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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라도

by justit

1.

비가 오려는 듯 하늘이 어둡다. 저녁 6시경에 비가 내릴 것으로 휴대폰 화면에 예보가 표시된다.
봄이 오자 말자 여름이 더 앞지르는 것 같다. 장마철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가 자주, 그리고 많이도 온다. 시름에 젖는 농부들의 마음을 어찌 이해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마는, 말 그대로 젖을 것 같다
개미들이 줄 지어 구멍으로 몰려가고, 길냥이들도 미리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떼 지어 가다가 눈이 마주친다.
"오늘 저녁은 어디서 비를 피할까?"
"먹이를 챙겨주는 캣 맘들도 안 나올지 모르는 데.."
한 편에서는 시원해서 좋은 반면, 다른 쪽에서는 원망스럽다. 그런 노릇을 어찌할 것인가?
사람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니...
비단 음과 양이 교차한다는 새삼스런 표현이 아니더라도 세상 일이란 그렇다. 정해진 것은 없고, 다만 그것을 가깝게 대비할 뿐이다. 세상 일은 희한하게도 억지를 부리면 그것에 대한 즉각적인 교훈이 내린다. 그래서 일을 벌인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2.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사란 이것이, 그렇게 쉽게 지칭되지 않은 시대나 아직도 형편이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그러니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최저한의 생명 유지 현상이니 그리 말할 뿐이다. 이 쉬운 표현들이 치명적인 사태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살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때로는 손바닥조차 무거워서 뒤집기가 힘이 들기도 한다. 각자에게 맡겨진 삶이니 누가 대신에 그 손목을 붙잡고 이렇게 뒤엎으라고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제 손은 제 손이다.
그렇게라도 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것은 침해라는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그랬던가?
어쩌면 위치에 따라 오른쪽과 왼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일을 하는 손이 오른손이고, 왼손은 그것의 대척점에 있는 것을 지칭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보게 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왼손이 오른손을 따라 할 수 있는 기회도 뺏아 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공개적으로 따라오라고 하는 게 낫지 않는가?


3.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 아는 바이다.
과시용으로 자신의 은혜로운 행위를 전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치 생사여탈권을 붙잡고 시혜를 베풀듯이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형편이 좀 괜찮으면...
이런 자기 합리화에 익숙하다 보니, 늘 그렇다.
입 닫고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데 말이다.

내일부터 조그만 실천이라도 해 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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