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er 1. 살해 협박을 받았습니다.
어느덧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메일은 잊을 만하면 나를 다시 감정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어느 날은 메일을 보며 손이 차갑게 식을 만큼 화가 났고 또 다른 날에는 나에게 퍼붓는 저주와 같은 악담을 발신자가 실행할 것 같은 말들에 두려웠다.
특히 ‘애미가 3년 안에 죽게 될 것이다. 저번에도 이렇게 저주했더니 한 기레기 아비 부고 기사 났더라’라는 말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어 대응을 결정했다. 언젠가 우연이라도 내 부모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너무나 후회할 것 같아 그 점이 더 두려웠다. 누구라도 쉽게 용납할 수 없는 것은 가족을 해치겠다는 것 아닐까. 그것 때문에 나는 용기를 짜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답장이었다. 그 사람이 저주이자 악다구니를 퍼부은 자신의 발언을 회수한다면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 생각했다.
‘니 애미는 찢어 죽을 것이다. 3년 안에 죽을 것이다’라는 메일에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눌렀다. “이 내용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합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한마디의 반격이었다.
답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왔다. 모니터 너머 그는 생각보다 당황한 듯 보였다. 장장 다섯 통의 메일을 연달아 보내왔다. 시작은 반발이었다.
“욕먹을 각오로 기사를 써야지 나쁜 말은 안 듣겠다는 거냐. 나는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 이 정도 표현은 자유인 걸로 알고 있다.”
이어 변명이 이어졌다.
“당신 이름도 오늘 처음 알았다. 당신한테 한 말이 아니라 메일 주소 자동으로 붙여 넣기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리고 끝은 결국 사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한테 답장한 기레기는 너 포함 두 명뿐인데 한 명은 네 기사가 왜 쓰레기인지 설명해주니 찌그러지더라. 너도 그렇게 있어라”
화가 나 ‘으아악’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말. 돌려 말하면 사과를 하면 아무런 대응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인데 가해자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별 수 없었다.
담담한 척 대응방법을 찾아봤지만 사실 그의 말처럼 실제로 죄가 되지 않으면 어쩌지 두려워하며 악성 댓글이 아닌 악성메일이 어떤 법에 저촉되는지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네이버 지식인부터 무료 상담이 가능한 법률구조공단, 이어 유료 변호사 상담까지 크로스 체크의 체크를 하고서 이 일은 불법적인 사건이 맞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협박죄였다.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는 법률이 적용된 것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그 내용의 수위와 반복 정도, 피해자의 규모에 따라 최대치로는 유치장도 갈 수 있는 범죄라고 한다.
돌아보면 이렇게 명료하지만 당시에는 검색을 하고 또 검색해도 자신이 없었다. 나는 두려움에 떠는 소심한 사람일 뿐이었고, 과연 누가 내 편이 되어줄지는 알 수 없었다. 평소 경직된 당시 회사 분위기를 봤을 때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 일을 그냥 넘어간다면 내가 언젠가 영원히 기자직을 떠나더라도 ‘이런 일까지 있었는데 내가 참을 수밖에 없었다’라는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