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맞았습니다
발단은 사소했다. 범죄 구설수가 있는 연예인이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짤막한 동향 기사를 썼다. 그 이후 다음날까지 내가 받은 메일은 70 통이었다. 휴대전화 액정을 가득 채운 악의가 가득한 말에 전화기는 아예 덮어놓았다.
"죽이겠다, 칼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 벽에 니 사진과 메일 주소를 붙여놓고 식칼로 찌르고 있다, 너 얼굴도 어떻게 생겼네?, 니 애미랑 네가 3년 안에 뒤지길 빌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하나하나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이 면을 빌려서조차 자세히 표현하기 꺼려질 만큼 거친 악담과 욕설들. 복귀 시동을 걸고 있는 연예인의 팬이었다. 복귀하려는데 왜 복귀가 잘못된 것 같은 뉘앙스로 기사를 썼느냐는 항의였다. 이 정도로 거센 욕설 메일, 특히 신변 위협을 당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손이 덜덜 떨려왔다. 한 밤중에도 휴대전화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비몽사몽으로 다음날 회사를 갔고 나는 그 같은 메일을 잊으려 애쓰며 업무를 이어갔다. 내가 원해서 가진 직업은 아니지만 그날의 이슈에 충실하게 발제를 하고 기사를 쓰는 것은 내가 월급을 받는 이유였다.
그러나 메일은 끊이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이제 끝났나 싶으면 다시 왔고, 메일 주소도 계속해서 바뀌었던 탓에 스팸처리도 소용이 없었다. 모니터 넘어 신변 불상의 사람은 여전히 나를 죽이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보였다. 내 실명과 얼굴은 물론 전신사진 또한 언론사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었고, 누구든 건물에 출입해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
또 한 가지는 내가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무력감이 몸서리치게 했다.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을 그저 참아야만 한다는 것이 나를 미치게 했다.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움직일 때 힘을 얻는 사람이었다. 설사 그 과정과 결과가 나를 더 힘들게 할 지라도. 확인사살이라도 하고 나면 후련해서 무기력에서 오히려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