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킵고잉 Feb 25. 2024

#15. 이게 정말 끝일까

끝이 없는 하루하루

그가 짐을 빼고 나서 혹시라도 집에 CCTV나

도청장치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싶어

찝찝한 마음 때문에 탐지 업체를 알아보았다.


방문 잠금장치를 설치할 때도

이게 무슨 짓인가 싶고 오버인가 생각했는데

내가 알게 된 그의 모습은 내가 3년간 알고 있던

그와 너무 달랐기 때문에

내가 예상이 가는 범위에서 조심해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아빠와의 관계도 끊었다.

이전부터 좋지 않았던 관계에서 아빠가

나의 이혼 상황을 모두 알고도 엄마에게

그의 집안 어른들이 놀랐을 테니 전화해 보라고 하며

내가 이혼한 게 창피하다며 말 같지도 않은 말들로 상처를 주었다.


원래도 이상한 생각과 말들을 하는 아빠임을 알았기에 생각보다 충격은 없었다.

그저 그냥 성매매한 새끼부터 시작해서 나를 낳아준 사람이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까지

그냥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모두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년을 고민하던 연락을 끊는걸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다 끝이다. 라며 정리하고

이제 다시 직장을 다시면서 맘 잡고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끝내고 나니 내가 그동안 이성이 누르고 있었던 감정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9월 한 달간 너무나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해 오며 생각보다 너무나 잘 이겨내 온 나 자신을 보면서 겪어야만 하는 감정들이 후폭풍처럼 몰려올 거라고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감정들은

나를 자주, 깊이 무너뜨렸다.


끝이 정말 끝이 아니었다.




이혼과정을 쓴 15화를 끝냈다.

매일같이 다이어리를 썼었는데 그의 성매매 사실을

알게 된 그 새벽, 그날부터 그와 끝내기까지 과정은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감정은 쓰지 못하더라도 이 과정을 강한 인내심으로 하루하루 견뎌 온 내 자신을 나중에 돌아봤을 때 대단하다 생각하고 기억하기 위해 그날 어떤 일들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만 간략히 적었는데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본 기록들을 다시 보니 너무 힘들었다.

그때의 나의 감정들과 생각들과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힘든 상황의 나를 마주치면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짧은 글 하나 쓰기에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강박적이라도 글을 쓰려던 이유는 이 일들을 적어내고 내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다시 돌아보는 과정은 내가 삶을 하루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거라 생각해서 꾸역꾸역 썼다.


하지만 연재를 하면서도 후폭풍으로 몰려오는 감정들을 겪고 있어 과거의 일과 현재의 감정을 모두 직시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이 조금은 괜찮아지길 바라며 연재를 했다.


이혼 후 겪게 된 나의 감정들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지금. 이제는 그 감정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연재로 적어보려 한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하루하루 나아가면 나의 감정도, 삶도 조금씩은 괜찮아지겠지 라는 소망을 가지며

다시 또 새롭게 글을 써보려 한다.


이전 15화 #14. 마지막까지 찌질한 그의 모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