기하네요
학명을 부여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꽃의 외형이면 그것, 잎의 모양이면 이에 따라 명명하는 지는 지식이 부족해 잘 모르겠다. 외래어로 이름이 붙여진 것은 별론, 이 갖가지 이름들은 서로의 식별을 위해
붙여진 것임에도 '이건 저것과 다른 꽃, 여기 피어있는 꽂들은 사촌지간' 이라는 막연한 구별 뿐이다.
물가에 피는 물망초는 'forget-me-nots`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지 못하면 아예 유추조차도 힘들다. 기표는 텅 빈 것이며 기의에 미끄러진다는 잘난 척하는 표현을 빌릴 것도 없이, 사물의 이름은 현명성을 벗어나 익명성이나 실명성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거시기하니까, 거시기해서 거시기 혀!" 하는 말이 더 알아듣기 쉽다. 아무런
대명사가 없음에도['참! '거시기' 가 대명사 일 수도 있다!] 무엇을 뜻하는 지가 명확해 지다니!
온갖 분류 기준을 동원한 결과는 오히려 인식을 방해한다. 물론, '저기 물가에 피어있는 나팔 모양의 노란 꽃이 붓꽃이야', 하는 것은 매우 비경제적 언어이다. 하지만 보르헤스 사전에 등장하는 것같이,
'방금 물항아리를 깬 동물', '주인이 나타나면 요란하게 꼬리를 흔들며 끙끙 앓듯이 품 안으로 뛰어 오르는 동물' 하는 것이, 마치 늑대를 닮아 개인 지, 승냥이인 지 구별이 안되는 동물을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멋들어 지게 부르는 것보다는 훨씬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쉽다.

3. 이름이 없어도 있어요
품종을 모르는 사람에겐 이 개는 평생 자기 족보를 한 번 불리질 못할 것이다. 단지 인식을 위한 것일 뿐, 존재 자체로야 이름이 있든 없든 상관은 없지만...
처음 눈에 띈, 분류되지 않은 심해어라고, 이름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식체계에 집어 넣고, 그것을 인간 기준으로 원근을 따지다 보니, 명칭이 따라 붙었을 것이다. 붓꽃이 붓 끝을 닮았다고, 문어가 먹물을 품었다고, 지혜로운 개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나무같은 굳은 의지, 바위같은 강인함, 복수초같은 인내를 그들에게서 배운다. 사물에 유사성을 견주어, '우슬' 은 관절염에 좋다고 약용식물로 분류한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분임은 자명하다. 그러면 자연은 우리를 무어라 지칭하고 있을까?
알 수는 없지만, '생명계에서 가장 포악한 짐승, 방금 막 인류평화를 이야기하다가 민간 병원에 미사일을 쏘아대는 믿지 못할 존재, 제 이익을 위해서라면 규칙은 깨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2족 보행 류?
어떤 이름을 붙여도 어색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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