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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Jan 07. 2024

#11. 합의서를 작성하다

뻔뻔한 모습에 그

그와 직접 만나서 합의서 내용을 정리하기로 한 날.

그전에 마지막으로 혹시 모르는 희망으로

무료법률상담에 전화해서 내가 소송에 갔을 때 현실적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혼인기간도 짧고 내가 결혼 후

경제활동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귀책은 상대가 맞지만 그걸로 인해 재산분할이 유리한 건 아니라고 했다.

종합해 보면 잘못은 잘못. 재산분할은 재산분할이었다.

이런 뭐 같은 법이 있는지 억울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그런 억울함에 빠져 허우적거릴

시간과 여유는 없었다.

소송했을 때 내가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을

생각하고 그를 만나 협상해야 했다.


그는 집으로 오겠다고 했지만 나는 이제 그를 믿을 수 없었고 변호사가 해준 충고처럼 공격적으로 태도가 갑자기 나올 수 있으니 둘만 있는 집은 안되었고 카페에서 만나자고 하니 사람들 많은 곳은 쪽팔린 지 그는 스터디카페에 미팅룸 하나를 잡아 주소를 알려주었다.


일요일 이후 처음 보는 그였고 전화로 달라진 태도를 그를 만나기가 무섭고 떨렸다.

하지만 그를 앞에 두고 그런 태도를 보이면 안 되었기에 마음을 잡고 그를 만났다.

스터디룸에서 어색하게 만나 얘기를 시작했다.

거의 3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했고 너무 지쳐갔다.


3시간 동안 씨름한 내용은 나의 입장은 100% 너의 귀책이니 자동차랑 너의 물건만 가지고 나가라였고

그의 입장은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재산에 대한 자신의 몫이 있으니 그건 받아야겠다였다.

나로서는 반성조차 안 하고 자기 몫을 챙겨가려는 그 모습이 너무나 지긋지긋하고 정이 떨어졌다.


그는 처음 보내준 합의서 1항에 있는 ‘을의 성매매 등 부정행위로 인한 여 사실혼이 해소된다’라는 이걸 ’상호협의 하에 사실혼을 해소한다’로 바꿔달라 했다.

명백한 사실이고 이 합의서는 법원에 내는 조정이혼도 아니었기에 누군가 조회도 못해본다. 근데 이걸 남기는 게 그에게 그렇게 큰 손해인 건가?


하지만 그걸 손해라고 여기는 그에게 이걸 지워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야 내야 하는 거지같은 상황이었다.

더럽고 거지 같은 상황이지만 최대한 내가 유리한 금액으로 종결을 내기 위해서는 그걸로 나는 좀 더 돈을 받기 위해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차 협의서 내용을 끝내고 정말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린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와있는 카톡에는

3항에 있는 내가 성병검사를 진행하고, 만약 문제가 있을 시 상대가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내용도 빼자라는 내용이 와있었다.

그는 상호협의로 헤어지는 걸로 내용을 정리했는데 3항에 성병 얘기가 들어가는 건 안 맞다는 말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충분히 인정하고 뉘우치기로 했다면 그런 생각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서류상이든 뭐든 자신의 잘못을 남기고 싶지 않은 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내가 혹시라도 성병검사 결과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녹음이든 각서든 쓰겠으니 합의서에만 남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정말 어이가 없는 태도와 말이지만 나는 이걸로 또 협상을 해서 돈을 받아내는 방법밖엔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합의서 내용을 정리하려고 다음날 또 그 스터디룸에서 만났다.

또 3시간이 가까운 얘기를 통해 그나마 어제보단 좀 더 나은 금액을 내가 갖게 되었다.


지친 상태로 2시간 정도 얘기를 했을 때  그가 끔찍이도 귀하게 여기는 여동생이 나와 같은 상황으로

이렇게 스터디룸에 앉아있다는 걸 안다면 그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물어보니 말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자기 동생이 성매매를 한 남편과 이런 상황이었으면 몇 대는 후드려 패줄 뿐만 아니라 소송을 끝까지 가서라도 한 푼도 줄 수 없을 거라 화냈을 그다.

하지만 지금 그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이 상황이 어이가 없고 정말 인간의 본성을 보는 것 같아 정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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