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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Feb 11. 2024

#14. 마지막까지 찌질한 그의 모습

하나씩 정리하고 나아가야 하는 생활들

그가 나가는 날짜를 정하고

그날까지 약 10일 정도 남았다.

그동안 나는 하루도 집에 있지 않았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의 나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것들 뿐만 아니라 그와 현실적으로 헤어짐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할 것들이 많았다.


회사 면접도 대표이사 면접까지 문제없이 보고

채용검진에 연봉협상, 입사일 등을 협의하기도 하고

그의 계좌에 자동이체 되어 있는 것들도 정리하고

그에게 받은 명품 목걸이, 결혼반지 등을 팔기도 했고

그리고 친구들에게 빌리는 돈을 확실히 하기 위해 차용증도 알아보았다.


너무나 잘해가고 있는 내 모습이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했다. 엄마는 내가 본가로 와서

하루종일 울고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슬픔에

빠져있기보다 야무지게 일을 진행시켜 나가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누워있고 슬퍼하기보다는 그냥 빨리 그와의 모든 걸 정리하고 싶다는, 그가 집에서 얼른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하루하루 그 힘으로 살아내 갔다.


그의 차에 있는 공동명의를 해지하러 갔을 때 어색함과 불편함도 참아야 했고 그가 짐을 정리하는 걸 빠르게 하기 위해 집을 정리도 했다.


그는 주말에 단기로 지낼 집에 가져갈 짐과 그놈의 방 3개짜리 제대로 된 집에 가져갈 짐을 나눠 정리했다.

그런데 그는 정말 마지막까지 찌질하게 집에 있는 수저, 안 쓰는 냄비, 이불을 달라고 했다.

진짜 이런 끝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냥 차 가지고 몸만 나가라고 한 건데

정말… 내가 이런 사람이랑 결혼을 했다니

실망과 함께 힘이 쭉 빠졌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그가 나갔다.

긴 추석연휴에 같이 안 있게 된 게 너무나 다행이었다.

다행이면서 허무함도 조금은 들었다.


그의 방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박스들, 그것들만 이제 없어지면 정말 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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