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들어낸 보호막
돌변한 그의 모습을 예상 못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뻔뻔함에 대한 어이없음을 못 느끼는 건 아니었다.
저녁에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다음날 일어나서 나는 내가 살아갈 방법과 살아 낼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의 태도로 봐서는 합의이혼이 될 것 같지 않고 소송을 갈 것 같았기 때문에 나에게 필요한 건 당장
돈, 돈이었다.
8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1년 이상 쉬고 있던 나에게는 개인 돈이 없었고, 결혼생활 기간 동안 경제권을 갖지 않았다는 건 재산분할에서 매우 불리했기에.
그리고 소송을 간다면 변호사 선임비부터 시작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동기들에게 연락해 사내공고 나온 자리가 있는지 물어보았고, 한 달 전 나에게 퇴사했던 첫 회사에 자리가 났다며 재입사 어떠냐는 제의를 해준 후배에게도 연락을 바로 했다.
어젯밤 그와 통화 후 자고 일어나 바로 내가 한 일이다.
정말 생존본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의 몸과 생각은 너무나 현실적인 대비를 하고 있어 슬퍼할 틈이 없었다.
다행히 첫 회사 재입사 자리가 아직도 공석이라 바로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오랜만에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썼고 하루 만에 면접이 잡혔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억지로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조언을 해준 것도 아닌데 이 상황에서 내가 스스로 내 살길을 찾고 있는 게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고 한편으론 짠했다.
그동안 나의 방어막이 되어줬던 그가 등을 돌린 순간 나는 나 자신의 방어막을 만들어야 했으니.
그래도 불행 중에 감사하고 다행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