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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라소니 Oct 28. 2020

또라이 보존의 법칙 속에서도 우아하게 살아남는 법

#인간관계-2

“저런 미친년/놈은 유독 저한테만 더 지랄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그 사람을 계속 보느니 제가 떠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학교든 회사든 동호회든 학부모 모임이든 어딜 가도 힘든 건 인간관계다. 돌이켜 보면 몸이 힘들고 일이 많은 건 버틸 만 한데 싫은 사람이 생기고 미워하고 그 인간을 어쩔 수 없이 계속 봐야 하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나도 그간 자의 반 타의 반 크고 작은 모임이나 조직에 속하게 되면서 어떨 때는 갑이었다가 을이었다가 천사였다가 썅년이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살아왔다. 여전히 제일 어려운 게 사람에 치이는 거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극복했던 경험담과 앞으로도 굳세게 살겠다는 다짐을 나누고자 한다.


  ‘질량 보존의 법칙’만큼이나 유명해서 학계의 정설이 된 ‘또라이 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셋 이상 모이면 분명 또라이가 있다. 또라이를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학교나 회사에서는 효율적인 운영과 체제의 유지를 위해서 직급과 상하관계가 나누어지고 필연적으로 또라이와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스무 살 이후로 십여 년간의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얻은 깨달음을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만만하게 보이면 호구 잡힌다’. 분명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해야 한대서 진심을 다하고, 내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는데 돌아오는 건 이용당했다는 느낌과 뒷담화를 전해 들었을 때의 황당함이란. 거절했을 때 관계가 어색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기꺼이 수고스러움을 감수했다면 상대는 내가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아주 사소한 부탁에서부터 시작해서 좀 무리하다 싶은 부탁을 일방적으로 하는 사람, 본인이 필요할 때만 찾고 막상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감감무소식인 경우도 있었다. 시간 약속을 하고서도 자기 편의대로 바꾸거나 직전에 취소하는 사람도 있고, 딴 사람한테는 아무 소리 못하면서 나한테만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도 봤다. 지나고 보니 나를 만만하게 보는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맞춘다고 해서 그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부당한 상황과 이에 대한 생각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전달해본다. 상대가 수긍한다면 이후에 행동이 개선되는지 여부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상당 수의 관계는 정리가 되었다.


  둘째, ‘조선 놈들은 지랄을 해야 알아듣는다’. 이는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게 좋다고 한두 번 넘어가면 본인의 일을 떠 넘기거나 계속해서 부적절한 처신을 해오는 인간들이 있다. 이럴 경우에 나는 삼진 아웃제로 간다. 진짜 몰랐을 수도 있고 정말 급해서 꼭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깐 첫 번째는 일단 참지만 그래도 얘기는 한다. 두 번째는 더 확실하게 얘기하고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세 번째는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경고한다. 그러면 보통은 세 번째로 가는 경우가 없다. 분명하고 단호한 의사전달과 개인이 아닌 조직적인 대처를 예고했을 때에도 막가는 행동을 지속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분명한 어조와 살기 등등한 눈빛을 이미 봤기 때문에 상대가 먼저 나를 피하는 상황이 오면 이미 반은 성공이다.


  이 또라이 퇴치법을 수년간 실천해오면서 좋은 점도 발견했다. 일단 ‘쟤는 건들면 물어’라는 인식이 생겨서 자잘한 피해는 사전에 퇴치가 되었다. 그리고 사소한 잡무 및 부당한 일 떠넘기기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면서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내 의견을 또박또박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앞에서도 할 말은 하고 사니깐 스트레스를 예전보다는 덜 받는다. 덕분에 내 자리를 꾸준히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었고 그 사이에 또라이들은 3~4년을 주기로 오고 가니 내 인생에서 영향력이 점점 줄었다.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니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착하다는 ‘성선설’을 믿고 싶어 졌다. 하지만 이 험난한 세상에 나 혼자 착하게 산다고 또라이들을 피해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멧집과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도 현대 지성인의 필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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