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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라소니 Oct 21. 2020

6개월 만에 완벽한 사람과 결혼하는 비법

#사랑-1

“정말 결혼할 사람은 딱 알아볼 수 있나요”

“결혼에 대한, 결혼할 사람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갖게 되나요”


  나는 30대 초반과 중반 언저리에서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2016년 말에 6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첫사랑(?!)과 결혼을 초스피드로 감행한 덕분에 주위의 응원과 염려를 동시에 받았다. 다행히도 귀요미 아들까지 낳아서 여전히 잘살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잘 살려고 노력할 예정이다. 실제로 신혼여행 3일째 인가가 사귄 지 200일이어서 로마에서 장미꽃 한 송이를 받았는데, 내 평생 손에 꼽는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다.


  현재 필명으로 쓰고 있는 ‘시라소니’를 별명으로 지어주신, 완벽한 이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긴 어둠의 터널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랄까. 어느 순간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나에게 연애와 결혼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이 옅어졌었다. 결혼이란 그저 나만 제대로 못 해서 뒤처지고 있는, 그냥 밀린 숙제일 뿐이었다. 부모님이랑 오랜만에 기쁜 마음으로 통화하거나, 근사한 저녁을 대접해도 결국 대화의 끝은 시집도 못 간 불효녀라는 사실만 남았다. 저렇게 까지 결혼하라고 하는 거 보면 진짜 좋나 싶다가도 부모님도 그 집 딸은 언제 시집가냐는 말이 듣기 싫으셨던 게 분명하다.


  2015년 겨울, 부모님의 잔소리의 영향도 있지만 스스로도 이대로 괜찮은 건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무렵이었다. 당시 만나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날 것 같은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소개팅을 오래간만에 해보니 둘 다 나이가 있어서인지 첫 만남에도 결혼이 대화의 화제로 올랐다. 나는 평소 생각대로 대답했다.


  “현재 회사나 인간관계도 만족스럽고 딱히 등 떠밀려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좋은 사람이면 진지하게 만나고 그 만남의 결실로 결혼이 성사될 수도 있죠.”


  다시 읽어봐도 어디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번 더 만나보고 싶었지만, 내가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고 본인 생활이 너무 즐거우신 분 같다며 거절당했다. 사실 내가 그의 스타일이 아녀서가 진짜 이유겠지만. 어쨌든 30대의 만남은 20대 초반의 그것과는 결이 달라서 예쁜 연애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살짝 센치해졌다. 이걸로 얼마나 안주 삼아 씹고 또 씹었던지. 덕분에 나는 결혼을 할 건지 말 건지 노선을 분명히 정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진짜 결혼을 하고 싶은지, 한다면 누구랑 잘 살 수 있을지도 구체적으로 그려보기 시작했다.


  ‘이 남자’랑 하겠다는 상대는 없었지만, 스스로 ‘결혼’은 해야겠다는 답을 먼저 얻었다. 내 기준에서 나는 인간관계가 나쁘지 않지만, 콤플렉스도 많고 자존감도 낮은 편이었다. 외로움도 많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걱정도 사서 하는 스타일인데, 결혼해서 좀 안정적으로 살고 싶었다. 결혼으로 팔자 고쳐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뭐든 너무 열심히 애쓰면서 사는 내가 앞으로는 사랑도 많이 주고받고 동글동글하게 살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 마음먹는데 정말 큰 결심이 필요했다. 혼자 사는 게 훨씬 편하고 신경 쓸 일도 없을 텐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평범한 일상도 나누고 주말엔 같이 손잡고 산책도 하고 평생 가족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컸었다.


  다음으로는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을까 조건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엄청 까다롭지는 않은데 은근히 찾기 힘들었다. 세계관이 비슷하고 식성과 유머 코드가 맞는 사람. 특히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하지 않고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설명하면 차라리 직업, 돈, 외모 등을 보는 게 쉽지 않겠냐는 말도 들었다. 그래도 나만의 조건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한 덕분에 16년 봄에 소개팅한 첫날 운명의 남자를 딱 알아볼 수 있었다.


  남편과 나는 배경과 성장환경에서 공통점이 아주 많았다. 양가 부모님 모두 평범한 급여 생활자셨고, 둘 다 대학을 오면서 서울에서 십여 년간 자취생활을 했다. 문과생으로 경영을 전공하고 회사 생활 6년 차에 딱히 사치하는 건 아니지만, 취미생활과 자기 계발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둘 다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었다. 동향에 나이 차이도 적고 살아온 경험도 비슷하니 대화 소재는 끊이질 않았다. 특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에 없던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집안 가정사나 콤플렉스 등을 얘기했을 때 ‘헐, 나도 그랬어’라는 반응이 많았고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니라 대화 소재가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었다.


  아빠가 공무원이셔서 경제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여유로운 편도 아녔다. 대학 시절 장학금을 조금이라도 받으려고 악착같이 노력했고 평소에도 크고 작은 아르바이트를 쉼 없이 했었다. 덕분에 졸업과 동시에 취직했지만 20대에 그 흔한 배낭여행 한번 못 가본 게 늘 아쉬웠었다. 돈이 생기면 생활비에 보태고 대출금 갚느라 해외여행을 편하게 가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시절을 보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30살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여행다운 해외여행을 해봤고, 유럽 여행을 못 가본 게 한이였던 우리는 신혼여행을 일주일간 로마로 다녀왔었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참 좋다. 회사에서 엄청 힘들고 애까지 말 안 듣는 날에 신랑이 말없이 꼭 안아줄 때 정말 고맙고 사랑이 샘솟는다. 애 재우고 회 시켜서 소주 한잔할 때마다 ‘아! 이 결혼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6개월 안에 완벽한 사람과 결혼하는 비법은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법만큼이나 쉽다. 먼저 결혼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다음으로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을 생각해본다. 그러고 나서 결혼 생각이 있는 상대를 만나본다. 본인이 세운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을 찾았을 때 한 번에 알아본다. 그 사람과 결혼을 염두에 두고 진지하게 만난다.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결혼을 한다. 내 업보려니 하면서 평생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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